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우 옥자연 /사진=청춘엔터테인먼트 |
배우 옥자연(33)이 학창시절 법조계로 진로를 생각했다가 서울대학교에서 미학을 전공한 후 연기에 매력을 느끼고 배우가 된 과정을 밝혔다.
옥자연은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극본 김하람, 연출 오충환) 종영 인터뷰를 갖고 스타뉴스와 만났다.
'빅마우스'는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가 우연히 맡게 된 살인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희대의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Big Mouse)'가 돼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음모로 얼룩진 특권층의 민낯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
옥자연은 극중 구천 대학병원 병원장이자 NR 포럼의 실질적인 리더 현주희 역을 맡았다. 현주희는 법무부 장관 출신의 아버지와 대학 총장 어머니, 차세대 정치 유망주 남편 등 화려한 배경을 지키기 위해 서교수의 죽음을 덮으려는 시도를 했다. 그는 자신이 믿었던 남편 최도하(김주헌 분)가 친할아버지 같은 강회장(전국환 분)을 죽인 것과 방사능 폐수 방류로 심각한 악행을 저지른 걸 알고 뒤늦게 가책을 느껴 최도하의 대포폰을 착한 빅마우스 박창호(이종석 분)와 고미호(임윤아 분)에게 건넸다.
'빅마우스'는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이종석의 통쾌하고 짜릿한 히어로 연기, 임윤아의 주체적이고 입체적인 연기 변신, 김주헌, 옥자연, 양경원, 곽동연, 정재성, 양형욱 등의 실감나는 연기, 촘촘하게 짜여진 전개, 파격적이고 웅장한 연출 등이 잘 어우러졌고 애청자를 모았다. 이에 '빅마우스'는 13.7%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 지난 1월 1일 종영한 '옷소매 붉은 끝동'을 제외하고 올해 방영된 MBC 드라마 중 가장 높은 성적을 남겼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 |
배우 옥자연 /사진=청춘엔터테인먼트 |
옥자연은 자신이 연기한 주희와 닮은 부분을 묻는 질문에 "나도 남들이 볼 땐 되게 차갑게 보는데 사실 정도 많고 유리멘탈이기도 하고 사람을 좋아한다. 헛똑똑이고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원래 대중의 반응도 많이 신경 썼는데 작년부터 나에 대한 평가를 혹독하게 하지는 않으려 한다. 작품을 한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인정해주려 한다"고 털어놨다.
옥자연은 자신에게 완벽주의가 있고 자신의 연기가 계속 불만족스러웠다고. 그는 "'마인'을 하며 처음 많이 주목 받았는데 그때부터 부담이 확 됐다. 이 기대를 충족시켜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마인'을 찍고서 카메라 공포증이 생겼는데 '빅마우스'를 찍으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런 부분이 사라졌다. '슈룹'을 찍으면서도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옥자연은 "내 MBTI 유형이 INFP인데, 눈치도 많이 보고 굉장히 자책하는 스타일이다. 나는 뭔가를 못하면 며칠 동안 괴로워하고 몸도 경직되는데, 정작 내가 아끼는 친구가 이러고 있으면 그 친구에게 그렇게까지 질책을 할까 생각해봤다. 아닌 걸 알고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고 전했다.
배우 활동을 할 때의 완벽주의를 되돌아보면, 과거 서울대에 합격할 정도로 억압된 환경에서 공부한 습관이 남아있었던 것은 아닐까. 옥자연은 "차라리 점수는 내가 원하는 기준치가 있지 않냐. 정답이 있어서 그걸 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연기는 점수도 없는데 내가 못했단 생각이 들면 계속 낮아진다. 스스로 0점이 나올 수도 있는 거다. 그래서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
배우 옥자연 /사진=청춘엔터테인먼트 |
옥자연은 서울대에서 미학을 전공한 후 전혀 다른 진로인 배우로 활동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서울대 출신 배우'란 타이틀이 연기할 때 부담스럽진 않았냐 묻자 그는 "엄청 부담스러웠다. 사람들이 생각한 것만큼 내가 똑똑하지 않은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몇 개 국어씩 외국어도 잘하는데 나는 듣기평가 정도만 잘했다. '서울대 출신'이란 말을 워낙 많이 들어서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경이로운 소문' 역할인) '악귀'란 말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익숙해졌다"며 웃었다.
그는 미학을 전공하다가 배우로 전향하게 된 과정으로 "처음에 대학교를 인문학부로 들어갔다가 교양을 했는데 연극미학, 영화미학을 들었다. 연극 영화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미학을 전공하니 거의 철학인 걸 알고 관심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옥자연은 "원래부터 배우를 하고 싶었다. INFP가 생각이 많은데 연기는 그걸 잊게 해주는 다른 활동이었다. 스무 살 때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힘들었는데 연극을 하니 아픔 슬픔이 하나도 안 느껴지더라. 그게 중독적이었던 것 같다. 재미있어서 연기를 했는데 잘하려고 하니 스트레스를 받다가 이제 다시 재미를 찾으려 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때도 취미로 연극을 했는데 직업으로 배우를 할 줄은 몰랐다. 당시엔 법 공부를 해서 판사, 검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대학에 가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배우를 하게 됐다. 대학생 때는 대학로에서 일주일 중 5~6번 연극을 봤을 정도였다"고 연기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