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탁턴./AFPBBNews=뉴스1 |
칼 말론과 함께 유타 재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존 스탁턴은 NBA 역사상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인정받는다. 무려 20년간 NBA를 누빈 그는 어시스트(15,806)와 스틸(3,265)에서 독보적으로 역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두 부문 모두 2위에 올라 있는 제이슨 키드(12,091어시스트, 2,684스틸)와의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스탁턴의 어시스트와 스틸 기록은 영원히 깨지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스탁턴이 NBA에 입문한 것은 198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6번으로 유타 재즈가 지명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의 출신 학교를 듣고는 귀를 의심했다. 스탁턴의 모교는 워싱턴주 스포케인에 위치한 곤자가 대학. 1887년에 개교한 사립 대학으로 스탁턴 이전까지 9명이 지명을 받기는 했지만 단 한 명도 NBA 입성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대학의 이름은 농구 팬들에게 낯설 수 밖에 없었다.
디비전 1이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WCC(West Coast Conference)에 속한 탓에 유망주들을 끌어 모이기가 쉽지 않았지만 스탁턴이 NBA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명성을 떨친 덕에 곤자가 대학의 이미지는 점차 개선되기 시작했다.
곤자가가 '3월의 광란'이라 불리는 NCAA 토너먼트에 처음 참가한 것은 1995년. 하지만 곤자가의 이름이 제대로 알려지게 된 것은 두 번째로 토너먼트에 나선 1999년이다. 정규시즌 28승7패를 기록하며 WCC 우승을 차지했지만 64강 토너먼트에서 10번 시드를 받는데 그친 곤자가는 1라운드에서 7번 시드의 미네소타를 75-63으로 완파하며 감격의 첫 승을 따냈다. 32강에서는 2번 시드의 강호 스탠포드를 82-74로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플로리다와의 대결에서는 종료 4초를 남기고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73-7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엘리트 8'에 진출하자 모든 언론이 '신데렐라가 탄생했다'며 대서특필했다.
그 해 우승을 차지한 코네티컷과의 8강 전에서 67-62로 아쉬운 패배를 당해 '파이널 4' 진출에 실패했지만 농구 팬들에게 곤자가란 이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시즌이었다.
이후로 곤자가는 19년 연속 NCAA 토너먼트에 개근하고 있다. 곤자가보다 현재까지 더 오랜 기간 토너먼트에 연속으로 참가하고 있는 팀은 캔자스(28년), 듀크(22년), 미시건 스테이트(20년) 뿐이다.
단순히 참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3월의 광란'에서 곤자가는 늘 주목을 받았다. 2번 시드를 받은 2015년에는 다시 한 번 8강까지 진출하더니 지난 시즌에는 1번 시드를 배정받은 후 결승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비록 노스캐롤라이나에게 71-65로 무릎을 꿇어 첫 우승의 꿈을 미뤄야 했지만 곤자가의 선전은 농구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곤자가 출신으로 가장 높은 순번으로 NBA에 진출한 선수는 애덤 모리슨이다. '화이트 맘바'라고 불렸던 모리슨은 2006년 J J 레딕과 함께 대학 농구 MVP를 공동으로 수상한 뒤 전체 3번으로 샬럿 호네츠에 지명됐지만 NBA에서는 잘 적응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마치고 현재는 고등학교 감독을 맡고 있다.
캐나다 태생으로 7피트의 장신인 켈리 올리닉은 2013년 전체 13번으로 보스턴 셀틱스에 지명된 후 2017년 시즌부터 마이애미 히트에서 활약하고 있다. 2014년에는 존 스탁턴의 아들인 데이빗 스탁턴이 비록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시즌 도중 새크라멘토 킹스와 계약을 체결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아버지와는 달리 크로아티아와 뉴질랜드 프로 리그를 전전하다 현재는 D 리그 리노 빅혼스 소속으로 NBA 진출을 노리고 있다.
NBA 명예에 전당에 이름을 올린 아비다스 사보니스의 아들인 도만타스 사보니스는 2016년 드래프트에서 1라우드 전체 11번으로 올랜도 매직에 지명된 후 오클라호마시티 선더로 트레이드됐다. 현재는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주포로 활약 중이다.
7피트로 장신인 잭 콜린스는 2017년 1라운드 10번으로 새크라멘토 킹스에 지명된 후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로 트레이드돼 백업 센터로 뛰고 있다.
한편 이번 시즌에도 곤자가는 또 다시 토너먼트의 강자다운 면모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7일(한국시간) 열린 WCC 토너먼트 결승에서 라이벌 BYU를 74-54로 대파하고 6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막강 실력을 뽐냈다. 1999년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마크 퓨 감독은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멋진 경기를 펼쳤다. 지금까지 감독을 맡은 이래 가장 만족스런 경기 중 하나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즌 전적 30승4패를 마크한 곤자가는 대학 랭킹 6위에 올라 있어 2년 연속 '파이널 4'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연 스탁턴의 후예들이 2018년판 3월의 광란에서는 어떤 드라마를 써내려 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