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쇼! 음악중심' 방송 캡처 |
가상 아이돌이 본격적으로 음악방송 무대에 진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메타버스 걸 그룹 MAVE:(메이브, 시우·제나·타이라·마티)가 가상 아이돌 중 최초로 '쇼! 음악중심' 무대에 서서 K-팝, 방송가에 큰 충격을 줬다.
메이브는 지난 28일 방송된 MBC 음악 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이하 '음중')에서 데뷔곡 'PANDORA'(판도라)로 첫 무대를 가졌다. '판도라'는 메이브가 지난 25일 발표한 첫 번째 싱글 앨범 'PANDORA'S BOX'(판도라의 상자)의 타이틀곡으로, 메이브만의 카리스마를 담았다.
메이브 네 멤버는 '음중'의 오프라인 무대와 팬들 사이에서 가상 아이돌의 형체 그대로를 보여줬는데, 가상과 현실 사이의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런 기술 구현으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멤버들의 움직임은 그래픽의 유연성이 최대한 발휘돼 시원시원한 춤동작을 자랑하기도 했다.
메이브는 넷마블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협력해 만든 버추얼 가수 전문 회사 소속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의 첫 걸 그룹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30일 스타뉴스에 메이브의 기획 과정으로 "메타버스 시작이 확대되는 와중에 저희가 디지털 휴먼 제작을 주도해서 기술을 만들었다. 메이브 이전에 디지털 휴먼 리나가 비, 송강호 소속사인 써브라임과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활동 중이었다. 디지털 휴먼이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아이돌 그룹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사진=MBC '쇼! 음악중심' 방송 캡처 |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는 어떻게 협업이 이뤄졌을까. 관계자는 "카카오엔터에서 가진 역량이 풍부해서 전략적 협업을 진행하게 됐다. 저희 기술로 메타버스 디지털 휴먼을 만들면, 카카오엔터에선 기획과 매니지먼트를 맡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와의 협업으로 메이브는 향후 게임, 웹툰, 웹소설 등의 확장 콘텐츠가 나올 가능성도 보인다.
'음중'과 협업 과정을 묻자 관계자는 "버추얼 아이돌을 우리가 이미 기획하고 있었고 지난해 8월부터 MBC와 협업을 시작했다"고도 말했다.
메이브 무대의 내부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관계자는 "생각보다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것 같고 무대 자체를 유의미하게 보고 있다. 참신한 시도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메이브는 실제 아이돌들의 활동처럼 이미 팬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도 예고한다. 메이브는 팬 멤버십을 상징하는 인증도구로서의 '웰컴뱃지'를 증정하는 NFT 에어드롭 이벤트 계획도 밝혔다.
/사진=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
앞서 메타버스 세계관을 TV에 등장시킨 사례는 꽤 있었다. TV조선 '아바드림', MBN '아바타싱어'가 실존 인물을 가상으로 구현한 캐릭터 혹은 가상의 캐릭터를 무대에 올리는 기술을 보여줬고, 3인조 버추얼 그룹 사공이호가 SBS '인기가요'에서 데뷔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은 2D에 가까운 캐릭터 생김새, 현실성이 부족한 기술로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메이브는 훨씬 실제 아이돌과 가까운 생김새와 모션을 자랑했다. 메이브는 노래 역시 실제 아이돌 같은 작곡가의 참여로 퀄리티 면에서도 우수함을 갖췄다. '판도라'는 감정을 잃어버린 절망적인 미래 이디피아(IDYPIA)에서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세상의 한 줄기 희망을 되찾고 말겠다는 당돌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세븐틴의 'Ready to Love'(레디 투 러브), 레드벨벳의 'Bad Boy'(배드 보이), 몬스타엑스의 'Love Killa'(러브 킬라) 등을 작업한 Maxx Song(맥쓰송)과 Kyler Niko(카일러 니코) 작곡가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메이브의 데뷔가 충격적이었던 만큼, 이들의 데뷔 무대 영상은 네이버TV 기준 같은날 '쇼! 음악중심' 출연팀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메이브가 실제 아이돌을 위협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게될지 업계와 대중의 관심이 모아진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