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 박병은 "첫 주연 부담? 서예지 논란? 작품에만 집중" [★FULL인터뷰]

이덕행 기자 / 입력 :
  • 글자크기조절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출연자를 둘러싼 논란, 방송 내용의 선정성, 첫 주연이라는 부담감 등 여러 흔들림에도 배우 박병은(45)은 작품에만 집중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tvN 수목드라마 '이브'(연출 박봉섭, 극본 윤영미) 라운드 인터뷰에서 박병은은 "마지막 방송이 끝났는데 지난해 8월 감독님을 만나 대본 이야기를 하고 6월에 촬영이 끝났으니 10개월 정도 준비하고 촬영했다. 한 작품 한 캐릭터를 이렇게 오래 한 적은 처음이다"며 "이전까지의 작품들이 끝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다. 아직 무슨 기분인지 파악은 안 됐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브'는 13년의 설계, 인생을 걸고 펼치는 한 여자의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격정멜로 복수극이다. 박병은 '이브'에서 재계 1위 LY 그룹 최고 경영자 강윤겸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박병은은 "오랫동안 강윤겸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했다. 진짜 끝난건가 싶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충돌한다. 예전에는 작품이 끝나면 그냥 시원했다. 이제는 다른 배우들이 쫑파티 때 우는 기분을 알 것도 같다. 새로운 기분이라 집중해서 열심히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지난 21일 방송된 최종회에서 강윤겸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정철(정해균 분)을 끝내 살인했다. 이어 검은 욕망에 눈이 멀어 이라엘(서예지 분)을 살해하겠다고 발버둥 치는 한소라(유선 분)를 본 강윤겸은 이라엘을 지키기 위해 직접 모든 것을 끝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강윤겸은 한소라를 태운 차의 가속 페달을 밟아 절벽 아래로 스스로 몸을 던졌다. 가슴 아픈 결말로 안방극장에 짙은 여운을 남겼다.

박병은은 "결말은 마음에 든다. 대본을 6~7회 정도 받았을 때 작가님께 엔딩을 물어봤다. 작가님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죽을 것 같았다. 중반 넘어서 감독님께 여쭤 보니 사망할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 어떻게 죽느냐에 따라 연기가 달라질 것 같아 계속 물어봤다. 사실 이 윤겸과 라엘이 둘이 떠난다고 행복해질 문제가 아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센 사람들이라 지구상에서는 둘의 행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더라. 처절하기도 마음 아프기도 하면서 둘이 행복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그래도 모든 걸 떠안는 느낌으로 그렇게 가는 게 좋았다"고 결말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강윤겸 역으로 분한 박병은은 재계 1위 기업의 최고 경영자다운 강인한 카리스마와 사랑 앞에서 여려지고 마는 복잡한 마음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박병은은 "의도적으로 처음에는 감정을 응축하려고 했다. 초반에 모니터를 할 때는 의구심도 있었다. 그런데 결국 제가 선택해야 할 문제였다. 강윤겸이라는 인물이 감정을 잘 드러내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 나중에 큰 감정을 냈을 때 더 큰 피드백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이브'=멜로라 생각..오롯이 사랑 퍼부었다"





'이브'는 복수와 불륜 등 방송 내내 파격적인 소재를 다뤘다. 그러나 박병은은 오롯이 한 가지 감정에 집중했다. 박병은은 "'이브'를 로맨스 작품으로 생각하고 작품에 임했다"며 "물론 이 사회의 병폐나 일어나서는 안될 일들, 악행 들이 많았지만 그 와중에 나는 진실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내가 몰랐던 감정, 울분이든 즐거움이든 슬픔이든 터져 나올 때 쾌감을 느끼는데 이 작품에서는 여러 가지 감정을 터뜨릴 수 있었다. 또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이 아직 내 안에 있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오롯이 퍼부을 수 있어 좋았다. 나이가 들면 20대 때의 불같은 사랑이 없어지지 않나. 그런데 강윤겸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내 가슴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남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브'를 선택한 이유 역시 마찬가지 였다. 박병은은 "누군가를 격정적으로 사랑하는 멜로를 해본 적이 없었다. 한 번 쏟아붓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대본을 보니 그런 감정을 쏟아내길래 결정했다. 또 강윤겸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연민의 감정도 들었다. 한 캐릭터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최고인 것 같다. 연민으로 접근을 하니 캐릭터와 통하는 것이 있더라"고 설명했다.

박병은은 "마지막에 차로 갈 때 (이)라엘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감정이 더 터질 수도 있었다. 감정이 더 터지는 모습으로도 찍었다. 그런데 모든 걸 다 정리한 느낌이라 지금 정도가 좋을 것 같았다. 또 마지막에 핸들을 잡고 반지를 만지고 손이 떨어지는 데 그 장면도 좋았다"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을 꼽았다.

'이브'에서 강윤겸과 이라엘을 연결해주는 중요 매개체 중 하나는 탱고다.

첫 등장부터 탱고로 강윤겸의 시선을 끌었던 이라엘은 강윤겸을 유혹하기 위해 이선희의 '인연'에 맞춰 탱고를 추기도 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를 두고 탱고를 너무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 아니냐며 '방구석 탱고' '기승전 탱고'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박병은은 "시청자분들이 '박병은 웃참 성공'이라고도 하시던데 그건 시청자분들이 그렇게 보신 거다"며 "촬영 두 달 전부터 탱고 챔피언 선생님께 배웠다. 저도 처음에는 느끼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배우면서 계속 보니 멋있고 사람들이 왜 열광하는지 알겠더라. '방구석 탱고' 경우에도 원래 그런 게 있더라. 처음에 선생님이 보여주실 때는 장난치는 것 같았고 '집에서 혼자 뭐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그런 감정이 없어지더라. 촬영할 때는 탱고로 통한 사랑하는 여자가 내 앞에서 탱고를 선보인다는 것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1977년생인 박병은은 아직 미혼이다. 유부남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주변의 도움을 받았냐는 질문에 박병은은 "작품이 아니더라도 결혼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친구들에게 물어본다. 10에 7~8은 하지 말라고 하더라. 그렇게 힘든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극한의 상황을 겪는 윤겸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고민했다. 그래도 주변의 조언보다는 제가 대본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로 채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가님이 캐릭터 레퍼런스를 보내주시긴 하셨다. 그런데 레퍼런스가 있어 즐겁게 촬영하는 경우가 있고 무의식 중에 레퍼런스가 나와 방해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는 후자일 것 같아 양해를 구하고 보지 않았다. 감독님은 연기를 자유롭게 맡기시고 내가 놓치는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예를 들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다음에 감정이 안 맞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디테일하게 집어주셨다. 배드신의 경우에도 미리 콘티를 정확히 그려주시면서 안내해주셨다. 우왕좌왕하는 일 없이 정확하게 해주셔서 배려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방송 둘러싼 여러 논란, 신경쓰지 않았다"





'이브'는 방송 전부터 소위 '바람 잘 날 없는' 작품이었다.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뎐 서예지가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박병은은 "서예지가 먼저 캐스팅이 되어 있었고 그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작품을 위해 배우 대 배우로 만났기 때문에 외적인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현장에서의 호흡이 어떨까 궁금하면서도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오히려 서예지가 촬영 초반부터 단단히 집중해서 연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본도 너덜너덜하게 분석되어 있더라. 그래서 고마웠고 호흡이 잘 맞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집중력도 좋았다. 둘이 감정 연기가 많았는데 리허설 때부터 눈물을 흘려주고 그러니 이라엘이 아닌 서예지라는 배우에게 감동받았다. 그런 감정들이 쌓여서 감정신들이 잘 나온 것 같다"고 서예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병은은 부부로 연기 호흡을 맞춘 유선의 열정에도 칭찬을 보냈다.

박병은은 "정말 신인의 자세로 연기를 하더라. 집에 연기를 공부하는 공부방이 있다고 하는데 가끔 전화할 때 마다 거기에 있더라. 한소라라는 인물의 감정이 너무 세서 한 회에 한 신만 있어도 진이 빠진다. 촬영 여건상 한 번에 3~4신을 찍어야 하는데 끝까지 감정을 부여잡고 가더라. 더 놀라운 건 다른 사람 바스트를 찍을 때도 자기 연기를 똑같이 하고 있다.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존경하고 나를 돌아보게 됐다. 오늘도 문자가 왔는데 아직도 소라를 못 놓겠다고 하더라. 진심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브'는 방송 이후에도 수위 높은 장면과 선정적 단어, 자극적 전개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박병은은 "촬영 중간에 날아왔으면 부담스러웠겠지만 촬영 전에 대본을 숙지했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다. 극 중 필요한 장면이라는 것을 알고 들어갔기 때문에 고민은 없었다. 그래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웨이트 트레이닝과 PT도 했다"고 말했다.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첫 주연 부담? 이름 앞에 주인공 붙은 것 뿐"





박병은은 영화 '암살', '원라인', '안시성'과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친애하는 판사님께', '오 마이 베이비'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20년 넘게 연기 경력을 쌓았지만,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병은은 "부담감이 있지는 않았다. 그 전에 드라마를 할 때의 현장과 이번 작품의 현장이 달라진 게 없다. 그냥 내 이름 앞에 주인공 하나 달린 것 정도다. 그냥 내 캐릭터에 최선을 다해 몰입했다. 다만 출연하는 회차가 많아 새벽에 나왔다 밤에 들어가야 하니 체력적인 부분은 어려웠다. 다른 부분은 똑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절친 배우 조인성의 반응도 전했다. 그는 "(조인성이) 방송 끝나자마자 전화해서 '형 멜로는 너무 하는 거 아니야? 눈빛 장난 아닌데?'라고 장난치더라"며 "매회 모니터링도 해주고 형이 주인공 됐다고 기뻐해 주더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영화 '암살'에서 전지현의 약혼자인 일본 장교 카와구치 슌스케 역을 소화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기쁜 게 좋다"며 "'암살' 전에는 부모님이 전화를 하다 '아들 연기한다던데 어디 나오냐'는 말을 들으면 얼버무리시더라. 요즘에는 부모님에게 먼저 전화가 많이 와서 뿌듯하다"고 했다.

주변 뿐만 아니라 시청자 반응 역시 잘 살펴본다는 박병은은 "내가 놓친게 있나 궁금해서 댓글을 본다. 배우라는 직업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을 설득시켜야하기 때문이다. 바둑에서 복기하듯이 '난 이런 의도로 했는데 시청자들은 받아들이지 못했구나. 뭐가 문제였을까' 고민한다"고 전했다.

이덕행 기자 dukhaeng1@mtstarnews.com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