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원FC 이승우가 포항스틸러스 신광훈과 치열한 볼 경합을 펼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무대는 2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항스틸러스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17라운드 홈경기였다. 전반 16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그는 후반 17분 '환상골'로 균형을 깨트렸다.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가 머리로 걷어내 반대편으로 흐른 공을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이승우만의 '센스'로 만들어낸 골이었다. 슈팅 각도가 없는 상황이라 모두가 크로스를 예상하던 상황. 이승우는 과감하게 상대의 허를 찌르고 직접 슈팅을 시도했다. 슈팅은 골키퍼 키를 넘겨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승우는 "코너킥이 넘어오는 순간부터 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때렸다"며 "운이 좋게도 잘 들어간 것 같아 너무 좋다"고 웃어 보였다.
이승우의 존재감이 빛난 건 비단 이 골이 전부는 아니었다. 교체로 투입된 직후부터 그는 포항의 측면을 허물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개인기로 상대 수비수를 제쳤다. 김기동 포항 감독이 하프타임 측면 수비에 변화를 준 것도 이승우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김 감독이 "이승우의 왼쪽 돌파가 워낙 좋았다. 몇 번 위기를 맞아 하프타임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을 정도였다.
![]() |
수원FC 이승우가 21일 포항스틸러스전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이처럼 이승우가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뛰는 이유. 기본적으로는 수원FC라는 팀을 위한 노력이겠지만 동시에 '대표팀 재승선'에 대한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공격 포인트가 전부가 아니라 팀을 위한 플레이가 더 중요하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수비 지역 깊숙한 곳까지 내려와 수비에 힘을 보태는 배경, 상대와 거칠게 맞서면서 끈질기게 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승우는 대표팀 재승선에 대한 질문에 "항상 욕심은 있지만, 욕심만 있다고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선택은 감독님의 몫"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현대 축구에선 공격만이 아니라 수비도 함께 하면서 플레이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잘 인지하고 있다. 또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님의 성향도 잘 알고 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지만 시간을 거쳐 조금씩 수비적으로, 또 체력적으로 보완해 김도균 감독님과 벤투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에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령탑인 김도균 감독이 이승우의 대표팀 재발탁 가능성에 대해 '팀 플레이'를 전제로 "가능하다고 본다"고 내다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김 감독은 "득점만 해서는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전체적으로 팀 상황에 맞는 플레이, 공격수로서 득점도 해야 하고 여러 많은 것들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승우가 경합 장면에서 조금 밀리는 면은 있지만, 수비에서도 열심히 해주고 있다. 열심히 뛰어주고 또 경합해주고 팀에서 맡은 역할도 잘해주고 있다"면서 "경합에서 밀리더라도 끈질기게 상대와 싸워주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
득점 직후 김도균 수원FC 감독에게 안긴 이승우(오른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유럽파들이 대거 합류한 6월 A매치 4연전에선 외면을 받았지만, 7월 일본에서 열리는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전 동아시안컵) 명단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E-1 챔피언십은 유럽파 차출이 불가능한 만큼 K리거 위주로 대표팀이 꾸려질 전망인데, 한때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데다 최근 완전히 부활에 성공한 만큼 이승우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승우 역시도 대표팀 재승선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공격 포인트는 물론 팀을 위한 헌신적인 플레이까지 보여준다면 벤투 감독의 눈에 다시 들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그는 "경기장 안에서 좋은 플레이, 좋은 경기력으로 준비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