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주)플러스엠은 "1960-70년대 치열했던 선거판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실존 인물 모티브 스토리 화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킹메이커'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 그리고 1960~70년대 드라마틱한 선거 과정을 모티브로 영화적 재미와 상상력에 기초해서 창작된 픽션이라고 소개한 것.
사실 '킹메이커'는 기획부터 고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선거 전략을 짰던 선거의 귀재 엄창록씨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영화계 비상한 주목을 끈 작품이었다. 2018년 엄창록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와 이호재 감독의 '킹메이커'가 비슷한 시기에 준비됐다. 이후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가 설경구 등이 합류하면서 제작에 돌입해 관객과 만나게 됐다.
'킹메이커'는 기획부터 영화계 안팎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여러 말들이 나돌았다. '불한당' 변성현 감독의 신작에 설경구, 이선균 등 출연이 확정됐는데도 투자사가 중간에 바뀐 것을 두고 말들이 무성했다. 정치적인 편가름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는 터라 영화 완성도와 재미를 떠나 자칫 영화를 보지도 않고 프레임이 씌여질 것을 우려했다는 말들도 많았다.
이 같은 말들을 뒤로 하고 '킹메이커'는 2019년 3월25일 첫 촬영에 돌입했다. 제작고사에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서생(선비)의 문제 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인용해 "서생의 주제의식, 상인의 흥행 감각"이라는 플래카드를 걸기도 했다.
하지만 '킹메이커' 측은 개봉을 결정한 뒤에는 영화가 고 김대중 대통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을 가급적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촬영 종료 이후 '킹메이커' 개봉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계속 미뤄졌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봉 타이밍을 놓치자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이래저래 우려가 쏟아졌다.
이 때문인지, 지난달 22일 진행한 제작발표회에서는 '킹메이커'를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네 번 낙선한 정치인 '김운범'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영화라고만 소개했지, 일절 김대중 대통령과 엄창록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제작보고회에서 극 중 고 김대중 대통령 역할인 김운범 역을 맡은 설경구는 "김운범이란 캐릭터가 워낙 부담스러워서 압박감이 컸다"고 토로했다. 설경구는 '킹메이커'가 현재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재에도 다 연관이 돼 있고, 지금도 통하는 말들이어서 굉장히 부담스러웠다"면서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감독님의 스타일리시한 걸로 풀어내면 또 다른 멋과 또 다른 장르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우면서도 하게 됐다"고 우회적으로 거인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걸 털어놨다.
'킹메이커' 측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고 김대중 대통령과 엄창록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한 픽션이라고 발표한 건, 이런 우려들을 뒤로 하고 전면승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대선 정국을 앞두고 개봉했기에 불필요한 잡음을 피할 수 없다면, 영화 완성도를 믿고 직접 보고 판단하라는 전략인 셈이다.
변성현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옳은 목적을 위해서 옳지 않은 수단을 쓰는 건 옳은 일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아직 내공이 없어서 영화에 멋을 내는 걸 좋아한다. '불한당'이 티를 내는 멋이었다면 '킹메이커'는 티를 내지 않는 멋, 클래식하지만 올드하지 않는 멋, 세련된 정치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변성현 감독은 '킹메이커'를 "클래식하지만 올드하지 않는, 세련된 정치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과연 그의 바람대로, 투자배급사의 의도대로, '킹메이커'가 정치 프레임이 아닌 영화적 재미로 관객에 뜨거운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12월 29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