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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 감독의 '상류사회'가 지난달 29일 개봉했습니다. '상류사회'는 교수와 미술관 부관장 부부가 각각 국회의원과 미술관 관장이 돼 상류사회로 입성하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립니다. 재벌가와 국회의원 등 권력의 민낯과 중산층의 위선을 그리려 했답니다.
작품 의도와는 별개로 '상류사회'는 노출 그리고 파격 베드신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건, 영화 속 재벌회장으로 등장하는 윤제문과 일본 AV배우 하마사키 마오의 베드신입니다. 노골적입니다. 적나라하구요. 불쾌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불쾌함을 느꼈다면 감독의 의도와 맞았던 것 같습니다. 변혁 감독은 문제의 장면을 그런 의도로 연출했다고 합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알겠지만 두 사람의 정사는 그대로 예술 작품인양 만들어집니다. "예술은 똥"이라는 말도 그래서 덧붙여지죠.
이 베드신은 모티프가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네오 팝아티스트 제프 쿤스가 만든 '메이드 인 헤븐'을 모티프로 했다더군요. 제프 쿤스는 치치올리나라는 예명으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포르노 배우 일로나 스톨러와 결혼했습니다. 치치올리나는 이탈리아 국회의원도 했죠. 제프 쿤스는 치치올리나와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을 사진과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해 '메이드 인 헤븐' 연작을 제작했습니다. 예상대로 뜨거운 찬반이 일었습니다.
'상류사회' 속 윤제문과 하마사키 마오 베드신은 바로 '메이드 인 헤븐'을 차용했다고 합니다. 베드신 위로 고막이 터질듯이 들리는 OST가 비제의 오페라 '진주 조개잡이' 중 '신성한 사원에서'인 것도 그런 의미라고 합니다. 예술이란 미명 아래 추악한 욕망을 고급스럽게 포장하는 상류사회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려고 했답니다.
이런 감독의 의도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관객의 몫일 것입니다. 적나라한 위선으로 느낄지, AV배우 베드신에 대한 호기심으로 볼지, 불쾌함의 덩어리로 여길지. 그런 표현 방법 자체를 감독의 위선으로 여길지도 역시 관객의 몫입니다.
주목할 건, '상류사회' 소비 형태입니다. 이제 첫 주라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합니다만 평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 관객이 많이 몰리고 있습니다. 강북보다는 강남에서 이 시간대에 관객이 몰리고 있습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로는 특이합니다. 과거 김대우 감독의 '방자전' 관객 동향이 그랬습니다.
포르노를 예술인양 드러내는 위선. 이 위선에 더 적극적인 반응이 있는 게 하필이면 그쪽인 것도 흥미롭습니다. 권력은 부동산과 같습니다. 입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상류사회'도 권력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가장 높은 곳에서,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이 더 크다는 건, 여러모로 흥미롭습니다.
'상류사회' 최종 흥행 성적이 나오면, 좀 더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