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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정현준 기자= 지난 2010년 등장한 만 18세 손흥민이 9년이 흐른 지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성장했다.
이번 시즌 활약은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크다. 손흥민은 개막 전부터 대표팀, 토트넘을 분주히 오갔고, 숨 돌릴 틈도 없이 경기에 나섰다. 고된 스케줄로 체력 고갈에 대한 걱정이 컸다. 하지만 손흥민은 놀라운 경기력을 펼쳤고,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뇌리에 존재를 새겼다.
최고의 선수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손흥민은 리그에서만 12골 6도움, 시즌 통틀어 20골 7도움을 올려 토트넘의 대체 불가능한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다.' 시즌 초 침묵을 딛고 화려하게 날아오른 손흥민에게 걸맞은 문장이다.
월드컵+아시안게임 여파…침묵에 빠진 SON(8~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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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지난해 6월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 멕시코에 득점포를 가동하며 기세를 떨쳤다. 그러나 시즌에 돌입하자 발끝이 침묵했다. 스피드를 살린 특유의 탄력적인 움직임은 무뎌졌고, 상대의 거친 압박에 맞설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의 출장 시간을 조절하며 체력 안배에 힘썼지만 두드러진 성과는 없었다.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다. 손흥민은 지난해 8월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개막전을 마친 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섰다. 그는 한국을 축구 종목 2연패로 안내했지만 이후에도 쉴 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잉글랜드, 인도네시아, 한국을 왕래하는 일정으로 지치는 게 당연했다.
경쟁자들의 분전도 손흥민의 입지를 위협했다. 그가 없는 사이 에릭 라멜라, 루카스 모우라가 토트넘의 주축으로 자리를 꿰찼고, 뒤늦게 합류한 손흥민은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경기에 나섰다. 들쭉날쭉한 출전에 기량을 펼칠 기회도 줄어들었고, 10월까지 9차례 공식전에서 1도움에 머물렀다. 이마저도 FC바르셀로나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경기. 리그에서는 단 하나의 공격 포인트도 없었다.
전환점 된 A매치 휴식, 비상 시작 알렸다(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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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11월 첫 경기였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카라바오컵에서 멀티골로 반전을 꾀했다. 울버햄튼 원더러스와 리그 경기에서도 도움을 추가했다. 조금씩 감각을 살리던 손흥민은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배려로 11월 A매치 명단에서 빠졌고, 모처럼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2주간 재충전한 손흥민이 부활했다. 강호 첼시를 무너뜨리는 놀라운 골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홈구장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EPL 13라운드에서 50m를 단독 질주한 뒤 침착한 마무리로 토트넘에 승리를 안겼다. 은골로 캉테, 조르지뉴, 다비드 루이스 등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들을 따돌리고 터트린 한 방이었다.
환상적인 골에 찬사가 쏟아졌다. 손흥민이 후반 33분 교체되자 관중들은 기립 박수로 활약상을 높이 평가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경기 후 "손흥민의 골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조르지뉴와 루이스를 차례로 제쳤다. 특히 루이스는 손흥민에게 완벽히 속았다"며 최고의 결정력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7골 3도움+파워랭킹 1위' EPL 평정한 손흥민(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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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전 원더골은 시작에 불과했다. 아스널전 패배로 기세가 꺾인 상황에서 사우샘프턴을 만나 토트넘의 세 번째 골을 안겨 분위기를 살렸다. 이어진 레스터 시티와 EPL 16라운드에서는 1골 1도움으로 팀의 2골 모두 기여해 기분 좋은 승리를 선물했다.
물오른 손흥민에게 거칠 것이 없었다. 아스널과 카라바오컵을 시작으로 에버턴(2골 1도움), 본머스(2골), 울버햄튼(1도움)을 맞아 연속 공격 포인트를 작렬하며 시선을 모았다. 특히 토트넘은 본머스와 경기에서 손흥민의 활약으로 5-0 대승을 거뒀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3라운드 3-0 승리 후 처음으로 리그 2위에 올랐다.
손흥민은 12월 동안 리그 6골 3도움, 컵대회 포함 7골 3도움을 폭발했다. 빼어난 성과에 EPL도 눈여겨봤다. EPL 사무국은 버질 판 다이크, 모하메드 살라(이상 리버풀), 해리 케인(토트넘), 에덴 아자르(첼시)를 비롯한 걸출한 경쟁자들과 손흥민을 12월 이달의 선수상 후보로 선정했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손흥민이 보여준 12월 활약상에 EPL이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걸 나타내는 대목이다.
최고의 선수를 평가하는 지표인 파워랭킹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손흥민은 에버턴전 멀티골에 힘입어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선정한 18주차 파워랭킹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에 등극했다. 19주차에도 2연속 1위를 고수하며 위세를 떨쳤다. 뜨거웠던 2018년 한 해의 화려한 마침표였다.
강행군 끄떡없다! 지쳐도 발끝은 화끈(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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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도 순항을 이어갔다. 손흥민은 카디프 시티(리그, 1골 1도움), 트랜미어 로버스(FA컵, 1골 2도움)에 맞서 토트넘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했다. 그러나 변수가 있었다. 손흥민이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차출로 자리를 비워야 했다. 손흥민의 아시안컵 출전은 영국에서도 화제였다. 팬들은 에이스 부재에 연일 안타까워했고, 영국 언론은 한국의 성적에 따른 손흥민 결장 경우의 수까지 분석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EPL 22라운드를 마친 손흥민은 곧장 아랍에미리트로 향했다. 우승을 노렸던 한국은 손흥민의 가세로 자신감을 표출했으나 결과는 8강이었다. 카타르를 상대로 예상외 일격을 맞았고, 끝내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손흥민의 복귀에 토트넘 팬들은 반색했지만 걱정이 있었다. 그는 극심한 체력 소모로 아시안컵에서 아쉬운 경기력을 펼쳤다. 취재진을 향해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아시안컵에 와서 몸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 잠도 못 잤다. 더 잘해야 했지만 체력 문제가 있었다"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에 포체티노 감독은 크리스탈 팰리스와 FA컵 일전에 손흥민을 제외하며 컨디션 관리에 치중했다.
숨을 고른 손흥민은 날카롭게 돌아왔다. 왓포드전 선발 출격한 그는 0-1로 뒤진 후반 35분, 페르난도 요렌테와 수비수 맞고 굴절된 볼을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어 균형을 맞췄다. 뉴캐슬을 상대한 EPL 25라운드는 후반 막판 결승골을 터트려 승점 3점을 확보했다. 해리 맥과이어가 나선 레스터전에서는 고전했지만 추가시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토트넘 공격의 핵 케인이 부상으로 이탈한 공백을 완벽하게 채웠다.
아시안컵 이후 손흥민의 모습은 대표팀 합류 전과 조금 달랐다. 토트넘, 대표팀에서 강행군을 치렀고, 경기 막바지에 이르면 힘겨워하는 기색이 잦아졌다. 하지만 체력과 골 결정력은 별개였다. 볼이 찾아오면 스피드로 수비를 제치고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전까지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벼 상대를 괴롭혔다면, 뛰어난 집중력으로 기회를 살리는 피니셔 면모가 돋보인 시기였다.
'살아난 득점력+토트넘 역사 장식' 파란만장 9개월 장식(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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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줄 모르던 손흥민이 주춤했다. 케인이 부상을 털고 돌아오자 손흥민은 해결사보다 파트너, 도우미 역할에 집중했다. 자연스레 발끝도 잠잠해졌다. 번리와 EPL 27라운드부터 챔피언스리그 포함, 6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케인의 복귀와 맞물려 손흥민이 침묵하자 호흡이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손흥민과 케인은 지난 1월 이후 오랜 시간 발을 맞추지 않아 시간이 필요한 건 당연했다.
우려가 커지던 상황에서 손흥민이 다시 폭발했다. 지난달 4일 신 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치르는 첫 경기에서 역사를 새겼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10분 수비수 2명을 벗겨내고 왼발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이 골은 토트넘이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기록한 첫 골이었고, 손흥민은 토트넘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6일 뒤 열린 UCL에서도 손흥민은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거함 맨체스터 시티와 UCL 8강 1차전에서 깊게 찔러준 패스를 살려 과감한 슈팅으로 골문을 뚫었고, 신 구장 첫 UCL 득점자에 올랐다. 그는 허더즈필드 타운과 리그 경기에서 단 6분을 소화하고도 모우라의 골을 도왔고, 이어진 맨시티와 8강 2차전에서 전반 10분 만에 멀티골을 쏘아 올려 토트넘의 첫 4강 진출을 이끌었다.
고공행진을 달리던 손흥민이 암초를 만났다. 다음 시즌 UCL 진출권이 달린 싸움에서 이달 4일 본머스를 만났다. 초반부터 헤페르손 레르마를 비롯한 본머스의 견제에 시달렸고, 거친 몸싸움에 감정이 격앙됐다. 결국 그는 전반 43분 레르마를 강하게 밀치며 분노했고, 레드카드를 받아 리그 최종전에서 결장했다.
예상치 못한 EPL의 마무리였지만 손흥민의 지난 9개월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깊은 부진에 빠져도 서둘러 털어내며 한때 토트넘의 우승 경쟁을 이끌었다. 주축 선수들의 연속 이탈로 비틀거리는 토트넘의 기둥으로 중심을 잡았다. 무대를 가리지 않는 손흥민의 활약에 각국 언론은 연일 박수를 보냈고, ‘월드클래스’ 등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의 2018/2019시즌에 한국도, 전 세계 축구 팬들도 감탄을 연발했다.
손흥민 2018/2019시즌 공격 포인트 총합
EPL 31경기 12골 6도움
UCL 11경기 4골 1도움
카라바오컵 3경기 3골
FA컵 1경기 1골
■ 2018/2019시즌 46경기 20골 7도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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