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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게임 쪽에서도 이 대세를 모른 척할 수 있겠습니까? 게임에서 만날 수 있는 퀸과 그들의 음악,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서 록 스피릿으로 충만한 게임들, 한번 살펴보고 가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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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여길 내려다보며 흐뭇해 하고 있겠죠. |
어찌 보면 한국에서는 그냥 원래부터 퀸을 좋아했던 팬들이 보고 흥겨워 하며 오래 전을 추억하는 것 정도로 조용히 스크린에서 내려갔을 수도 있을 영화였습니다. 그런 보헤미안 랩소디(이하 보랩)에 불을 지핀 건 다름아닌 ‘싱어롱’ 상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생판 처음 보는 남들과, 마치 콘서트를 보러 온 한 아티스트의 팬들처럼 공감하며 같이 어깨를 들썩이고 발을 구르며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르는 장관이 상영관마다 연출되면서 새로 퀸을 영접하는 뉴비들이 생김과 동시에 N차 관람을 넘은 1N차, 2N차 관람이 속출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러한 경험과 게임 플레이는 매우 유사하죠. 수동적으로 보거나 듣거나 하는 게 아닌, 패드를 손에 쥐고, 아니 특히 음악과 함께 하는 ‘리듬 게임’이라면 모션 인식 카메라 앞에서 몸을 쓰거나 무언가의 ‘전용’ 컨트롤러를 가지고 악기를 연주하는 것인데, 이 리듬 게임들에서 퀸을 ‘영접’하는 게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하모닉스(Harmonix)’라는 개발사가 있습니다. 원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용 음악 게임을 개발하던 곳으로, ‘카라오케 레볼루션’이라는 게임을 만들었죠. 이곳에서 2005년 발매한 ‘기타 히어로’라는 게임이 그야말로 ‘메가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필자도 그 대열에 동참해 (그 때는 국내 발매가 안 되었으므로) 해외 직구로 구매, 꽤 몰입해 즐겼었고 한 발 더 나아가 ‘나도 기타를 진짜 연주하고 싶어!’라는 마음에 정말로 기타를 배웠더랬답니다. 그 후엔 이런저런 어른만의 사정으로(ㅜㅜ) 그만두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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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기타 히어로의 기본 플레이 화면이랍니다. (사진은 기타 히어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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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기타 게임들의 3버튼에서 5버튼으로 리얼리티가 훨씬 높아진 이것으로 정말 메인 기타리스트가 된 느낌이 들었죠. |
지금도 중고 사이트 등에서 아주 착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360과 모션 인식 센서인 키넥트(Kinect)만 있으면 무려 'Don’t Stop Me Now'와 빌보드 No.1 히트 싱글 'Another One Bites The Dust'를 흥겨운 댄스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겁니다. 캐주얼 지향의 댄스 게임이라 판정도 후하다고 하니 가족들과 함께 퀸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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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화 ‘보랩’의 한국 개봉과 관객 700만 돌파가 우리에게 알려준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록은 영원하다!’라는 불멸의 법칙일 겁니다. 우리가 여기서 퀸과 프레디의 목소리만으로 만족할 것인가요? 이제 방전됐던 록 스피릿을 게임 속에서 찾아 떠나볼까요?
록의 감동을 직접 체험하는 데는 역시 리듬 게임!
리듬 게임은 ‘게임’의 목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현실에서는 해보지 못하는 것의 ‘대리 경험’인데요. 코나미의 ‘기타 프릭스’, 코에이의 ‘기타루맨’, 그 유명한 ‘DDR’ 등 걸출한 게임들을 여러분들 모두 한 번씩 해보셨으리라 믿습니다. 여기서는 비교적 최근까지 꽤 오랜 시간 동안 큰 발자취를 남긴 ‘기타 히어로(Guitar Hero)’–‘록밴드(Rockband)’–‘록스미스(Rocksmith)’, 세 게임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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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한때 이걸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
‘록스미스’의 개발사이자 발매처인 Ubisoft는 기타 문외한도 이 게임을 꾸준히 즐기면 ‘프로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를 하곤 했고 실제로 게임을 통해 기타를 잘 치게 된 사례를 역시 홍보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 게임들에는 어떤 곡들이 들어있을까요? 우리가 ‘명작’ 혹은 ‘마스터피스’라고 부르는 거의 모든 장르의 록 음악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게다가 DLC라는 추가 유료 컨텐츠 시스템이 보편화된 요즘, 계속해서 새로운 음악들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
퀸의 We Are The Champions?
푸 파이터즈의 Everlong?
없는 게 없답니다. 'Smoke On The Water'는 묵직한 멜로디 리프가 일품인 딥 퍼플의 대표곡으로, 기타 입문자라면 누구나 필수로 거치게 되는 연주 레파토리이며, 'We Are The Champions'는 'We Will Rock You'와 세트로 묶어 퀸 라이브 공연 때마다 연주되는 베스트 & 스테디 셀러입니다.
바이크의 악셀을 풀 스로틀로 밟아보자!
1990년대를 풍미한 장르인 포인트-앤드-클릭 방식의 어드벤처 게임이지만 지금은 ‘한 물 간’ 장르가 되었죠. 이 장르에서도 빛나는 록 스피릿을 뽐내는 게임이 하나 있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개발사 루카스아츠의 ‘풀 스로틀(Full Throttl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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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 폭주족… 풀 스로틀… 가죽재킷… 번쩍이는 장신구들… 딱 헤비메탈이 떠오르지 않나요? 오프닝 신의 음악을 포함, 게임의 전 사운드트랙을 맡은 건 ‘곤 재칼(The Gone Jackals)’이라는 메탈 밴드였습니다. 이들은 메이저 밴드는 아니었지만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궁합이 딱 맞는 멋진 음악을 선보였습니다.
‘SCUMM 시스템과 iMUSE’라는 90년대 이 장르의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루카스아츠의 실력을 십분 발휘했고, 역시 게임의 분위기 및 소재에 맞게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액션 아케이드 모드를 채택하기도 한 매력적인 풀 스로틀, 반갑게도 발매된 지 20여년 만인 작년에 PC판과 PS4, 비타 등 여러 플랫폼으로 리마스터 버전이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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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아츠 어드벤처 게임에서 최초로 액션이 등장한... |
바이커와 폭주족, 그리고 헤비메탈 하면 또 하나, 바로 그 유명한 ‘그랜드 세프트 오토 IV(GTA IV)’의 확장팩인 ‘로스트 앤 댐드’를 빼놓을 수가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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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관통하는 록 레전드를 영접하며 마피아 행세를 해보자
간혹 'GTA 짝퉁'으로 평가절하되는 경우도 있으나 엄연히 수작의 대열에 올라와 있는 '마피아' 시리즈는 2002년 처음 등장해 지금까지 총 3편이 발매되었습니다. 1편부터 3편까지, 마피아의 전성시대부터 몰락기까지 반세기 간의 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각 편의 주인공인 토마스 안젤로, 비토 스칼레타, 링컨 클레이는 각자의 사연으로 그 시대의 마피아 활동에 몸담게 되어 때로는 격렬한 카 체이스를, 때로는 잔인한 머신건 파이트 등을 경험하며 배신과 음모가 점철된 마피아 라이프 속에 몸을 맡기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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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It, Black'은 록 앤 롤 하면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롤링 스톤스의 대표곡으로, 베트남전으로 대표되는 우울한 60년대 미국의 정서를 잘 묘사하고 있어 베트남 전쟁 관련된 곳에 단골로 등장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필자와 같은 아재들이라면 미국 전쟁 드라마 ‘머나먼 정글(Tour Of Duty)’의 오프닝 곡으로 익숙할 겁니다.
크림은 또 어떤가요. ‘유 노우 에릭 클랩튼?’ ‘유 노우 진저 베이커?’ 급이라고 보면 딱 맞을 초 수퍼 울트라 밴드의 초 히트 앨범 'Wheels Of Fire'의 대표곡 'White Room'… 이렇듯 마피아 시리즈는 그냥 수록된 사운드트랙만 봐도 게임 이상의 가치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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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차 안에선 재니스 조플린을 감상합시다~♡ |
격투 게임은 인간의 원초적인 승부욕을 잔뜩 자극시키는 특징이 있기에 사용되는 BGM도 강한 비트와 금속성 메탈 사운드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게임을 소개합니다. 바로 아크시스템웍스의 간판 격투 게임 '길티 기어' 시리즈 중 '길티 기어 XX (이그젝스) #Reload (샤프 리로드)'입니다! (이하 샤프 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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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국내 최고의 헤비메탈-록 밴드 중 하나인 'N.E.X.T'가 샤프 리로드의 음악을 맡은 것은 발매 당시에도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때만 하더라도 게임의 홍보에 연예인 등 유명인사가 참여하는 것 외에 게임의 개발(현지화도 엄연한 개발 과정이지요)에 참여하는 건 드문 일이었고, 그만큼 빅 뉴스였던 겁니다.
샤프 리로드의 한국판 BGM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외 글로벌로도 큰 인기를 거두었으니, 지금 유튜브에 'korean'으로 검색해보시면 리스트가 쫙~ 뜨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현역 당시에도 이미 록 매니아들에게 영웅이었지만 안타까운 젊은 나이게 떠나서는 '영원한' 영웅이 되어버린 신해철 형님과 그가 이끌던 최고의 밴드 N.E.X.T.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샤프 리로드의 BGM을 감상하면서, 친구와 '찐한' 주먹다짐 한 판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게임 속에 해철 형님이 직접 목소리를 녹음한 캐릭터가 있다고 하니 한 번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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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처음 마주했을 때의 모습을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
그렇게나 퀸을 좋아해 개봉 첫날 혼자 극장을 찾아 눈물을 흘렸으면서도... 막상 또 싱어롱 관을 찾아가 보려니 부끄러워서(...) 여태껏 망설이고 있던 필자, 결국은 모든 스크린에서 내려가기 전에 2회차 관람이 성공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합니다. 가슴 안에 있는 록 스피릿은 결코 꺼지지 않았다는 것을.
이 글을 다 마무리하고 나면 록 스미스와 함께 즐길 만한 번듯한 기타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근처 악기숍에 들러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