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정가람 "밀양서 상경→라면으로 끼니..종현에 공감했죠"[인터뷰①]

한해선 기자 / 입력 : 2023.02.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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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가람 /사진=매니지먼트 숲


배우 정가람(29)이 '사랑의 이해' 종현처럼 자신도 밀양에서 상경해 고생했던 과거가 있다고 털어놨다.

정가람은 최근 스타뉴스와 만나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극본 이서현, 이현정, 연출 조영민)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랑의 이해'는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

정가람은 극 중 은행경비원 정종현 역을 맡았다. 종현은 생계를 위해 은행경비원으로 일하다가 은행 주임 안수영(문가영 분)에 반해 연애를 시작했지만, 경찰공무원 시험에 계속 낙방해 자존감을 잃고 수영의 도움에 부담을 느끼다가 헤어짐을 선택했다. 종현은 수영이 자신과 연애하는 도중에도 은행 계장 하상수(유연석 분)와 서로 애틋한 감정을 버리지 못한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정가람은 '사랑의 이해' 엔딩에 대한 자신의 생각으로 "나는 엔딩이 마음에 들었다. 각자 성장한 것 같았고 종현 입장에서도 잘 성장했다. 마지막에 종현이와 수영이 스쳐지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종현이가 경찰이 돼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서 보니 수영이 보고 있었다. 수영이가 환하게 웃어주는데 그게 종현이로선 되게 보호 받는 느낌이었다. 부모님이 아기새를 둥지에서 떠나보낸 느낌을 받았다. 종현이와 수영이가 마지막이 좋진 않았지만, 수영이가 종현이의 삶에 있어서 큰 영향을 준 사람이었다. 그리움도 있겠지만 감사한 마음이 컸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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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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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LL


종현은 극 초반 수영에게 애정표현을 아끼지 않는 다정한 남자친구였지만, 점점 자존감을 잃고 차갑게 변해 '욕받이 캐릭터'가 됐다. 정가람은 "뒤로 갈수록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내가 잘 표현할 수 있게, 시청자들이 잘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연기하면서 나도 공감하는 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녀 사이란 뜻대로 흘러갈 수 없지 않나. 계획대로 안 되기도 하고. 내가 좌절하면서 주위에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 숨이 막히기도 했다. 뒷부분에서 수영이와 종현이가 식탁에만 앉으면 시청자들이 숨이 막힌다고 하더라. 나도 거기에만 앉으면 그런 느낌이 들었다"며 웃었다.

정가람은 "점점 갈수록 시청자들이 '숨 막힌다', '둘이 있으면 답답하다. 어떡하냐'고 하더라. 그 장면을 그렇게 의도한 거였다. 초반엔 데이트를 즐겁게 했다면 나중엔 이미 깨진 사이를 억지로 이어가는 느낌이었다. 종현이 입장에서 보면 내가 사랑한 사람이 나를 위해서 피아노를 치우는 등 여러가지를 포기하는 행동이 마음이 아팠겠다"고 설명했다.

정가람은 종현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을까. 그는 "종현이는 처음에 꿈이 있고 어리면서 희망찬 느낌이었다. 순수하게 보이는 그대로 노력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에 치이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시간이 흘러야 성장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그런 게 자연스럽게 대화로 오가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종현이가 자격지심이 있었다. 계급이 나눠져있다고 생각했다. 커피 먹는 장면에서 그게 확실히 보였다. 부모님에게도 '나만 믿어달라'면서 에너지 있는 모습만 보여주다가 많이 치이면서 꺾이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나라도 자격지심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상황이 빚질 수밖에 없는데 내가 제일 멋있어야 할 사람에게 그런 걸 보여준다는 게 도망가고 싶지만 놓을 수 없는, 꼬여만 가는 것이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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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가람 /사진=매니지먼트 숲


종현을 연기하며 개인적으로 공감갔던 상황이 있는지 묻자 정가람은 "나도 종현이처럼 밀양 출신이어서 서울에 올라온 후 부모님에게 걱정 안 끼쳐드리려고 '밥 잘 먹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 서울에 올라왔을 때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원을 아예 안 받고 친구집에 얹혀사는 것처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나와서 사니까 밥 챙겨먹기가 힘들었을 때도 있었다. 당시 시급이 3800원이었고, 하루종일 일해서 3~4만원을 벌었다. 그걸로 프로필 사진을 찍고 밥을 먹었는데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한 적이 있었다. 부모님에게 힘든 내색하면 내려오라고 할까봐 잘하고 있다고 했다. 고시원에서 지냈을 당시엔 천장을 바라보고 '어떡하지'라고 고민하면서 지낸 시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정가람 역시 종현처럼 긴 시간을 고군분투한 후 자신이 바라던 목표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정가람은 2011년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으로 데뷔해 드라마 '상속자들', '풍문으로 들었소', '미스트리스', '동백꽃 필 무렵', 영화 '4등', '독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에 조연, 단역으로 출연하다가 2019년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이혜영 역을 맡으며 주연으로 돋보이기 시작했다. 데뷔 10년 만에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것.

정가람은 "이 직업 자체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니까 작은 역할이라도 계속 참여하면서 새로운 것,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배역마다 느낄 수 있는 게 달랐다. 단역, 조연도 많이 하면서 그냥 즐거웠던 것 같다. 먹고 살 정도가 아니었을 때부터 연기를 했는데, 어릴 땐 돈을 벌 목적으로 이 일을 한 건 아니었다. 지금도 '즐기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제는 30대가 됐으니 서울에 계속 거주하려면 돈도 모아야겠다 싶다. 즐기면서 가봐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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