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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간만에 극장에 찾아온 문제작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영화는 중국 소설가 옌롄커(閻連科)의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마오쩌둥 시대를 다룬 민감한 설정과, 파격적인 성 묘사 등으로 출간 되자마자 중국에서 전량 회수되는 등 판매금지 조치를 당하며 '금서'가 됐다. 책 제목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중국 사회주의 혁명 이후의 정치 슬로건이다. 원작에서는 이 슬로건이 남녀 주인공의 정사 신호로 사용되며 오히려 사회주의를 풍자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출세를 꿈꾸는 모범병사 '무광'(연우진 분)이 사단장의 젊은 아내 '수련'(지안 분)과의 만남으로 인해 넘어서는 안 될 신분의 벽과 빠져보고 싶은 위험한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칸에서 주목 받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7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은 '은밀하게 위대하게' 를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다 갖춘 감독으로 평가 받은 장철수 감독은 이 영화의 파격에 끌렸다. 장철수 감독은 "어느 날 누가 지하철에서 이 책을 보다 너무 야해 황급히 덮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하는 생각으로 펼쳤던 책 속에는 남녀 간의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담겨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뜨거운 감정을 영화의 러닝 타임 안에 오롯이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렇게 장철수 감독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 끝난 후 부터 약 11년간 이 영화를 준비했고,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후 9년 만에 신작 영화를 내놨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에는 '파격' 그 이상은 없는 것 같다. 중국 사회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원작 소설과 달리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70년대 한 사회주의 국가라는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한다. 장철수 감독은 '멜로'라는 장르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어느 구체적인 국가를 지정하지 않고 이 같은 가상 세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주인공들이 사는 세계는 북한을 연상 시키지만 이들은 사투리를 쓰지 않고, 집집마다 걸린 사진 속 인물은 마오쩌둥도, 김일성도 아닌 가상의 주석이다. 감독이 일부러 의도한 이런 설정은 이 영화를 어딘가 붕 뜨게 만든다. 이 때문에 무광과 수련이 영화 후반 체제에 반항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도 크게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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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원작이 갖고 있던 체제에 대한 풍자와 저항의 내용도 영화에 잘 표현되지 않았다. 오로지 남녀 주인공의 파격적인 정사씬만이 나열된다. 오로지 섹스에만 목 마른 여주인공과, 출세를 위해 시작한 불륜에 점점 빠져들며 여성의 몸만 탐닉하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 길게 이어지며 이 영화가 애초에 이야기 하려고 했던 주제 의식들은 점점 아득해진다.
이 작품의 주제를 관통하는 제목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슬로건이 담긴 팻말은 수련이 무광을 자신의 침실로 부를 때를 알려주는 사인으로 쓰인다. 이 슬로건은 어느새 섹스 심볼로만 남게 됐다.
주연 배우 연우진과 지안은 자신을 '갈아넣어' 연기를 펼쳤다. 146분 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두 사람은 집안 곳곳을 누비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정사씬, 체모까지 노출한 파격 도전을 해냈다. 연우진이 왜 지안과 촬영하며 '전우애'를 느꼈다고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배우 지안이 맡은 수련 캐릭터는 다소 아쉽다. 장철수 감독은 품위 있고, 대지와 바다같이 따뜻한 캐릭터 표현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어디인지 모르게 딱딱하고 어색한 느낌이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문제작 그 이상의 생각거리를 남기기에는 힘들듯 하다.
개봉 2월 23일. 청소년 관람불가.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