배우 김래원/사진제공=㈜쇼박스 |
배우 김래원(36)이 독한 꼴통으로 돌아와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오는 23일 개봉 예정인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는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 그들의 절대 제왕 익호(한석규 분)와 새로 수감된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 분)의 범죄 액션물이다.
김래원이 맡은 유건은 '꼴통'으로 불리는 전직 경찰이다. 유건은 교도소 수감 후 교도관들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익호에게 호기심을 보이고, 그가 움직이는 새로운 범죄 계획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다.
김래원은 이번 영화에서 통해 어느 때보다 독한 모습을 선보인다. 지난해 드라마 '닥터스'로 달달한 멜로를 선보였던 것과는 180도 달라져 때로 낯설게 느껴진다.
'프리즌'을 통해 거친 남자의 매력을 유감없이 표현한 김래원은 드라마 '닥터스'를 비롯해 안방극장에서 보여준 모습과 사뭇 다르다. 유독 영화에서 남성미가 돋보이는 역할을 한다. 드라마,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미지에 대한 차별화를 두는 것은 아닌지 묻자 "아니다"고 말했다.
"'닥터스'로 오랜만에 로맨스를 했었죠. 사실 그 전에 (드라마는) 거절을 좀 했었고, 거절한 드라마 중에 대박 친 것도 있었죠. 제가 했으면 안 됐을 수도 있었어요. 그 배우가 잘 해줘서 드라마가 잘 됐다고 생각해요. 그 시기에 전 영화배우로 자리 잡고 싶은 욕심도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닥터스'에서 의사라는 역할이 왔었죠. 안 해봤던 배역이라 하게 됐어요. 또 제 또래 배우들도 있으니까, 젊은 마음으로 해보자고 했죠. 그게 나쁘지 않았고, 잘 됐어요. 또 시청자들께서 환호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해요. 영화 하면서 가끔 드라마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프리즌'을 통해 본 김래원은 '닥터스' 속 모습보다는 훨씬 무거웠다. 영화가 범죄 액션 장르고, 교도소라는 배경, 캐릭터 또한 범죄자들과 함께 있는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에 이해는 된다. 김래원은 이런 극중 캐릭터가 시나리오에서는 더 무거웠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서 봤을 때, 제 역할은 되게 무거웠어요. 저는 제 캐릭터가 흥미(재미)를 줬으면 해서 감독님과 이를 두고 얘기를 많이 했죠. 그래서 나쁘고 무거운 인물이 아니라 '꼴통'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최종적으로 감독님이 허락해주셨죠. 그렇게 캐릭터를 가볍게 만들어 가면서 관객들에게 재미를 많이 드리려 했어요. 박장대소는 아니더라도 작은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캐릭터의 뒷이야기가 있으니 너무 가볍게는 하지 않으려 조절했어요."
김래원이 '프리즌'에서 단순히 분위기만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맞고 때리고, 이리저리 뛰는 액션이 많았다. 한 눈에 봐도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역시 이번 액션 연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요령이 생겼다고 했다.
"거꾸로 매달리기도 하고, 액션(격투)신도 있어서 힘들긴 힘들었죠. 그래도 이젠 힘 조절 할 줄 알아요. 예전에 '해바라기' 촬영할 때는 열정만 가지고 있어서 과하게 했죠. 그 때 마지막 신 찍고 링거를 맞았는데,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에너지를) 조절을 하죠. 다른 연기할 때 에너지를 쏟을 수 있으니까요. 힘들어 하는 스태프에게 쏟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배우 김래원/사진제공=㈜쇼박스 |
연기 하면서 에너지를 조절할 줄 안다는 김래원. 그는 젊은 시절 촬영장에서 연기하던 때와는 달라졌다고 했다. 그 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됐고, 주연이 역할이 무엇인지도 알게 됐다고 했다.
"젊을 때는 주변이 안 보였어요. 루키였으니까요. 지금은 두루두루 봐요. 그게 주연이 할 일인 것 같아요. 제 또래인가, 저보다는 조금 어린 친구가 한 인터뷰였던 것 같은데 '현장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거 다 하고 싶다. (주변에서) 자기를 못 따라와 준다'는 표현을 하더라고요. 저도 그랬던 적이 있으니까 이해는 해요. 하지만 주변조차도 끌고 가는 게 주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앞으로도 그렇게 하려고요."
김래원의 이런 말을 듣고 나니 '참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20대 시절의 청춘스타 이미지가 확 사라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래원은 그런 이미지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무엇보다 연기 인생 20년이 되었지만 우쭐대지 않고, 오히려 연기하는 마음 가짐이 예전과 달라졌다.
"예전에는 제가 주도해서 연기하고, 제가 본 시나리오대로 연기를 했죠. 고집도 부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이제 '연출자의 의도를 전달하는 도구'로 돼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게 나이 먹으면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배우 김래원/사진제공=㈜쇼박스 |
그의 여유 있는 모습은 정말 나이 때문일까. 그는 11년 전 출연한 영화 '해바라기'에서 "꼭 그렇게 해야 속이 후련했냐"라는 대사를 외친 장면을 언급해도 언짢아 하지 않았다. 사실 이 대사가 나오던 장면은 오열하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이 패러디 했다. 배우 입장에서 달갑지 않을 수도 있는 과거다.
"이번 '프리즌'에서는 그런 (명)대사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11년 동안 그 '해바라기'와 대사를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나쁘지는 않아요. 또 패러디는 일반인이 한 게 재미있더라고요. 음, 한편으로는 그 영화 이후 제대로 된 작품이 없었다는 것이기도 해요."
'프리즌'에서 김래원의 활약을 보면 좋다. 특히 한석규와 호흡은 매력적이다. 격투기로 치면 치고 받는 그런 재미가 있다. 이는 두 사람의 오랜 친분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기도 하다.
"한석규 선배님과 인연이 벌써 7년이 됐어요. 진짜 형, 동생처럼 지내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장에서 소통할 때 더 편했죠. 그렇다고 현장에서 예의없게 하지 않아요. 오히려 더 깍듯이 예의바르게 하죠. 친분 때문에 혹시 오해를 받을 까봐요."
김래원에게 한석규라는 존재는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단순 존경심만은 아니다.
"다들 알고 게시겠지만 가족들한테 하는 모습도 한결 같아요. 저는 처음에 그게 설정인 줄 알았는데 매일 20분, 30분 씩 가족들과 통화를 매일 통화를 하세요. 그 모습을 전 7년이나 봤어요. 그래서 제가 안 힘드시냐고 물어봤을 정도에요. 그 모습이 정상이긴 한데, 보통의 결혼한 아빠들과 다른 모습이에요. 그래서 저도 그 영향을 많이 받았죠. 진짜 배우, 가정이 아니더라도 인격적으로 훌륭하신 분이에요."
김래원은 한석규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영화 출연에 있어서도 그랬다.
"한석규 선배님이 이번 작품 출연에 있어서 저한테 러브콜을 보내셨다고 했는데, 사실 영화사 쪽에서 제안을 했어요. 선배님이 먼저 출연을 확정한 상태에서 영화사에서 '김래원 어떠냐'고 물어본 것이었고, 선배님은 '김래원이 하면 너무 좋지'라고 하신 거였다. 선배님은 저한테 연락은 안 하셨고, 제가 (출연을 놓고) 좋은 판단 하기를 기다려주셨고, 저의 결정을 믿어주신 거죠."
배우 김래원/사진제공=㈜쇼박스 |
1997년 드라마 '나'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김래원은 벌써 연기인생 20년이다. 영화, 드라마를 통해 어드 덧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도 얻었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아니라고 한다.
"믿고 보는 배우라고 하시는데 아니에요. 예전에 드라마 '펀치'를 했을 때, 드라마CP님이 저한테 '갓래원이라고 한다. 죽이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이건 뭐지?'라는 생각도 들면서 우쭐하기도 했어요. 그런 표현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저한테만 하는 게) 아니었어요. 배우들이 나올 때마다 바뀌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표현을 저한테 해주시는 것은 감사했죠. 저는 그런 쪽에서는 편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그리고 20년 연기를 했지만 전 아직이에요."
요즘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 빠져 그런 영화를 꼭 해보고 싶다는 김래원. 나이 드는 만큼 얼굴에 여유가 생기는 그가 어떤 역할이든 여유있게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로 대중 앞에 서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