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우 하재숙 인터뷰/사진=이동훈 기자 |
인터뷰를 통해 만난 하재숙(40)은 긍정적이고 활기찬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었다. 더운 여름 매 촬영 마다 4시간이 넘는 특수분장으로 촬영이 힘들었을 법도 한데 피로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드라마처럼 기적의 향수가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하루하루가 재밌고 현재에 만족하면서 산다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인터뷰를 하는 동안 궁금증이 해결됐다.
"재밌는 일이 직업이 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또 결혼 생활도 만족스럽다. 남편을 만나고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남편이 저에게는 현실 서이도"라고 남편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집이 강원도인데 3주 정도 못 갔다. 정말 가고 싶다. 계곡도 갈거다. 계곡에 있으면 행복함을 느낀다. 그냥 가방에 물이랑 천도 복숭아를 들고 가서 거기에 누워있고 싶고 스쿠버 다이빙도 하고 싶다. 산과 바다가 주는 힘이 저에게는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퍼퓸'에서 어린시절 모델의 꿈을 키웠지만 이제는 현실에 안주한 주부 민재희 역을 맡았다. 기적의 향수를 통해 20대의 민예린(고원희 분)으로 변신하는 인물이다. 결혼 생활도 일도 행복한 하재숙을 스타뉴스가 만났다.
-'퍼퓸'이 종영했다.
▶저는 작품을 할 때마다 하나하나 정말 집중해서 했다. 그런데 특히 재희를 유난히 사랑하고 이도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보니 재희와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쉽다. 이도와 재희의 아픔을 공감했고 정말 사랑했다. 실제로 제가 재희 같은 면이 있다. 저한테 재희는 안아주고 싶은 캐릭터다. 많은 분들도 알아주시고 공감해주신 것 같다
-캐릭터에 대한 공감 때문에 작품을 선택한 건지.
▶시놉이랑 일부 대본을 보고는 '미녀는 괴로워'랑 겹칠 수 있을 것 같아서 걱정했다. 단순히 비교당하는 걸로 걱정이 됐다기 보다는 외모지상주의 결말로 끝날까봐 걱정했다. 그런데 서이도랑 로맨스가 있다고 해서 바로 덥썩 물었다.(웃음) 제가 주저 하는 모습 때문에 감독님이 설득을 많이 해주셨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주변에 친구들이나 언니들이 저를 이렇게까지 공감하고 응원해준 적이 없었다. 주부님들이 정말로 응원을 해주셨는데 그러다 보니 사명감도 들었다.
-촬영이 힘들지는 않았나.
▶옷이 3kg정도 되니까 오래 입고 있으면 허리도 아프고 몸도 잘 못 가누고 넘어져서 팔도 크게 다쳤다. 신체적으로 힘든 점도 많았지만 나중에는 그걸 떼려고 하니 아쉬웠다. 덥고 힘든데 다들 안타까우셨는지 많이 도와주셨다. 그늘도 만들어주시고 스태프들의 조공이 힘이 됐다.
-특수 분장과 다이어트는 어땠나.
▶감독님이 다이어트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감독님과 약속도 있었지만 재희의 꿈이 패션 모델이니까 재희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첫 촬영부터 지금까지 탄수화물은 전혀 안먹었다. 감독님이 좋아해주시더라.
-연예계에서 외모 때문에 느낀 불편한 시선들도 있었나.
▶외모 잣대가 날카롭고 뾰족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번에 재희가 저를 대신해서 대변을 해주면서 제 안에 있던 여러가지 생각들도 정리가 됐다. 사실 저는 뚱뚱해서 손해본 적은 없었다. 친구들도 든든하다고 좋아해준다. 가끔 옷을 산다거나 여배우들끼리 모여있거나 그럴 때 다이어트 이야기가 나오면 움츠러 들긴 했다. 그런데 사실 그게 자기 관리의 전부인 것 처럼 이야기하는 건 속상하다. 물론 다이어트를 못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답답할 때도 있다는 걸 어느정도 인정한다. 그래도 외모 때문에 가려서 아무 것도 안하는 사람, 게으른 사람이 되는 건 속상하다.
-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한다.
▶어떤 모습이든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이다. 저는 꾸준히 운동하고 저를 위해서 그정도 시간은 투자한다. 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하려고 산책도 자주 한다. 그렇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목표가 미가 되면 머리가 아프지 않나.
![]() |
배우 하재숙 인터뷰 / 사진=이동훈 기자 |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는 어땠나.
▶성록이한테 종방연 후에 고맙다고 연락을 했다. 제가 알고 있는 스태프들에게도 다 연락했다. 신성록이 서이도를 믿게 해줬다. 서이도를 진심으로 좋아했는데 그게 좋았다. 신성록이 갖고 있는 힘인 것 같다. 안는 신을 찍을 때도 '정말 나를 안고 있구나' 싶었다. 정말 편하게 있는 그대로 촬영했던 것 같다. 어제 종방연 파티에서도 그 말을 했는데 이도가 저한테 고백하던 그 피아노 곡을 들을 때도 감정 신이 정말 잘 됐다. 신성록 덕분에 너무 재밌게 촬영했고 크게 힘들지 않았다. 믿게 만들어줘서 고마웠다. 성록이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저도 더 열심히 준비해 갔다. 저한테 좋은 자극이 됐다
-남편의 질투는 없었나.
▶넓은 마음을 가졌다. 이도 안아야하는데 어떡하지 하면 장난을 받아주는 정도. 드라마를 재밌게 봐줬다. 다이어트 하는 걸 불쌍히 여겼다. 주변에서 남편이 살빼서 좋아하겠다는 말을 했는데 남편은 원래도 그런걸로 타박을 하지 않아서 살이 빠졌다고 더 좋아하거나 하는 건 없었다.
-시청률은 아쉽지 않았나.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그런데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스태프들과 배우들끼리 호흡도 좋았다. 연락 안오던 옛친구들한테도 연락이 오더라. 저를 보고 힘이 난다는 주부들의 공감도 힘이 됐다.
-원래 꿈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사인을 하면 사람들이 귀엽다고 하는데 중학교 때 만든 것이다. 유치하긴 한데 어릴 때 막연하게 꿈꿨던 걸 지금 쓸 수 있는 게 좋아서 계속 쓴다. 지금도 늘 꿈을 꾼다. 여름에는 계곡을 좋아하는데 다음주에는 계곡을 가야지하는 등의 소소한 꿈을 꾼다. 장래희망은 한결같이 배우였다. 라디오 DJ도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하고 고민상담도 즐긴다.
-예쁜 역할에 대한 욕심은 없나.
▶예쁜 역할 보다는 좋은 스트레스, 좋은 걱정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같이 하는 친구랑 리허설 하고 그 친구가 어떤 눈빛으로 하는지를 보고 정하는 스타일이다. 이번에 서이도나 다른 친구들이 너무 상상이 잘 돼서 나름의 준비를 딱히 할 것도 없이 그냥 가서 편하게 찍었다. 저는 재희라는 역할이 자칫하면 외모적인 문제들로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어서 조심하면서 찍었다. 이처럼 스트레스 , 공부하면서 찍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엄마 역할, 사이코 패스 역할도 하고 싶고 정말 이것저것 해보고 싶다.
-배우 수애 씨가 커피차도 보내줬던데.
▶저는 수애 씨가 예쁘다보니 성격까지 좋으면 반칙아니냐고 했는데 정말 성격이 털털하다. 둘이서 초등학교 동창처럼 잘 논다. 친구들이 저한테 상담을 보통 많이 하는 편인데 수애한테는 오히려 제가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 자존감이 낮아질 때 그럴 때 수애를 찾게 된다. 진지한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항상 고맙다. 영자언니 은희언니 '밥블레스유' 팀도 챙겨주셨는데 감사하고 죄송하다. 영자언니도 드라마를 보고 '보기 좋더라'고 연락이 왔다.
-무대 욕심도 있나.
▶원래 무대에서 활동 하다가 우연히 '연애시대' 감독님을 만나 방송 일을 하게 됐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한동안은 대학로에서 공연도 안봤다. 작품이 들어오면 무리해서라도 정말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 무대에서 얻는 힘은 엄청나다. 무대는 저에게 반드시 돌아가야하는 곳, 정말 정말 가고 싶은 곳이다. 대학로를 꿈꾸면서 서울에 왔고 많이 배운 곳은 무대라서 항상 무대에 대한 갈증이 남아있다.
-드라마를 보고 예쁘다는 말이 많았다.
▶예쁘다는 말보다 연기 잘한다는 말이 훨씬 좋다. 댓글을 실시간으로 많이 봤다. 저에게는 이번 드라마가 도전이었고 잘 보여질까 하는 걱정에 봤다. 예전에는 악플을 보면 상처를 받아서 잘 안봤는데 지금은 많이 단단해진 건지 다 챙겨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로맨스 역할을 잘할 줄 몰랐는데 잘한다'는 댓글이다. '재희와의 로맨스가 좋았다'는 말도 좋았다. 성록이에게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만나자는 말을 했다.
-예능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
▶'수미네 반찬'에 나가고 싶다. 저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드라마 '파스타' 촬영할 때 평소 요리 좋아하는 게 도움이 됐다. 칼질 같은 걸 연습을 따로 안했다. 요리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무엇보다 김수미 선생님이 따뜻하신 분인 것 같더라. 그래서 출연하고 싶다.
-앞으로의 바람이 무엇인가.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이게 은퇴가 되는 게 아닌가 늘 불안하긴 한데 그 긴장마저 좋다. 작품에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면 누구보다 잘할 자신도 있다. 연기 잘한다는 말을 계속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좋은 작품과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