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덩이 뛰어들었다"..'영웅' 윤제균 감독, 다시 선 시작점 [★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2.12.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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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 / 사진=CJ ENM
한국 영화 최초의 도전, 그리고 사명감. 윤제균 감독이 그 무게감을 안고 달린 오랜 여정 끝 '영웅'으로 돌아왔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영웅'의 윤제균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해운대'(2009), '국제시장'(2014)으로 국내 최초 쌍천만 흥행을 기록한 윤제균 감독은 8년 만의 신작이자 2009년 초연한 동명의 창작 뮤지컬을 영화화한 '영웅'으로 다시 한번 뜨거운 감동과 전율을 선사할 예정이다.

개봉을 하루 앞둔 시점에 만난 윤제균 감독은 "영화를 20년 넘게 했는데 지금 이 순간이 제일 떨리는 것 같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세계 1위인 '아바타: 물의 길'과 경쟁하게 돼서 떨리고, 또 우리나라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를 들고 나와서 떨리고, 또 코로나19가 다 끝나지 않고, 극장에 관객이 다 돌아오지 않은 시점에 개봉하게 돼서 많이 떨린다. 제가 '국제시장' 이후 8년 만의 작품이기도 하고, 복합적인 마음"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사실은 마음을 비웠다. 배우들한테도 얘기하고, 가족들한테도 얘기했는데 간절히 기도만 하자고 했다"며 "관객은 산타할아버지다. 제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우리가 영화를 진심을 가지고 제대로 찍었는지, 대충 돈 벌려고 찍었는지 산타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 선물을 주실지 안 주실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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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 / 사진=CJ ENM
윤제균 감독은 "감독과 제작자가 다른 점은 감독은 필(FEEL)이 꽂혀야 한다. 필이 꽂히면 불구덩이라도 뛰어드는 거다. 뮤지컬 '영웅'이 제 마음을 흔든 게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의 대립 구도가 아니라 안중근과 조마리아 여사의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야'에서 무너졌다. 그때 언젠가는 꼭 이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20년이 넘는 영화 인생, 다시 시작점에 서게 된 윤제균 감독은 '영웅'을 시작하고, 완성하고, 공개한 기간을 '고난의 행군'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뮤지컬 영화를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주변에서 '하필이면?', '왜?'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영화화 설득 끝에 주연 배우도 정성화로 하겠다고 하니까 의심의 시선이 따라왔다"며 "그러나 저는 목표가 명확했다. 뮤지컬 본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전 세계 시장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목표가 목표인 만큼 윤제균 감독이 '영웅'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건 실력이었다. 윤 감독은 "저는 천만 영화가 목표가 아니었다. 흥행을 1번으로 했으면 주연 배우에 대해 고민도 하고, 다른 대안도 생각했을 텐데 그게 아니었다. 연기와 노래를 정성화만큼 잘하는 배우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 세계 시장에 내놓을 때는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역할 캐스팅의 기준이 첫째도 실력, 둘째도 실력, 셋째도 실력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김고은도 마찬가지다. 보기 전에는 설희 역할에 많은 배우를 떠올릴 수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역할을 김고은만큼 잘할 배우는 없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라며 "나문희 선생님은 물론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까지 모든 배우들이 의심을 확신으로 증명시켜줘서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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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 / 사진=CJ ENM
배우들에게 공을 돌린 윤제균 감독이지만, 영화의 장면 전환부터 원작 뮤지컬과 비교해 설득력을 높일 서사의 추가와 보완까지, '영웅'에는 윤제균 감독의 치열한 고민이 담겨있었다. 그는 "뮤지컬 공연은 다음 시퀀스로 넘어갈 때 암전시키고 넘어가면 자연스럽지만, 영화는 그럴 수 없다.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 장면 전환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밝혔다.

이어 뮤지컬과 비교해 설희(김고은 분)의 서사가 추가되는 것은 물론 왕웨이, 링링도 한국인 남매 마두식(조우진 분), 마진주(박진주 분)으로 변경했다. 이에 윤제균 감독은 "뮤지컬은 안중근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까 서브 캐릭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힘들다. 그게 영화로 왔을 때는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영화 팬들한테 비난받는다"며 "공연에서 설희의 서사가 좀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토 히로부미 옆에 24시간 붙어있는데 미션이 없기 때문에 '왜 안 죽였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영화에서는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미션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인 남매를 한국인으로 바꾼 것 또한 이유가 있다. 공연에서는 이토 히로부미를 포함한 일본인이 다 한국말을 하는데 영화에서 중국인까지 등장하면 3개국어가 나오니까 관객들이 번잡스럽고 혼란스럽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원래 링링이 안중근을 짝사랑하는 설정인데, 마진주는 젊은 유동하(이현우 분)과 러브라인으로 풋풋한 첫사랑을 그렸다. 시대를 잘못 만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뮤지컬에서는 언급만 됐던 회령 전투신도 추가했다. 그는 "공연에서도 안중근의 과거 잘 안 나온다. 영화화를 하기로 결심하면서 조사도 많이 하고, 공부를 해보니까 제가 물어본 사람의 절반 이상이 안중근 의사가 저격 전에 무슨 일했는지는 모르더라. 안중근 의사는 대한 의병군 참모 중장이었다. 회령 전투가 그가 단지 동맹을 하고, 이토 히로부미 처단을 결심하는 모든 계기가 된 터닝포인트였다. 제가 단지 전투신을 넣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회령 전투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얘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영웅'은 공연을 넘어선 전율과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화의 70%가 현장에서 녹음된 라이브 가창 버전으로 담기는 등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 끝에 대한민국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영웅'을 관객 앞에 선보이게 된 윤제균 감독은 "내 영혼을 갈아 넣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어 "'영웅'을 찍으면서 힘들었던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샐러리맨이 쌍천만 감독 되는 게 어렵냐. 쌍천만 감독이 '영웅'을 만드는 게 어렵냐'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저는 5년 동안 샐러리맨을 하다가 영화감독에 도전해 이 자리까지 왔다. 이미 인생의 큰 산을 넘은 셈이다. 앞으로도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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