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3일(한국시간) 포르투갈에 이겨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브라질이 너무 잘했다. 개인 기량 차이가 많이 났다. 인정할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그래도 끝까지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골도 넣으며 따라가려 하고, 투혼과 열정을 보여준 것에 감동 받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팀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주눅 들지 않았다. 한국의 플레이 스타일대로 하려고 했던 것이 '한국 축구가 많이 발전했구나'를 느끼게 해줬다. 세계무대에서 한국 팀도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시간이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대한민국만의 투지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통해 기적을 이뤄내고, '원팀'으로 16강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대회였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상대에게 따라가는 것이 아닌, 한국이 주도하는 스타일로 플레이를 펼쳤다. 지난 4년간 월드컵을 준비하는 기간 어렵고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결국 원하는 목표를 만들어낸, 성공을 거둔 월드컵이었던 것 같다.
4년간 파울루 벤투(53) 감독 체제 하에 월드컵을 준비했는데 팀 완성도가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한 감독 밑에서 선수들이 지도자의 철학과 스타일을 정확히 인지하고 실행했다. 결과가 증명해주는 것 같다.
손흥민 등 선수들을 위로하는 파울루 벤투(오른쪽 두 번째) 감독. /사진=AFPBBNews=뉴스1 |
이강인(21·마요르카)과 조규성(24·전북현대) 등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선수들에게는 이번 대회가 큰 경험이자 자양분이 됐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얘기로만 들었던 월드컵을 몸소 경험했다. '확실히 다른 무대', '강한 상대를 만나는 엄청난 대회'라는 것을 직접 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큰 힘이 될 것 같다. 이제 이 선수들이 4년 뒤 새로운 월드컵에서 주축으로 활약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 4경기를 통해 미드필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꼈다.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 정우영(33·알사드)이 모두 선발로 나와 공격이면 공격, 빌드업이면 빌드업에서 큰 역할을 해줬다. 공수에서 잘해준 황인범, 정우영에게 이번 월드컵의 '대표팀 MVP'를 주고 싶다.
브라질전에서 골을 넣은 백승호(왼쪽). /사진=AFPBBNews=뉴스1 |
최근 몇 년간 한국 축구를 보면서 이렇게 감동하고 기뻐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홍콩 구단 관계자나 선수들이 저를 자랑스럽게 여겨주고, 한국 축구가 잘한다는 말을 해줄 때 우리 선수들이 대견스러웠다. 축구선배로서, 한국인으로서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
/김동진 킷지(홍콩) 코치
김동진 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