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괜' 작가 "창작열 지피는 김수현, 존경하게 된 오정세"[★FULL인터뷰]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조용 작가 인터뷰

이경호 기자 / 입력 : 2020.08.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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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김수현과 서예지가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안방극장에 웃음, 감동 그리고 설렘을 안겼다. 시청자들이 두 배우에게 흠뻑 빠져들게 한 주인공이 있다. 집필을 맡은 조용 작가다.

지난 9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 연출 박신우,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스토리티비·골드메달리스트)는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 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 분)와 태생적 결함으로 사랑을 모르는 동화 작가 고문영(서예지 분)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가는 한 편의 판타지 동화 같은 사랑에 관한 조금 이상한 로맨틱 코미디다. 지난 9일 종영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김수현의 군 전역 후 첫 주연 복귀작으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모았다. 회를 거듭하면서 보는 재미를 더했던 김수현의 감정 연기와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서예지, 오정세 그리고 장영남까지 숱한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로맨스, 코미디에 스릴감 넘치는 전개까지 더해져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볼수록 흥미를 더했던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집필한 조용 작가. 그가 스타뉴스를 통해 주연 배우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앞으로 쓰게 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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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마친 소감이 어떤가요.

▶ 작품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훌륭한 감독님과 배우, 스태프분들이 부족한 대본을 차고 넘치도록 채워주셨습니다. 특히 박신우 감독님을 통해 진짜 많이 배우게 됐고, 배우들의 소름 끼치는 호연을 보며 저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너무 짜릿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만약, 행운 총량의 법칙이 있다면 제게 할당된 총량을 이 작품에 다 써버린 것 같아요. 나중이 두려울 정도로요.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던 한 남자와의 제 연애담에서 출발했어요. '인정'하고 '포용'하지 못하고 '편견'어린 시선과 '배척'을 넘어 '도망'으로 새드엔딩을 내버린 편협했던 저의 반성문 같은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저와 반대인 강태라는 단단한 인물을 통해 그때 제가 하지 못했던 인정과 포용을 보여주고 싶었고, 나아가 사과하고 싶었어요. 이 드라마를 집필하는 동안 그 누구보다 제가 가장 많은 치유를 받았고, 그래서 너무 행복했고, 강태라는 캐릭터에게 감사했습니다.

-시청자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여 주길 바랐나요?

▶ '처음엔 낯설고 좀 이상했지만 다 보고 나면 가슴 한 편이 훈훈해지면서 어쩐지 온기가 돌게 되는 작품'으로 평가해주신다면 참으로 영광일 것 같아요.

-'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타이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의미가 담겼던 건가요.

▶ '사이코'는 사이코패스의 사이코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크고 작은 아픔이 있고 남들과 좀 다르고 특이하다는 이유로 외면 받는 이들을 일컫는 단어였어요. 이 제목을 통해 '남들과 다르면 좀 어때? 너는 너대로 괜찮고, 나는 나대로 괜찮잖아', 이런 '별거 아닌' 위로를 제목 속에 함축해 담고 싶었어요.

-작가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은 작품이었나요.

▶ 누구보다 저에게 가장 큰 치유를 선물해준 작품이었죠. 귀한 배우들, 스태프들, 감독님들, 그 모두와의 만남이 기적이었고, 행운이었던 작품이었어요. 사랑한 만큼 아쉬움도 큰 작품이었죠. "용아, 넌 이제 좀 어른이 됐니?"라고 제게 질문을 던져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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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인기를 이끈 일등공신은 김수현인데요. 작가가 본 김수현은 어떤 배우였나요.

▶ 능청을 떨거나, 요염을 부리거나, 취해서 앙탈을 부리는 신들마저 자유자재로 순식간에 색깔을 확확 바꿔가며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작가로 하여금 '쓰는 즐거움을 주게 만드는 탁월한 배우구나'라고 감탄했어요. 그리고 정말 '코믹' 연기를 능청스럽게 아주 잘하는 배우인데, 강태를 통해서는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어요. 또 극중 "형을 설득 못하면 우린 같이 못살아"라며 요염한 눈빛으로 문영이의 애를 태우는 장면이 있었어요. 배우가 피자 끈을 옷고름처럼 입에 무는 애드리브를 쳤더라고요. 그 장면을 보면서 '김수현 배우는 작가의 창작열에 불을 지피는 배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넘어 극 전체의 균형까지 맞춰서 강약을 조절해 연기하는 모습에 특히 더 감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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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극중 문강태의 형 문상태를 연기한 오정세도 화제였죠.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캐릭터를 배우가 잘 표현했어요. 그의 연기는 어땠나요.

▶ 상태는 저도 오정세 배우분도 개인적으로 부담이 큰 캐릭터였어요. 자폐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주면 안 되니까 조심스러웠고 걱정도 많이 됐고요. 오정세 씨는 발달장애인의 일터에 틈만 나면 가서 그곳 친구들과 어울리고 함께 지내면서 친해지려 노력했고, 자폐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자폐인 분들을 먼저 이해하고 그들과 가까워지려고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인간 오정세를 존경하게 됐죠. 그런 과정을 거쳐 오정세는 상태가 되었고, 상태는 곧 오정세였어요. 그리고 애드리브 천재였어요. 대본을 토대로 끝없이 연구하고 파헤쳐서 그 여백을 채우고 더 풍성하게 그려내죠. 그래서 저는 오정세라는 배우는 작가를 성장시키는 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 상태 오빠는 작가인 저도 어른이 되게 만들어 주었어요.

-오정세의 미담(지적장재인과 놀이공원 데이트)이 있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후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 "역시! 역시나!" 그 감탄사를 한 열 번은 한 거 같아요.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감동했고, 울컥했죠. 저런 분이 우리 상태라니. 그래서 더 감사했고. 더불어 상태라는 인물을 괜히 더 사랑하게 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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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문영 캐릭터를 통해 '미친 연기'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 서예지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는데, 작가의 시점에서 본 배우는 어땠나요.

▶ 문영이는 배우가 특히 마음고생이 심했던 캐릭터였어요. 서예지 씨가 특유의 카리스마와 사랑스러움의 반전매력으로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죠. 특히 고라니와 대결신, 강태에게 영혼이 한 줌조차도 없는 사랑 고백신은 서예지였기에 그런 놀라운 임팩트가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또 특유의 저음으로 소리를 내지르는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이라 보는 저도 사랑에 빠질 뻔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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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후반부 문영의 엄마 도희재로 대반전을 선사한 장영남의 연기는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는데, 작가님은 어떻게 느끼셨나요.

▶ 그야말로 '소름'이죠. 시청자분들과 똑같은 반응이었어요. 그냥 딱 얼어붙어 있었어요. CCTV를 쳐다보며 웃을 때나, 차로 병원을 빠져나갈 때의 모습은 제가 상상했던 거보다 훨씬 악의 카리스마가 세게 나와서 어떤 희열을 느낄 정도였어요. 장영남 배우님은 '희재를 품은 행자'를 연기하시면서 심리적 부담이 엄청 크셨고, 막판에 드디어 정체를 들어낼 때 즈음 그 동안 꾹꾹 억눌렀던 뭔가를 터트리듯 마음껏 도희재의 광기를 발산하신 거 같아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똘기 충만한 캐릭터를 선배께 꼭 부탁드리고 싶어요. 하하.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후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나요.

▶ 저는 웃긴데 슬프고, 슬픈데 웃긴 이야기를 좋아해요. 일상에 지친 분들이 드라마를 통해 잠시나마 깔깔깔 웃게 되는 그 소소한 행복을 안겨드리고 싶어요. 실력은 부족하지만 감히 그런 이야기들을 아주 열심히 써보려고 발악 중입니다. 절대 포기 못 하는 게 '개그 코드'이기 때문에 코믹을 베이스로 해서 치열하고 치졸한 리얼 연애물이나 서로 상극인 인물들이 티격태격하는 휴먼가족극을 써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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