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故김현식·전태관 떠난 게 아니더라" [★FULL인터뷰]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홀로그램 콘서트 'RE:PRESENT' 21일 개최

윤성열 기자 / 입력 : 2021.07.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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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종진 인터뷰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김)현식이 형이 늘 한남동에서 연습 끝나고 현대차 프레스토로 멤버들을 집까지 데려다 줬어요. (유)재하, (전)태관이, 장기호, 저...그 차에 다시 한 번 타보고 싶네요. 한국 진짜 발전했어요. 그땐 현식이 형 밖에 차가 없었어요."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59)이 어린아이처럼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가히 전설로 불리는 뮤지션들과 뜨거운 청춘을 보냈다. '불세출의 가객' 고(故) 김현식, 천재 싱어송라이터 고 유재하, 위대한 드러머 고 전태관, 빛과 소금 장기호…

김종진은 오는 21일 경기도 수원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아주 특별한 콘서트를 연다. 최신 디지털 기술인 '홀로그램'(3차원 영상 입체사진) 기술을 활용해 고 김현식과 전태관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가리워진 길', '비처럼 음악처럼' 등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명곡들을 들려준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김종진을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 얼굴이 상기된 그는 "지구상에 몇 안되는 기적의 순간을 겪을 수 있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떠난 사람을 다시 불러서 연주하고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故김현식·전태관 떠났지만 떠난 게 아냐"





콘서트 타이틀은 'RE:PRESENT'. 제작은 MBC가 맡았다. 관객들은 첨단기술을 통해 30여년만에 재현된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무대를 경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3월부터 공연 준비에 돌입했다는 김종진은 "처음엔 MBC 제안을 받고 '너무 괜찮다', '꼭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는데 준비를 하면서 바로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을 따라오려면 멀었구나 생각이 들었죠. 인간은 애드리브를 하는데 과학은 그게 어려우니까, 미리 싱크를 딱딱 맞춰서 연습을 해야 했어요. 제가 과학자 내지 수학자가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음악이 이런 모습이라면 지금처럼 대단하게 우리의 삶속에 들어오지 못했을 거예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음악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예술 장르라고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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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종진 인터뷰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그는 첨단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시대에 음악이 과학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매개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휴먼테크 홀로그램이라고 하면 경기부터 일으키는 분들이 꽤 있어요. 과학은 계속 달려나가고 있는 별다르게 설명을 잘 안 하거든요. 우린 계속 따라가야 하니까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아요. 때문에 우리 음악가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과학이 설명하지 않는 빈자리에 인간적인 감성이 들어가야 빛이 나거든요. 결국 과학도 우리를 위해서 발전하는 거니까.."

봄여름가을겨울은 한국 록 음악의 중흥기였던 1980년대 중반 탄생한 밴드다. 1986년 5인조 밴드로 출발해 김현식의 백업 밴드로 활동했으나 멤버들의 연이은 탈퇴로 1988년 김종진(기타, 보컬)과 전태관(드러머) 2인조 밴드로 재편했다. 세월이 흘러 하나둘 떠나보냈지만 동고동락했던 옛 동료들과의 추억은 김종진의 가슴에 문신처럼 깊게 새겨 있다.

"무대 위에 오를 때마다 현식이 형과 같이 있다는 걸 많이 느껴요. 35년 전 무대에서, 방에서 현식이 형과 같이 연주를 했던 기억, 환희에 찬 현식이 형의 모습이 제게 각인되어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떠났다고 말하지만 저한테는 영원히 떠나 보낼 수 없는 사람이에요. 비록 홀로그램이지만, 그들과 같이 연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밴드 멤버들의 연주가 그만큼 다르고 절절하더라고요. 관객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떠난 게 떠난 게 아니구나. 기억 속에 남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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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종진 인터뷰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싱어게인' 이무진, 부모님 즐기던 음악 듣고 자란 세대"





후배 가수들도 이번 공연에 힘을 보탠다. 가수 이적과 거미, 이무진이 각각 무대에 올라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명곡을 부를 예정이다. 특히 이무진은 지난 2월 종영한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 참가해 김종진과 참가자와 심사위원으로 인연을 맺은 사이다. 당시 이무진은 '누구없소?', '골목길' 등 80년대 탄생한 명곡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무대로 호평을 받아 톱3에 이름을 올렸다.

김종진은 이무진에 대해 "부모님이 즐기던 음악을 그대로 듣고 자라면서 이질감이 없더라"며 "현식이 형 노래도 다 꿰고 있고, 봄여름가을겨울 노래도 굉장히 많이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적이 음악을 시작한 배경에도 봄여름가을겨울이 크게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다.

"이적 군이 과거 압구정동에 있는 뮤직샵에 들어가서 봄여름가을겨울 1집 LP를 사서 김진표 군에게 생일선물로 줬대요. 그게 발단이 되어서 패닉을 만들게 됐다고 고백하더군요. 그 동생은 저의 솔 브라더예요. 하하. 거미는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출신이고 재즈 공부를 했는데 전형적인 우리 과 뮤지션이라 공감대가 굉장히 커요. 초창기에 같이 활동했던 김광민 형이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학과장으로 일해서 마침 거미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직접 연락해 부탁했더니 너무 좋다고 흔쾌히 수락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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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종진 인터뷰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故김현식 인간미 넘쳤던 형..故전태관 떠났을 땐 큰 공허함"





고 김현식은 1990년 11월 32살의 나이에 간경화로 생을 마쳤다. 이미 그가 떠난지도 30년의 세월의 훌쩍 넘었지만 그의 음악은 불멸의 히트곡으로 남아 지금도 널리 불려지고 있다. 김종진은 파란만장했던 고 김현식의 인생을 어떻게 회고할까.

"현식이 형은 아주 인간미가 철철 넘치는 형이었어요. 그러면서 삶에 대한 고뇌가 굉장히 많았죠. 그걸 또 항상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사람이었어요. 나중에 보니까 그게 음악을 하는데 되게 중요한 거더군요. 측은지심이랄까? '삶이라는 게 그렇지 뭐, 그럼에도 우린 찬미해야 돼' 같은 밝은 면이 있었어요. 그 형이 있으면 늘 웃게 됐죠.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지만 결국엔 깔깔 웃고 끝나게 만드는 형의 힘은 놀라웠어요. 앞으로 계속 정진하게 만들어준 씨앗이었죠. 타고난 음악인인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선 굽힐 줄도 아는 뮤지션이었어요."

김종진과 인생의 절반을 함께 걸었던 고 전태관도 2018년 12월 긴 암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김종진은 2015년 고 전태관의 쾌유를 기원하며 아들과 함께 33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기도 했다. 죽마고우가 세상과 작별을 고한지도 어느덧 3년. 김종진은 "주인 잃은 강아지 같은 느낌이었다"며 "이런 큰 공허함은 없었다. 내 아내가 정서적으로 큰 도움을 줬고, 밴드 멤버들이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도록 희생해줘서 큰 힘이 됐다"고 돌아봤다.

고 전태관이 생전 좋아했던 곡은 봄여름가을겨울 4집 'I Photograph To Remember'(1993)에 수록된 '영원에 대하여'다. 이 곡은 이번 공연에 고 전태관을 위한 무대로 꾸며질 예정이다. "홀로그램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느낀 건데 알고 보니 떠난 게 아니더라고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마음속에선 모든 게 영원한 것 같아요. 70년대 프랑스 영화 같은 편곡도 넣었어요."

김종진이 애정하는 곡은 김현식의 1집(1980) 수록곡 '당신의 모습'이다. "맨 처음 이 노래를 듣고 현식이 형을 좋아하게 됐고, 현식이 형이 최고의 스타가 됐죠. 첫사랑은 영원히 잊혀질 수 없는 것 같아요. 이번 공연에 이무진이 부르는 '우리 처음 만난 날'이란 곡도 짜릿해요. 노랫말이 오늘을 위해서 만든 것 같더라고요. 현식이 형이 작사한 거거든요."

윤성열 기자 bogo1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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