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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16강 진출을 이끈 손흥민. /사진=AFPBBNews=뉴스1 |
역대급 경기였다.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경기였다. 한국만이 가질 수 있는 투지와 열정,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였다. 한국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었다. 나도 오래간만에 너무 기뻤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이른 시간(전반 5분)에 실점했다. 선수들이 당황했지만 재정비하고 다시 페이스를 잘 찾은 것이 좋았다. 후반에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도 잘했다. 특히 황희찬(26·울버햄튼)이 들어와 변화를 주었다. 황소는 황소였다. 속도와 드리블, 기술이 있고 결정력이 좋은 선수다. 포르투갈을 상대로 필요한 것들이었는데 마지막에 결정을 해주었다. 이제 황희찬이 들어왔기 때문에 손흥민(30·토트넘)에게만 있었던 속도라는 무기가 양 쪽에 생겼다. 긍정적이라고 본다.
상대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에게도 고맙다. 전반 27분 김영권(32·울산현대)의 동점골을 '패스'해줬다. 다행히도 한국이 골을 넣고 전반을 마쳤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이 더 희망과 기대를 갖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좋았던 것은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수비 이후 손흥민이 역습 상황에서 치고 들어간 장면이었다. 손흥민의 열정과 투지, 희생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패스를 보면서 '역시 손흥민이구나', '손흥민이 없으면 안 되는구나'를 느꼈다.
냉정하게 얘기해 90분이 될 때까지 손흥민은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두 장면에서 주장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후반 14분 코너 깃발 부근에서 슬라이딩 태클을 해 볼을 가져온 것과 후반 추가시간 역습을 이용해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장면이었다. 상대 수비수들 속에서도 가랑이 사이로 패스를 준다는 것은 오직 손흥민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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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전 결승골의 주인공 황희찬. /사진=AFPBBNews=뉴스1 |
우리 대표팀의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살펴보면, 지난 대회와 다르게 선수들 모두 기술을 지니고 있었다. 그 기술을 갖고 팀으로 경기를 하며,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효율적으로 했다. 상대를 위한 경기가 아닌, 우리 주도하에 경기를 끌고 간 것이 좋았다. 또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이 어느 경기에서도 득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대감을 보여줬다.
지난 월드컵과 달리 어린 선수들이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기 플레이, 팀 플레이를 위해 자기 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너무 놀랐다. 황희찬,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 김문환(27·전북현대), 나상호(26·FC서울), 조규성(24·전북현대) 등 월드컵을 처음 뛰는 선수들이 처음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잘해줬다. 모두 나이가 어린데, 어린 선수답지 않게 월드클래스에 버금가는 플레이를 펼쳤다. 상대가 강하고 유명한 선수들인데도 자신감 있게 자기 능력을 보여줘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손흥민과 김민재(26·나폴리)는 좋지 않은 컨디션 속에서도 중심이 됐고, 다른 선수들을 비롯해 벤치까지 서로를 위해 뛰어주고, 싸워주고, 함께 하려는 힘이 느껴졌다. 그런 것들이 (16강 진출이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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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진=AFPBBNews=뉴스1 |
우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16강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브라질이다. 우리 국민들조차도 브라질이 더 강하고, 브라질이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다. 2002 한일 월드컵 때도 그랬고, 우리 선수들은 여러 강팀을 이긴 역사가 있다.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이제는 선수들이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즐겼으면 한다.
/김동진 킷지(홍콩)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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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