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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1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신입사원 연수교육 과정에 참석, SKMS를 주제로 특강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SK |
최 선대회장은 지난 1962년 경영에 합류한 뒤 직물회사로 출발한 SK를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변화 과정에서 특혜설 등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이를 정면 돌파해 SK와 한국 산업계를 한 단계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 석유파동 때 에너지 위기 해결…실력 인정받아 대한석유공사 인수
1980년 SK가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하자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는 평가와 특혜설이 제기됐다. 당시 규모가 컸던 기업들을 제치고, SK가 최종 인수권자로 선정된 것은 뒤에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그러나 당시 정부가 내건 유공 인수 조건과 SK의 역량을 감안하면 이런 주장은 억측에 가깝다는 평이다.
정부는 1980년 8월 대한석유공사(유공)의 경영 주체였던 미국 걸프(Gulf)가 석유파동에 따른 전략변화 차원에서 유공 지분 50%를 양도하고 철수하자, 지분 매각을 통한 민영화를 발표했다. 19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을 겪었던 것을 고려해 원유확보 능력과 산유국과 교섭 능력, 자금조달 등을 사업자 선정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인수전에 참여한 대기업 중 SK는 원유생산국과 네트워킹을 갖고 있었고, 원유를 확보해 에너지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었다. 최 선대회장이 일찌감치 정유사업 진출을 준비하면서 원유생산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최 선대회장은 1970년대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에너지 산업을 꼽았다. 1973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하루 15만 배럴의 원유 공급을 약속받고 경남 울주군 일대에 정유공장을 추진했다. 중동 산유국의 대장격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야마니 석유장관과도 관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석유수출기구(OPEC)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이유로 한국을 '석유수출 금지 국가'로 지정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석유 수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남은 물량도 10개월 안에 중단하겠다는 통보까지 이어지면서 정유공장 설립 계획이 잠정 중단됐다.
한국 경제도 큰 위기였다. 당시 정부는 사우디와 친분이 있던 선경(옛 SK 사명)에 도움을 요청했고, 최 선대회장은 비공식 정부 사절로 사우디를 방문해 인사들을 설득해 한국이 수입하는 석유 전량을 공급받는 데 성공했다.
사우디 인맥은 2차 석유파동 때도 빛을 발했다. 1978년 12월 이란이 석유수출중단 조치를 발표하자, 최 선대회장은 사우디에 원유공급을 부탁했다. 다른 기업들이 하루 5000배럴의 원유 도입에 성공한 것이 큰 화젯거리로 떠오르던 시절, 선경은 5만 배럴 도입에 성공했다. 여기에 앞으로 2년 안에 10만 배럴로 늘린다는 계약까지 체결했다.
1970년대 에너지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해낸 '구원투수'였던 셈이다. 이를 기반으로 유공 인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최 선대회장은 유공 인수 이후 석유화학과 필름·원사·섬유 등을 일괄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에너지·화학 산업의 주춧돌을 쌓았다. 또 1984년 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해외유전 개발에 성공하고 국내에 공급하면서 대한민국을 '무자원 산유국'으로 만들었다.
◇ 제2이동통신사업권 '특혜 시비' 정면돌파…통신강국 기반 조성
SK의 통신사업 진출은 오해에 따른 위기를 '정공법'으로 극복한 또 다른 사례다.
최 선대회장은 유공 인수 후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원으로 정보통신 분야를 선정한 뒤 1984년 선경 미주경영기획실 내에 텔레커뮤니케이션팀을 신설했다. 이후 국내로 들어와 선경텔레콤(이후 대한텔레콤으로 사명 변경)을 설립했다.
때 마침 1992년 4월 체신부가 제2이동통신 민간사업자 선정계획을 발표하자 선경은 사업자 경쟁에 참여했다. 포항제철·코오롱·쌍용 등과의 경쟁에서 선경은 심사결과 1만점 만점에 8388점을 얻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 선거를 앞 둔 민자당 김영삼 대표가 "현직 대통령 사돈기업에게 사업권을 부여한 것은 특혜"라고 비판하자, 최 선대회장은 "특혜시비를 받으며 사업을 할 수 없다, 오해 우려가 없는 차기 정권에서 실력으로 승부해 정당성을 인정받겠다"며 사업권을 반납했다.
이후 김영삼 정부가 1993년 12월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추진할 때도 최 선대회장은 전경련 회장으로서 공정성 시비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대신 막대한 인수자금이 들어가는 한국이동통신 공개 입찰에 참여했다.
민영화 발표 전 8만원대였던 한국이동통신 주가는 30만원까지 수직 상승했고, 선경은 한국이동통신 주식을 시가보다 4배 이상 높은 가격인 주당 33만5000원, 4271억원에 인수했다. 내부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최 선대회장은 "우리는 지금 기업이 아니라 통신사업 진출 기회를 사는 것이다. 기회는 돈으로만 따질 수 없다"고 설득했다.
선경은 한국이동통신 인수 직후부터 통신기술 고도화에 집중했고 한국이동통신 경영권을 확보(1994년 7월)한 지 1년 반 만에 세계 최초로 CDMA 디지털 이동전화를 상용화하며 세계 통신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세계 최초로 국가 간 IMT-2000 시험통화, CDMA2000 1X 상용서비스, 5G 상용화를 선보이며 통신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SK 관계자는 "SK의 에너지와 정보통신 사업 진출은 선대회장의 기업가 정신과 불굴의 의지, 오랜 준비로 가능했던 사안"이라며 "현재 한국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도 선대회장이 보여준 정공법으로 이겨내고 기업과 국가가 공생하는 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림사업을 통한 장학사업에도 적극적
또한 선대회장은 무분별한 벌목으로 전국에 민둥산이 늘어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다 1972년 서해개발주식회사(현 SK임업)를 설립한 뒤 천안 광덕산, 충주 인등산, 영동 시항산 등을 사들여 국내 최초로 기업형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부동산 투자를 한다는 오해를 막으려 일부러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지방의 황무지를 사들였다. 자작나무 등 고급 활엽수를 심어 산림녹화에 나섰다. 50년 전 민둥산은 지금은 4500ha 걸쳐 400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진 울창한 숲으로 변신했다. 서울 남산의 40배 크기에 달한다.
심은 나무는 장학금이 됐다. 경영이 어려울때도 나무에서 나온 수익금은 모두 장학금으로 썼다. 나무가 자라는 동안은 사재를 썼다. 1974년 당시로는 적잖은 돈인 5540만원을 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매년 유학생을 해외로 보내고, 공부하고 와서는 우리 회사에서 일해야 한다는 등 조건도 달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해 배출한 장학생만 4000명. 그중 박사가 820명이다.
장학퀴즈는 선대회장이 공을 들인 대표적 인재양성 프로그램이다. 1973년 장학퀴즈가 광고주를 찾지 못해 폐지될 상황에 처하자 아무 조건도 달지 않고 단독 광고주로 나섰다. 이후 2300여 회가 방영된 현재까지 50년 가량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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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회장은 ESG를 핵심 성장동력원으로 삼고 혁신을 추진하는 중이다. 사진은 '이천포럼 2022'에 참석한 최 회장. |
최태원 회장은 ESG를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원을 삼고 경영체질의 전반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SK는 최 회장이 "관계사 각각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과 환경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고 남들보다 빨리 움직여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문한 뒤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에 국내 기업 최초로 가입했다. 이어 오는 2050년 이전까지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를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결의한 뒤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를 SK가 줄이겠다고 공표했다.
SK는 최근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면서 최 회장이 강조한 넷제로 경영을 구체화하고 있다.
SK는 2020년 말 수소사업추진단을 조직한 뒤 그룹 내 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 생산과 유통, 공급에 이르는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중이다. 플러그 파워 등 수소 관련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전통적 에너지 기업은 전기차 배터리와 친환경·신재생 에너지기업으로 변신 중이고 과거 필름 회사였던 SKC는 이차전지 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그린 기업으로 전환됐다. SK건설은 23년 만에 사명을 '건설'에서 '에코플랜트'로 바꾸고 친환경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최 회장은 ESG 경영을 함께할 인재 양성을 위해 연세대와 강원대에 ESG 관련 강좌를 개설했고 지난해에는 연세대학교 등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할 혁신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