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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주 / 사진=KBS 한국방송 |
14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귀못'의 정영주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귀못'은 수살귀가 살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가득한 저수지 근처, 사람이 죽어 나가는 대저택에 생계를 위해 간병인으로 들어가게 된 보영이 겪게되는 사투를 그리고 있는 K 정통 호러 작품이다.
정영주는 지난해부터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를 통해 공연 제작자에 도전했다. 20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하는 '베르나르다 알바'는 여성이 주가 되는 이야기로, 출연 배우 10명 전원 여배우가 캐스팅됐다.
정영주는 "의식해서 여성 소재의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여성 소재가 희귀한 건 맞다. 소재를 관객이나 시청자가 선택할 수는 없는데 편식을 강요당하는 셈이다. '베르나르다 알바' 제작하면서 찾아보니까 한 해 동안 올라가는 크고 작은 공연이 240개 정도인데 그중에서 성비로 따지자면 여성의 이야기가 10분의 1이다. 어떤 작품은 여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작품이 90개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창작자, 제작자들이 다양한 소재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도, 응원도 필요하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여성 배우 10명이 나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작품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다"라며 "그 작품을 한국에서 하겠다고 했을 때 만세 삼창을 불렀다. 그때를 기점으로 초연 올릴 때까지 6년이 걸렸다. 선뜻 제작하겠다고 나선 제작사가 많지 않았다. 추진할 때 저한테 연락이 와서 '배우들을 한번 모아보라고 해서 초연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들에게 전화해서 출연을 제안했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겠다고 했고, 대본이 너무 좋으니까 서로 으쌰으쌰 하면서 삼연까지 올리게 됐다. 여성 배우들 사이에 '베르나르다 알바'를 수행하는 것 자체가 본인 연기에 굉장히 깊은 부분을 건드리고, 끄집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공부를 많이 해온다. 그래서 공연이 가능하다. 저도 출연하고 있지만 더 좋은 배우들, 더 많은 배우들이 이 작품을 경험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영주는 "상 욕심은 없는데 캐릭터 욕심은 있다. 여성 캐릭터가 수행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도 하고 싶다. 살면서 독특한 직업군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많은데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증이 있다. 피곤할 만큼 디테일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고, 걱정은 되지만 실존 인물인 위인을 연기해보는 것도 한 번쯤 경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