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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흥국생명전 승리 후 김호철 감독(왼쪽)이 김하경에게 축하를 해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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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경./사진=KOVO |
IBK기업은행(28)의 주전 세터 김하경(25)이 연패 탈출 후 오열하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숨기지 못했다. 김호철(57) 감독은 오히려 채찍질을 하며 강하게 키우고 있다.
당초 주전 세터였던 조송화(29)가 지난해 11월 팀을 이탈하며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결국 다시 복귀하지 못했다. 기업은행이 조송화와 계약해지하며 작별을 고했기 때문이다. 이후 조송화가 계약해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법적 다툼 중이다.
일단 조송화의 논란은 뒤로하고 기업은행은 시즌을 계속해서 치러야 했다. 갑작스럽게 주전 세터 공백은 백업 세터였던 김하경으로 메우고 있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고 할 만큼 세터가 볼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경기 승패가 갈린다. 프로 8년차이지만 주전보다 백업 경험이 더 많았던 김하경에게는 역부족이었다. 세밀한 토스 플레이는 기본, 경기 운용 면에서 보완할 점이 많았다. 이렇듯 어려움을 토로하는 김하경에게 천군만마가 등장했다. 명세터 출신 김호철 감독이 부임한 것이다. 김 감독은 김하경에게 굳은 신뢰를 보내며 경기에 내보냈고, 경험치를 끌어올리도록 했다.
아직은 보완할 점이 많다. 김 감독 및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김호철 감독은 훈련 때마다 일대일로 김하경을 세밀하게 지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은행은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어느덧 연패도 8연패까지 왔다.
그러나 15일 흥국생명전은 달랐다. 김하경은 블로킹 2개, 서브에이스 1개 포함 3득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가장 컨디션이 좋은 표승주에게 많은 공을 올렸고, 몸상태를 많이 끌어올린 외국인 선수 산타나에게도 적절한 배분을 통해 경기를 운용했다. 결과는 풀세트 접전 끝 짜릿한 승리였다.
경기 후 김하경은 눈물을 쏟아냈다. 그런 그에게 다가간 김호철 감독은 얼굴을 감싸며 축하해줬다. 표승주에 따르면 김호철 감독이 김하경에게 무슨 말을 건네자 이내 오열했다고.
김호철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제자를 위로하기보다는 채찍을 들었다. 김 감독은 "(김)하경이는 많이 울어야 합니다"라며 "잘할 수 있는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무너지는 것은 감독을 비롯해 밖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밖에서 도와주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다. 오늘을 계기로 (김)하경이가 조금은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기대를 해본다"고 강조했다.
이날 28득점으로 개인 최다 득점을 올린 표승주는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세터와 호흡을 맞추는 시점이다. 공을 낮게, 빠르게 달라는 부탁을 많이 했는데, 점점 합이 맞아가고 있는 단계다"며 "처음보다는 세터가 많이 좋아졌다. 덕분에 최다득점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김하경에게 감사함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