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아침이슬' 뮤비 캡쳐 |
김민기 트리뷰트 앨범의 마지막 4차 음원이 지난 28일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선보였다. 나윤선 '가을편지', 노래를찾는사람들 '야근', 정태춘 '강변에서', 크라잉넛 '천리길'과 함께 1차부터 4차까지 음원들에 참여한 아티스트 중 35명이 함께 부른 '아침이슬'이 공개되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아침이슬' 발표 50년을 기념해 한국 문화계의 거목 김민기에 헌정하는 트리뷰트 앨범 ''아침이슬' 50년 김민기에게 헌정하다'의 네번째 파트 음원들이다. ''아침이슬' 50년 김민기에게 헌정하다'의 음원은 총 18곡으로 4주간 공개됐다. 지난 6일, 14일, 21일 권진원(황정민과 듀엣), 박학기, 메이트리, 웬디(레드벨벳), 유리상자, 이날치, 이은미, 태일(NCT), 한영애, 알리, 윤도현, 윤종신, 장필순의 곡이 오픈됐다.
'아침이슬' 음원에는 이번 앨범의 개별 음원 헌정에 참여한 아티스트들 중 권진원, 나윤선, 정태춘을 제외한 35명이 녹음을 함께 했다. 불참한 3인은 개인 사정으로 '아침이슬' 단체 녹음까지는 함께 하지 못했다.
'아침이슬' 단체 녹음 참여 아티스트는 솔로 10명(박학기, 알리, 웬디, 윤도현, 윤종신, 이은미, 장필순, 태일, 한영애, 황정민)과 노찾사(7) 메이트리(5) 유리상자(2), 이날치(6) 크라잉넛(5) 등 그룹 5팀의 멤버 25명이 합쳐져 총 35명이다. 마지막 음원 공개에 이어 조만간 아티스트들의 '아침이슬' 음원 녹음 참여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도 선보일 예정이다.
<'아침이슬' 50년 김민기에게 헌정하다>는 28일 음원 공개를 마무리한 후 7월 중 CD 발매, 8월 이후 LP도 출시된다. 9월 이후 트리뷰트 콘서트도 계획돼 있는데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으로 인해 방역 기준을 준수해 실내 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오늘 공개된 '아침이슬'은 1970년대 학생 운동의 정신을 상징하는 노래이며 금지곡의 대명사다. 작곡자인 김민기보다 더 유명한 '아침이슬'은 1970년대 포크 음악은 물론이고 한국 대중가요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대중에게 가장 오래 사랑받는 명곡 가운데 하나다.
처음 발표된 당시에는 '건전가요' 목록에 오르내리기도 했으나 1975년 가요 재심사 당시 다른 많은 가요들과 함께 금지되었다. 다른 금지곡들과 달리 아무런 금지 사유도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이 노래가 다시 방송을 통해 흘러나올 수 있게 된 것은 1987년 시민항쟁이 있고 난 후였다.
나윤선이 다시 부른 '가을편지'는 김민기의 첫 음반을 주선했던 경음악평론가 최경식의 동생인 가수 최양숙의 노래로 1970년대 초반에 널리 알려졌다. 노랫말은 시인 고은이 썼다. 시적인 노래말과 유려한 선율은 한국 대중가요사의 걸작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이후 많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었고 지금도 애창되는 노래다.
나윤선은 "거장의 음악을 다시 해석하는 것처럼 부담스러운 일은 없다. 나의 부족함을 감추려고 애써봐도 여전히 높은 산의 그늘 아래 머무른다. 김민기 선생님과 마주 앉아 조용히 감사와 사랑을 읊조리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부른다"라고 헌정 작업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야근'은 김민기의 음악극 '공장의 불빛' 중 한 대목이다. 순진한 신입 여공 서무와 다른 노동자들의 대화를 통해 노동자들 사이의 인식 차이를 드러내고 노동자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노동조합을 조직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오래 전부터 군대 등에서 구전되어 온 구전가요의 멜로디를 차용하면서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다.
노찾사 멤버들은 "30년 전에 불렀던 '야근', 다시 부르는 마음이 더 아팠다. 아직도 우리는 그때 꿈꾸던 세상을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먼 길을 왔지만 갈 길이 더 멀다. 이번 김민기 트리뷰트 음반이 또 하나의 발판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강변에서'는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노동자의 모습이 담겨 있다, '시커먼 연기'와 '파란 실오라기'가 대비되고 '호사한 기차'와 '작은 나룻배'가 대비되는 노래말은 여러 가지 상징적 함의를 느끼게 한다.
김민기가 군 생활 중일 때 송창식에 의해 처음 발표된 이 노래는 가사 중에서 '16살 순이'가 '19살 순이'로 둔갑해 있었다. 16살로는 근로기준법상 취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당시 공연윤리위원회의 개작 지시 이유였다.
정태춘은 "내 아주 젊은 시절에 듣고 즐겨 불렀던 노래를 나이 들어 녹음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의 밴드 연주자들 모두를 불렀다. 함께 하자고, 함께 헌정하자고. 그 마음이 저녁 풍경화 같은 그림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민기 형께 그리고, 그분의 모든 팬께…"라고 소감을 전했다.
'천리길'은 처음 군에 입대했을 때 김민기가 근무한 곳은 카투사의 AFKN 방송국이었다. 비교적 편한 군생활을 하던 중 유신 반대운동이 격렬해지고 집회와 공연에서 김민기의 노래들이 자주 불려지자 김민기는 영문도 모른 채 보안부대에 소환되었고 이어 최전방으로 재배치되어 영창 생활을 한 후 제대할 때까지 근무하게 된다.
이 노래는 강원도 산골의 군 생활 중에 작곡한 노래다. 어린 시절의 캠핑 경험, 청년시절의 여행 경험이 녹아 들어 있다. 순수하고 맑은 마음으로 들과 산을 뛰노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크라잉넛은 "소소한 일상과 행복을 위해 흙, 먼지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셔주며, 아침 햇살과 노을을 벗 삼아 초저녁별 들 때까지 유쾌하고 당당하게 걸어가자는 마음을 담아 크라잉넛식 행진곡풍으로 편곡해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나기를 피하랴. 천둥인들 무서우랴. 흙먼지 모두 내가 마시면서 내 땅에 내가 간다.' 이 노랫말처럼 들풀처럼 영원히 지지 않는 푸른 시, 푸른 청춘을 노래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아침이슬' '친구' 등이 수록된 앨범 '김민기'는 1971년 발표돼 이후 '상록수' 등 김민기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대중문화를 넘어 한국 젊은이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는 매개체가 됐다. 김민기는 90년대 이후 극단 학전을 설립, 뮤지컬 제작자로 활동 중이다.
트리뷰트 앨범에는 학전 공연장을 거친 후배 가수들을 중심으로 장르와 세대를 망라한 뮤지션들이 합류했다. 학전 뮤지컬 무대에 섰던 설경구 김윤석 장현성 조승우 등 배우들을 대표해 황정민도 가창에 참여했다. 조동익 윤일상 박인영(스트링) 등 시대를 빛낸 뮤지션들이 편곡을 맡았다.
이번 트리뷰트 앨범은 경기문화재단의 '경기 컬쳐 로드' 사업의 일환으로 강헌 대표이사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이자 성공회대 교수인 김창남을 비롯해 한영애와 박학기(총감독), 작곡가 김형석(음악감독) 등이 중심이 된 '아침이슬' 50주년, 김민기 헌정사업추진위원회가 지난해부터 기획해 왔다.
헌정사업 중에는 트리뷰트 앨범 외에 김민기 동요 음반 제작과 트리뷰트 전시도 진행됐다. 김민기는 수많은 동요를 작곡하고 아동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민기의 예술과 정신에 영향 받은 시각예술 분야 작가들이 오마주 전시회가 지난 10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개최됐다.
가수 김민기 / 사진제공=학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