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
오타니 쇼헤이(23)와 지안카를로 스탠튼(28). 올해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은 이 둘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나선 ‘일본의 베이브 루스’ 오타니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페이롤 감축작업의 일환으로 인해 트레이드 시장에 밀려나온 ‘ ML 홈런왕’ 스탠튼은 모두 프리에이전트(FA)가 아니지만 이들은 과거 그 어떤 FA가 누렸던 것보다 더 막강한 파워를 쥐고 2017년 오프시즌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오타니는 이번 주 5일과 6일(한국시간) 양일간 LA에서 LA 다저스와 LA 에인절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애틀 매리너스, 텍사스 레인저스, 시카고 컵스 등 7개 구단 관계자들과 차례로 만났다. 내년에 자신이 뛸 팀을 직접 고르는 ‘면접’을 실시한 것이다. 단 이틀간 7개 팀을 만나 얼마나 심도 있는 의견교환이 가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오타니는 속전속결로 움직이고 있다. 빠르면 이번 주 내에, 늦어도 다음 주에는 오타니의 팀이 정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오타니가 이들 7개 구단 중 어느 팀을 선택할 지는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지만 시애틀과 샌디에이고가 선두주자로 나섰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시애틀은 8일 마이애미와 트레이드를 통해 마이너리거 3명을 내주고 올스타 2루수 디 고든과 인터내셔널 FA 보너스 한도 100만달러를 받아 오타니 영입을 위한 실탄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틀전 미네소타 트윈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인터내셔널 FA 보너스 한도 100만달러를 확보한 시애틀은 이로써 오타니에 계약금으로 제시할 수 있는 액수를 355만달러로 늘려 텍사스(353만5,000달러)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돈이 문제가 아닌 영입전이라고 해도 조금이라도 많은 액수를 확보하는 성의를 보임으로써 오타니의 마음을 붙잡겠다는 시애틀의 속내가 느껴지는 트레이드다. 동시에 어떤 식으로든 페이롤을 끌어내리겠다는 마이애미의 의지도 분명하게 드러난 거래였다.
지안카를로 스탠튼. /AFPBBNews=뉴스1 |
한편 스탠튼의 경우는 샌프란시스코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이미 마이애미에 트레이드 오퍼를 제시했고 양팀 모두 원칙적으로 트레이드의 기본 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들 두 팀은 이미 마이애미의 허락을 받아 스탠튼과 면담까지 했다. 하지만 이 트레이드는 풀 트레이드 거부권을 갖고 있는 스탠튼이 동의하지 않는 한 이뤄질 수 없는 것인데 스탠튼은 아직까지 확답을 해주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탠튼이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이 두 선수 영입전에 모두 이름을 올린 공통분모 팀이 있다. 바로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시스코는 자이언츠는 오타니와 미팅을 위해서 브라이언 사빈 부회장과 바비 에반스 단장, 브루스 보치 감독, 그리고 팀의 간판스타인 버스터 포지 등으로 대표단을 구성해 LA에 보내 오타니와 면담에 나서는 등 오타니 영입에 총력전으로 나서고 있으며 이들은 또 LA에서 스탠튼과도 만나 트레이드 승인 설득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0, 2012, 2014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98패로 메이저리그 꼴찌(디트로이트와 타이)까지 떨어진 샌프란시스코는 오타니와 스탠튼의 영입 성공여부가 향후 구단의 진로를 결정한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공통분모 팀이 하나 있는데 바로 샌프란시스코의 영원한 앙숙인 LA 다저스다. 다저스는 오타니의 최종후보 7팀 가운데 하나고 실제로 오타니가 가장 원하는 팀이 다저스라는 말도 흘러나온 적이 있다.
다저스는 또 스탠튼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팀이기도 하다. 스탠튼은 다저스테디엄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셔먼옥스에서 장차 다저스에서 뛰는 것을 꿈꾸며 자라났고 아직도 오프시즌엔 LA에서 살고 있다. 사실 스탠튼이 선뜻 트레이드 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다저스가 움직이길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만약 다저스가 움직인다면 스탠튼은 그 자리에서 OK를 할 것이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는 스탠튼 영입에 있어 가장 큰 위협적인 경쟁상대로 세인트루이스가 아니라 다저스를 꼽고 있다.
다저스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오타니와 스탠튼이 모두 원하는 공통의 팀이지만 사치세 부담으로 인해 스탠튼 영입에선 발을 빼는 모양새다. /사진=뉴스1 |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걱정과 달리 다저스가 전혀 움직일 조짐이 없다. 스탠튼에 남아있는 10년간 2억7천500만달러 계약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내년에 확정돼 있는 계약만 이미 1억8천600만달러에 달하며 연봉조정 을 통해 2천500만달러의 추가부담이 예상돼 이번 오프시즌에 추가 계약을 하나도 하지 않더라도 내년 페이롤이 2억1천만달러에 달하는 상황이다.
만약 다른 연봉절감책 없이 스탠튼을 데려온다면 다저스의 페이롤은 최고 2억5천만달러에 육박할 것이고 이에 따른 사치세 부담은 2~3천만달러 규모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년 연속으로 사치세 부과기준을 넘어선 다저스는 3년 연속 이 기준을 넘을 경우 가중처벌로 사치세율이 기준 초과분에 50%까지 높아진다. 따라서 다저스 수뇌부는 이번 오프시즌에 페이롤을 내년도 사치세 부과기준인 1억9천700만달러 이하로 끌어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연봉조정 대상인 전 주전 포수 야스마니 그란달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 상태다.
그런 다저스가 엄청난 추가 연봉부담을 무릅쓰고 스탠튼 영입전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물론 에이드리언 곤잘레스(내년 연봉 2천236만달러)나 스콧 캐즈미어(1천7백67만달러)같은 부담스러운 계약을 덜어내면서 트레이드가 가능하다면 모르지만 그런 계약을 받아줄 팀이 쉽게 나올 리가 없다. 더구나 다저스는 내년 시즌 종료 후 FA시장에 나오는 초대형 스타들인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 찰리 블랙먼 등과 함께 내년 시즌 후 옵트아웃 권리가 생기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FA시장에 나서는 경우도 신경 써야 한다. 스탠튼을 붙잡을 여력이 있을지 의문시된다.
하지만 다저스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샌프란시스코의 스탠튼 영입은 불발될 수 있다. 스탠튼이 트레이드를 승인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미 마이애미의 새 구단주 데릭 지터는 스탠튼에게 “트레이드를 승인하지 않으면 팀의 다른 주요선수들은 트레이드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뼈만 남은 팀에서 뛰게 될 것”이라고 협박성 압박을 가했고 고든의 트레이드로 그 협박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지만 스탠튼이 그런 협박에 굴복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스탠튼 입장에선 다저스가 올해 움직이지 않는다면 원치 않더라도 마이애미에서 1년을 더 뛰고 다음 번 기회를 기다릴 수도 있다. 어차피 트레이드 거부권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스탠튼이기에 마이애미로선 그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별다른 방법이 없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입장에서도 스탠튼을 영입할 경우 페이롤에서 다저스와 똑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구나 스탠튼은 엄청난 계약규모로 인해 가성비 측면에서 실제로 팀에 보탬이 된다고 장담하기 힘든 선수다. 샌프란시스코로서는 현재 쫓고 있는 두 마리 토끼 가운데 한 마리만 잡을 수 있다면 오타니를 붙잡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만약 오타니를 놓치고 스탠튼만 잡는다면 이는 둘을 다 놓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나쁜 시나리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과연 오타니와 스탠튼은 누구의 품에 안기게 될까. 샌프란시스코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앞으로 1주일이면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