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이 지난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경기 6회말 무사 만루 상황에서 곤도 켄스케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 후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009년 대회 이후 4강 진출을 목표했던 한국 대표팀은 세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올해 초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발표 기준, 일본(1위)을 제외하면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호주(10위), 체코(15위), 중국(30위)과 같은 조에 속한 한국이 1라운드에서 탈락할 전력은 아니었다는 것이 야구계 중론이다.
이번 대회 실패는 세대교체를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더욱 큰 아쉬움을 남긴다. 최종엔트리 투수진 15명 중 30대 투수가 김광현(35·SSG), 양현종(35·KIA), 이용찬(34·NC), 고영표(31·KT), 김원중(30·롯데) 등 5명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세대교체에 대한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하지만 일부 투수들의 컨디션 난조 속에 젊은 선수들은 생애 첫 국제무대를 최악의 환경에서 치러야 했다.
대표적인 예가 한일전 김윤식(23·LG)이었다. 당시 김윤식은 한국이 4-6으로 뒤처진 6회말 무사 3루에서 정철원(24·두산)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볼넷-몸에 맞는 볼-밀어내기 볼넷을 연거푸 허용하며 아웃 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김원중과 교체됐다.
선택이 아예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 김윤식은 지난해 KBO리그에서 9이닝당 볼넷이 2.13개로 제구가 좋은 편에 속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어린 투수의 국제대회 첫 등판이 접전 상황에서의 한일전, 그것도 꼭 이겨야 하는 중요도 높은 경기라는 것을 간과했다.
어쩌면 제2의 김광현이 나타나 주길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김광현은 만 20세의 나이에 일본을 상대로 두 차례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하며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다. 에이스는 위기 속에서 성장한다는 속설을 입증하는 사례였다.
김광현./사진=뉴스1 |
결과적으로 한일전에 등판한 8명의 20대 투수는 세계의 높은 벽만 실감했다. 원정팬이 가득한 도쿄돔, 한일전이란 특수성,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 등 삼중고를 견디지 못하고 차례차례 무너졌다.
한국 야구에 있어 2023년은 매우 중요한 해다. WBC를 시작으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등 주요 국제대회들이 몰려 있어 세대교체의 적기로 여겨진다.
일단 첫 시도는 아쉬운 판단과 방법 속에 실패로 돌아갔다. 차세대 투수진은 박세웅 외에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고 오히려 세계 기준 평균 이하의 구속과 제구력으로 고민거리만 떠안았다. 대표팀 선발조차 어려워 15명 중 20대가 6명에 불과했던 야수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세대를 막론하고 한국 야구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자각한 점은 긍정적이다. 모든 발전은 자기 자신을 아는 데서 시작한다. 곧 개막할 2023시즌 KBO리그와 하반기 치러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발전의 성과가 보이길 야구계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