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축구대표팀 에이스 케빈 데 브라이너. /사진=AFPBBNews=뉴스1 |
① A조 : 카타르 에콰도르 세네갈 네덜란드
② B조 : 잉글랜드 이란 미국 웨일스
③ C조 : 아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폴란드
④ D조 : 프랑스 호주 덴마크 튀니지
⑤ E조 : 스페인 코스타리카 독일 일본
⑥ F조 : 벨기에 캐나다 모로코 크로아티아
⑦ G조 : 브라질 세르비아 스위스 카메룬
⑧ H조 :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 대한민국
2018년 러시아 월드컵 3위를 차지한 벨기에는 '마지막 황금세대 멤버들'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나선다. 이마저도 전력이 약해졌다는 '끝물' 평가를 받고 있다.
케빈 데 브라이너(31·맨시티), 티보 쿠르투아(30·레알 마드리드), 로멜루 루카쿠(29·인테르 밀란) 등은 건재하지만, 몇몇 선수들은 이미 은퇴했거나 대부분 나이가 많아졌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센터백 조합 얀 베르통언(35·안더레흐트)과 토비 알데르베이럴트(33·로열 앤트워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여전히 수비의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캡틴 에당 아자르(31·레알 마드리드)는 소속팀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해 유로2020에서도 벨기에는 가장 나이가 많은 팀 중 하나였다.
이런 문제점들이 경기력과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벨기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내주면서 현재 2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1년간 강팀들을 꺾지 못한 것이 큰 이유였다. 도박사들도 월드컵 우승후보와 관련해 벨기에를 멀리 두고 있는 느낌이다. 베팅 전문 오즈체커에 따르면 유럽 26개 베팅사이트는 벨기에의 월드컵 우승 배당률에 14~37/2를 부여했는데, 이는 8번째로 낮다. 배당률이 낮을수록 받는 돈은 적지만 맞힐 확률은 높다는 뜻이다. 벨기에는 우승후보 '8순위'라고 보면 된다.
16강 진출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F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벨기에와 크로아티아가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장면이 펼쳐진다"면서도 "하지만 벨기에가 앞선 2경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토너먼트 생존을 위해 싸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벨기에는 24일 조별리그 첫 경기 캐나다전을 시작으로 27일 모로코, 내달 2일 크로아티아와 맞붙는다. 먼저 캐나다와 모로코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벨기에의 로멜루 루카쿠. /AFPBBNews=뉴스1 |
벨기에는 16강에 오른다고 해도 '우승후보' 독일, 스페인이 들어가 있는 E조 팀들과 만나야 한다. 그야말로 험난한 여정이 될 전망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많다. 먼저 레안드로 트로사르(28·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아마두 오나나(21·에버턴), 샤를 데 케텔라에르(21·AC밀란) 등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 벨기에 대표팀의 영향력을 넓혔다. 트로사르는 올 시즌 리그 14경기에서 7골을 몰아쳤다. 베테랑 아자르가 부진할 경우 이를 대신할 선수로 평가받는다. 수비형 미드필더 오나나는 경기당 평균 태클 3개를 기록 중인 '진공청소기' 같은 선수다. 케텔라에르는 번뜩이는 패스 능력을 갖췄다.
벨기에의 최대 강점은 막강한 공격력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부터 지금까지 골을 넣지 못한 경기는 단 두 차례. 러시아 월드컵 4강전이었던 프랑스전(0-1 패), 지난 6월 네덜란드전(0-1 패)뿐이다. 벨기에 공격의 중심은 단연 플레이메이커 데 브라이너다. 공격수들에게 정확하고 날카로운 패스를 뿌려준다.
데 브라이너는 최근 미국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어떤 트로피를 가장 선호하느냐'를 질문을 받고 "월드컵은 4년에 한 번뿐"이라며 이번 대회 우승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의 나이가 31세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다. 현재 데 브라이너는 A매치 93경기를 뛰었다. 만약 벨기에가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다면, 데 브라이너는 A매치 100경기째에 위대한 트로피 경력을 추가하게 된다.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베테랑 루카 모드리치(왼쪽). /사진=AFPBBNews=뉴스1 |
크로아티아는 신구조화가 잘 이뤄진 팀이다. 루카 모드리치(37·레알 마드리드), 이반 페리시치(33·토트넘)는 많은 나이에도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고, 로브로 마예르(24·스타드 렌), 보르나 소사(24·슈투트가르트) 등 어린 선수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마예르는 '모드리치의 후계자'로 불리기도 한다. 센터백 요슈코 그바르디올(20·RB라이프치히)는 벌써부터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수비수로 꼽히고, 빅클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요시프 스타니시치(22·바이에른 뮌헨), 마르틴 에를리치(24·사수올로)도 좋은 수비수로 평가받는다.
크로아티아가 주로 사용하는 포메이션은 4-3-3으로, 선수들을 넓게 포진시켜 크로스를 사용하는 것이 주공격 전술이다. 월드컵 유럽예선에서도 크로스로 37차례 기회를 창출했다. 2018년 발롱도르 출신 모드리치가 중심을 잡고 있는 중앙 미드필더진도 강점이다. 영국 디애슬레틱은 "이반 라키티치(34·세비야)가 대표팀에서 은퇴했지만, 모드리치, 마르첼로 브로조비치(30·인테르밀란), 마테오 코바시치(28·첼시) 등 최고의 미드필더 3명을 보유했다"고 호평했다. 특히 모드리치에 대해선 "37세로 마지막 월드컵이겠지만, 그는 나이가 들수록 더 좋아지는 고급와인 같은 축구선수"라고 묘사했다.
다만 확실한 해결사가 없다는 것은 문제로 꼽힌다. 크로아티아는 유럽예선 H조에서 21골을 넣었는데, 팀 최다 득점자는 3골을 넣은 모드리치, 페리시치 등 미드필더들이었다.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선 더욱 큰 약점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모로코 축구대표팀의 아슈라프 하키미. /사진=AFPBBNews=뉴스1 |
핵심 선수는 PSG에서 활약 중인 풀백 하키미다. 프랑스 리그에서 가장 비싼 수비수, 세계 최고 풀백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폭발적인 활동량과 수비수임에도 리그 14경기 3골을 넣은 공격력이 강점이다. 또 다른 풀백 마즈라위도 독일 분데스리가의 수준급 수비수로 유명하다. 모로코가 자랑하는 전력들이다. 유세프 엔 네시리(25·세비야), 로맹 사이스(32·베식타스), 소피앙 암라바트(26·피오렌티나) 등도 유럽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모로코 전임 감독이었던 바히드 할릴호지치(70)와 불화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가 지난 8월 사령탑이 교체된 뒤 복귀한 지에흐의 존재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모로코 레전드' 왈리드 레그라귀(47)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위다드 카사블랑카(모로코)의 아프리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짧은 기간 동안 얼마만큼 팀을 파악하고 자신의 전술을 녹일 수 있는지가 중요 포인트다. 레그라귀 체제 후 지난 9월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는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캐나다 축구대표팀의 대표선수 알폰소 데이비스. /사진=AFPBBNews=뉴스1 |
알폰소 데이비스, 샘 아데커비(27·하타이스포르)가 뛰고 있는 왼쪽 포지션 전력이 돋보인다. 뮌헨 최고 스타 중 한 명이자 월드클래스인 데이비스의 월드컵 출전은 최대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다. 아데커비는 데이비스가 더욱 편안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뒤를 받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데이비스는 "많은 사람들이 캐나다를 축구국가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먼저 떠올리는 것은 '하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생각을 바꾸고 싶다"며 투지를 내비쳤다.
공격수 데이비드도 중요 선수다. 올 시즌 프랑스 리그 15경기에서 9골을 터뜨렸다. 캐나다 최고령 선수인 미드필더 아티바 허친슨(39·베식타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현재 A매치 97경기를 뛰었다.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뛴다면 100경기를 채우게 된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최근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할 팀은 크로아티아, 벨기에가 유력해 보인다. 크로아티아는 나이가 있다고 해도 지난 월드컵 준우승 멤버들이고, 모드리치도 여전히 잘한다. 벨기에는 데 브라이너, 아자르 등 황금세대 마지막이지만 조별리그 통과를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모로코는 지에흐가 있다고 해도 강한 전력은 아니어서 이변은 어렵다고 본다. 캐나다는 대체로 나이가 어린 편이다. 다음 월드컵(캐나다·멕시코·미국 개최)을 겨냥한 성격이 강하다. (이번 대회는) 오랫만에 출전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