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3일 포르투갈전 승리로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
① '유럽 4팀 꺾고 우승' 아르헨티나, '양대산맥' 남미를 깨웠다
② 아시아 3개국 16강·아프리카 첫 4강, 세계를 놀라게 한 '대반란'
카타르 월드컵이 더욱 흥미진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른바 언더독들의 대반란이 대회 내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역대 최초로 세 팀이 16강 무대를 밟았고, 아프리카에서도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 진출팀이 나왔다.
개최국 카타르를 포함해 모두 여섯 팀이 본선에 나선 아시아에서는 대한민국과 호주, 일본이 16강에 진출했다. 역대 월드컵에서 아시아 세 팀이 16강에 오른 건 처음이었다. 유럽과 남미가 워낙 강세인 월드컵 무대에서 아시아 팀들은 조별리그 통과조차 버거웠지만,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아시아의 돌풍이 조별리그부터 거세게 불었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끈 한국은 조별리그 H조를 2위로 통과하며 12년 만에 16강 무대를 밟았다. 우루과이전 무승부 이후 가나전 패배로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렸으나, 최종전 포르투갈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뒤 같은 시각 우루과이가 가나에 2골을 넣는 데 그치면서 16강에 진출했다.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겨우 9%(파이브서티에이트 기준)였다. 벤투호는 그러나 그 확률을 뚫어내는 기적을 연출했다. 포르투갈을 이긴 뒤 그라운드 위에 모여 우루과이-가나전 결과를 기다리던 선수들의 모습은 로이터 통신이 선정한 이번 대회 10대 명장면 중 하나로도 꼽혔다.
지난 11월 23일 독일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역전골이 터진 뒤 기뻐하고 있는 일본 대표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
호주 또한 프랑스전 1-4 대패 이후 튀니지, 덴마크를 잇따라 꺾고 16년 만에 16강에 진출했다. 2006년 독일 대회 땐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 소속이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편입 후 처음으로 16강에 올라 아시아 축구 역사에 힘을 보탰다. 16강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르헨티나전 2-1 역전승도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먼저 세계를 놀라게 한 '대이변'이었다.
아시아발 돌풍이 16강에서 모두 사그라졌다면, 모로코의 '아프리카 태풍'은 무려 4강까지 이어졌다. 모로코는 조별리그 F조를 1위로 통과한 뒤 스페인, 포르투갈을 잇따라 제치고 아프리카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비록 4강과 3위 결정전에선 각각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에 졌지만, 모로코의 4강 신화에 아프리카는 물론 아랍권 국가들에서도 2002년 한국처럼 축제가 열렸다.
이같은 아시아·아프리카 팀들의 돌풍과는 정반대로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만 입은 채 조기에 귀국길에 오른 강팀들도 있었다. FIFA 랭킹 2위 벨기에는 조별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하면서 황금세대의 종말을 알렸고, 전차군단 독일은 4년 전 한국에, 이번엔 일본에 져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브라질의 8강 조기 탈락 역시 이번 대회 우승 경쟁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 또 다른 이변이었다.
모로코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0일 포르투갈을 꺾고 아프리카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한 뒤 팬들과 기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