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맨틱 에러 / 사진=왓챠 |
남성 간의 로맨스를 다룬 이른바 BL 장르는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등 사회적 시선은 다루지 않은 판타지물에 가깝다는 점에서 퀴어물과는 차별점을 가진다. 앞서 대부분 음지에서만 즐기던 BL 장르는 OTT를 중심으로 양지에 등장하며 대세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대중성 대신 마니아 층을 선택한 전략이 통한 셈이다.
지난 1월 왓챠가 선보인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가 대표적이다. '시맨틱 에러'는 컴공과 '아싸' 추상우(박재찬 분)와 그의 완벽하게 짜인 일상에 에러처럼 나타난 디자인과 '인싸' 장재영(박서함 분)의 캠퍼스 로맨스를 그린다.
왓챠 관계자는 "'시맨틱 에러'는 취향을 기반으로 한 팬덤형 콘텐츠에 대한 고객 시청 데이터와 슈퍼 IP의 영상화라는 점에 투자를 결정했다"라며 "'새빛남고 학생회',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와 같은 익스클루시브(독점) 작품을 서비스하면서 확실한 해당 장르의 팬층이 있고 유입에 대한 기대효과가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시맨틱 에러'는 원작이 탄탄해 오리지널 콘텐츠로 영상화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왓챠의 기대는 현실이 됐다. '시맨틱 에러'는 첫 공개 후 꾸준히 왓챠 시청 순위 8주 연속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3월 둘째 주 OTT 콘텐츠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시청 순위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화제성이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트위터 기준 지난 3개월간 언급량이 110만 건을 넘으며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주연 배우 박서함, 박재찬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대중에 각인시키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룹 동키즈는 박재찬의 인기에 힘입어 새 멤버를 영입해 DKZ로 팀명을 변경해 새 출발을 알렸고, 10만 장 이상의 초동 판매 기록을 세웠다. 직전 발매한 앨범이 기록한 1244장에 비해 약 100배 상승한 수치다. 박서함은 군 입대로 전역 이후 본격적인 활약을 펼칠 예정이다. 이렇듯 '시맨틱 에러'는 BL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고 개척자가 된 셈이다.
이에 제2의 박서함, 박재찬을 꿈꾸는 신인배우들도 BL로 눈을 돌리고 있다. BL 콘텐츠 최초로 시즌2까지 제작한 '나의 별에게'의 제작사 에이치앤코 오효빈 대표는 "꾸준히 BL 작품을 준비 중인데 예전에 비해 하고 싶어 하는 배우나 가수분들이 확실히 많아졌다. 이 장르를 신인으로서 거쳐가는 관문이라고 생각하는 시각이 생겨 스펙트럼 넓은 배우들의 출연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나의 별에게'의 주연배우 손우현, 김강민 또한 동반 팬미팅을 여는가 하면 꾸준한 연기 활동을 이어가며 사랑받고 있다.
왓챠는 '시맨틱 에러'의 뒤를 이어 새로운 BL 콘텐츠로 구독자들의 발길을 잡을 모양새다. 왓챠 관계자는 "올 하반기 왓챠 익스클루시브로 다수의 작품을 준비 중이다. BL 드라마 안에서도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작품들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여러 OTT와 플랫폼을 찾는 고객들의 수고 및 불편을 경감시키기 위해 꼭 독점작이 아니어도 가급적 왓챠에서 볼 수 있도록 충분히 BL 작품을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블루밍, 따라바람, 본아페티 / 사진=NEW |
메인 예고편이 공개 되기도 전에 해외 선판매 성과를 이룬 배경에 대해 NEW는 "국내를 비롯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불어나고 있는 K-BL 장르의 큰 인기와 제작진을 비롯한 프로덕션에 대한 웰메이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따라바람', '본아페티', '트랙터는 사랑을 싣고' 등 BL 콘텐츠를 줄줄이 선보일 계획이다.
NEW 영화사업부 김재민 대표는 "팬데믹 환경 속, BL 콘텐츠가 활성화된 국내 및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4편의 BL 드라마는 이미 해외 선판매를 완료했다. 국내외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IP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비즈니스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며 "콘텐츠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시장의 성장을 함께 이끄는 밸류 체인을 구축하겠다"라고 전했다.
다만, 단순히 BL 장르라고 해서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소비층만을 노려 작품성 없이 상품성만을 내세워 내놓은 BL 드라마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을 터. BL 장르를 단순히 남성 간의 로맨스라고 생각해서는 그 어떤 시청자도 사로잡을 수 없다.
'시맨틱 에러'의 김수정 감독은 "이 드라마가 BL 드라마의 연구할 부분을 좀 더 열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며 "예를 들어 단순히 남자들이 웃통을 벗고, 무작정 스킨십을 하는 장면은 이제 먹히지 않는다. 소비층의 변화가 생겼는데 아직도 연구하지 않고 작품을 만들면 그 시장은 결국 도태될 거라고 본다. '시맨틱 에러'도 넓은 타깃층을 포섭하기 위해 편집, 리듬감, 호흡, 음악까지 끝없는 연구를 했고, 그 덕분에 많은 사랑을 주셨다. 다른 BL 드라마도 더 넓은 타깃층을 겨냥해야 더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사람이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제작사 에이치앤코 오효빈 대표는 "'나의 별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젊은 세대의 솔직한 화법이 통했다고 생각한다"라며 "(BL 장르는) 해외 수출이 가능한 K-콘텐츠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작할 때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