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대 '달항아리'에 성화가 점화되는 순간. 아래에서 김연아가 최종 점화자로 불을 붙였다. /사진=뉴스1 |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화려한 막을 열었다. 9일 성대한 개회식을 갖고 본격적인 대회 시작을 알렸다. 볼거리도 많았고, 즐길거리도 많았다. 남북 공동입장, 김연아의 최종 성화 점화에 다소간의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9일 오후 8시 평창 올림픽 플라자 내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진행됐다.
이번 개회식은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라는 주제 아래 한국 전통문화 정신인 조화와 현대문화 특성인 융합을 바탕으로 3000여명의 출연진이 꾸미는 한 편의 겨울동화 같은 공연이 펼쳐졌다.
식전행사로 남북 태권도 시범단의 시범 공연이 있었다. 화려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환호를 자아냈다. 특히 관중석 2층에 자리 잡은 북한 응원단은 일사불란한 응원을 선보이기도 했다.
오후 8시 우리말로 카운트다운을 하며 개회식이 시작됐다. 개회식은 '평화의 땅', '태극:우주의 조화', '태극기 게양, 애국가 제창', '선수단 입장', '아리랑:시간의 강', '모두를 위한 미래', '조직위원장 및 IOC 위원장 연설, 개회선언', '행동하는 평화', '선수, 심판, 코치 선서', '성화 점화', '소망의 불꽃'의 순서로 개회식이 진행됐다.
태극기 게양 장면에서는 이승엽(야구)·박세리(골프)·황영조(마라톤)·임오경(핸드볼)·서향순(양궁)·하형주(유도)·진선유(쇼트트랙)·강광배(봅슬레이)가 대형 태극기를 들고 무대에 등장했다. 스포츠 스타이자 전설들의 깜짝 등장이었다. 이들은 천천히 태극기를 들고 스타디움을 돌았고, 이 태극기가 게양대에 걸렸다.
이어 선수단 입장이 진행됐다. 각 팀 선수단이 입장할 때마다 큰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입장 중간에는 이색적인 장면도 있었다. 통가 선수단 기수는 영하의 날씨임에도 상의를 벗은 상태로 등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버뮤다 선수단은 반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관중석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도 깜짝 등장했다. 결과적으로 닮은 사람의 분장이었고, 조직위에 의해 퇴장 처리됐지만, 순간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사진을 찍어주고, 손은 흔들어주는 여유도 보였다.
러시아 기자의 작은 '항의'도 있었다. 한 여성 러시아 기자는 'NO RUSSIA NO GAMES'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다.
러시아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국가가 주도해 도핑을 진행했다는 혐의로 인해 IOC로부터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당했다. 개인 선수 자격으로는 출전할 수 있게 하면서 '러시아에서 온 올림픽 선수(OAR)'로 뛰게 됐다. 국기도, 국가도 사용할 수 없다.
러시아가 반발했지만,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려했던 선수들 가운데 일부는 도핑과 관련된 '맥라렌 리포트'에 이름을 올리며 출전하지 못했다.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도 마찬가지였다.
'NO RUSSIA NO GAMES'라고 쓰인 피켓을 든 러시아 기자. /사진=김동영 기자 |
결국 이에 대한 항의로 풀이된다. 이날 OAR 선수단은 올림픽기를 들고 입장했다. 러시아 국가까지 챙겨온 이 기자는 선수단 입장 도중 피켓을 들었다. 취재진이 몰린 곳이었기에 역시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후 이 기자는 러시아 국기를 몸에 두르고 다시 개회식을 지켜봤다.
선수단 입장 마지막은 '남북 공동 입장'이었다. 입장을 위해 도열하는 순간부터 환호가 커지기 시작했고, 입장이 시작되자 함성과 박스는 더 커졌다. 외신 기자들도 박수를 치는 모습이 보였다.
한반도기를 들고 흰색 옷을 입고 등장한 선수단은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관중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스타디움을 한 바퀴 돈 선수단은 선수단석 가운데에 자리했다.
이후 이희범 조직위원회 위원장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연설이 이어졌다. 평화를 강조했다. 바흐 위원장은 한국과 북한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연설 도중 "자원봉사자 감사합니다", "함께가요 평창"이라고 한국어로 말하며 큰 환호도 자아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개회선언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23회 동계올림픽 대회인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회를 선언합니다"라고 말하며 대회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회선언과 함께 팡파르와 불꽃이 터졌고, 공연이 이어졌다. 가수 전인권, 이은미, 하현우(국카스텐), 안지영(볼빨간 사춘기)가 무대로 올라와 비틀즈의 '이매진'을 열창했다.
다음으로 올림픽기가 입장했다. 강찬용(전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유영(피겨 유망주)·신혜숙(전 피겨 국가대표)·이준서(아이스하키 유망주)·김윤만(스피드스케이팅 은메달리스트)·장유진(스키 유망주)·김귀진(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정승기(스켈레톤 유망주)까지 8명이 올림픽기를 들고 입장했고, 이 기가 태극기 옆 게양대에 걸렸다. 올림픽 찬가가 울려퍼졌고, 선수, 코치, 심판의 선서가 계속됐다.
그리고 성화가 스타디움에 들어섰다. 쇼트트랙의 전설 전이경이 성화를 들고 들어왔고, '골프여제' 박인비가 이어받았다. 다시 축구의 '안느' 안정환이 세 번째로 성화를 받았다.
안정환은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박종아와 정수현에게 성화를 넘겼다. 박종아는 한국, 정수현은 북한의 선수다. 이들은 함께 성화를 맞잡고 계단을 힘차게 걸어 올라갔다.
이어 '피겨여왕' 김연아가 등장했다. 김연아는 흰색 드레스에 스케이트를 타고 나타나 우아한 몸짓으로 짧은 연기를 펼쳤고, 박종아-정수현으로부터 성화를 이어받았다.
김연아는 성화대 '달항아리' 아래에서 불을 붙였다. 이 불은 달항아리까지 연결된 고리 모양의 구조물을 타고 서서히 올라갔고, 성화대까지 도달했다. 대회를 밝힐 성화 점화가 완료된 것이다. 성화 점화와 이어진 공연을 마지막으로 이날 개회식이 모두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으로 분장하고 등장한 일반인 두 명. 결국 조직위에 의해 퇴장당했다. /사진=김동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