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韓영화는 뜨거워..칸 필름마켓 결산②

[★리포트]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5.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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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버닝', '탐정:리턴즈', '허스토리', '물괴' / 사진=스틸컷, 포스터 이미지


제 71회 칸국제영화제는 비교적 한산했다. 넷플릭스란 큰 손이 전면에서 빠진 데다 북미 흥행을 노리는 초대형 작품들이 의도인지 우연인지 칸을 피해간 탓이이유로 꼽힌다. "사람이 줄었다"는 평가가 시작부터 흘러나온 칸의 필름마켓 또한 전년에 비해 한적한 느낌이 역력했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저력은 마켓 곳곳에서 확인됐다. 특히 평단의 극찬 세례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본상 수상이 불발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수상 결과와는 상관없이 마켓에서는 초강세를 보였다.


'버닝'은 올해 공식상영 전 칸에서는 마켓 시사조차 진행하지 않을 만큼 꼿꼿한 자세로 바이어를 맞았다. 그럼에도 공개도 되기 전에 아시아 8개국에 선판매가 되는가 하면, 영화의 높은 완성도에 만족감을 표한 명망 있는 바이어들의 구매 의사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공작'도 평단은 물론이고 세일즈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최근 세계적 이슈로 오르락내리락 했던 남북한 문제를 소제로 삼은 데다 북한의 스파이가 아닌 남한의 스파이가 북한을 대상으로 첩보 활동을 벌인다는 설정이 일단 바이어들의 구미를 당겼다.

한국 장르영화는 이미 믿고 보는 한국 영화 대표주자로의 입지를 확고히 한 모습이었다. 다양한 콘셉트를 가미한 범죄물, 스릴러, 미스터리 영화들이 세일즈사 별로 칸 필름마켓의 대표주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세일즈 관계자들은 "바이어들 사이에 미스터리 스릴러는 한국이 제일 잘 만든다는 인식이 있다"며 세계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이 연출한 하정우 이선균의 'PMC'는 영어 대사, 밀리터리 액션 장르를 내세워 바이어들의 주목을 받았다. 티저 포스터마저도 긴박한 군사작전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CJ 엔터테인먼트 해외팀 관계자는 "영어 대사가 절반 이상인데, 해외 세일즈에서는 그 때문에 영화에 대한 가치 평가 자체가 달라진다"고 귀띔했다.

코믹 추리극인 '탐정:리턴즈'는 이번 칸 필름마켓에서 13개국에 판매됐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판매 문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1편이 성공했다는 믿음이 있는 데다, 새롭게 합류한 이광수가 아시아권에서 인지도와 인기가 상당해 더욱 관심을 받았다.

류준열 주연의 '돈', 김윤석과 주지훈이 주연을 맡은 '암수살인', 마동석표 액션영화를 내세운 '성난 황소' 등 쇼박스의 대표 주자들도 한국형 장르영화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올 하반기 개봉하는 이성민 주연의 범죄스릴러 '목격자' 또한 믿음직한 한국 스릴러로 칸 필름마켓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마켓 시사부터 바이어들의 적극적인 발걸음이 이어졌다. 콘텐츠판다 관계자는 "선판매를 논의하는 단계에서 리메이크 제안이 올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조진웅 류준열 차승원 고 김주혁 등 묵직한 한국 대표 배우들이 뭉친 범죄스릴러 '독전' 또한 칸 영화제에서 진행한 마켓 시사가 시작부터 만석이 될 만큼 관심을 모았고 일찌감치 칸 마켓에서 북미 개봉일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M라인이 해외 세일즈를 맡은 공포물 '속닥속닥' 또한 한국 공포물의 저력을 알렸던 '곤지암'에 이어 해외 세일즈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올해 겨울 개봉을 준비하는 '기묘한 가족' 또한 주목받은 기획이다.

사극은 해외에 통하기 어려운 장르라지만,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운 사극, 시대극도 칸의 필름마켓의 주목을 받았다.

김명민 최우식 혜리 등이 주연을 맡은 조선 몬스터 무비 '물괴'는 칸 필름마켓이 시작되자마자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부르나이,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 국가를 비롯해 독일, 호주, 스위스 등에 판매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고전 사극과 몬스터 액션, 크리처 무비의 매력을 더했다.

조인성 주연의 대형 사극 '안시성'도 또한 화제였다. 배우의 몸에 카메라를 부착하는 등 할리우드식 신선한 촬영기법을 접목시킨 사극 액션물로 올해 칸 필름마켓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중국발 훈풍이 감지되는 가운데 일본 관부재판 실화를 담은 '허스토리'도 바이어들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삼은 작품인 만큼 최근 적극적으로 활동 중인 중화권 바이어들이 특히 관심을 보였다. 칸 마켓시사는 눈물바다가 됐다는 후문이다.

'프리즌' 나현 감독이 연출하는 '더 밴드'(가제)는 올해 칸 필름마켓에서 처음 공개된 프로젝트로, 시작부터 관심을 받았다. 한국 최초의 애국가를 작곡했으며, 최초의 근대식 군악대를 만든 독일인 음악가 프란츠 에커트와 젊은 군악대원들의 이야기라는 간단한 소개만으로도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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