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맨 왼쪽) 대표팀 감독이 지난 13일 중국전에서 마운드에 올라 투수 원태인 등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역시 가장 큰 문제점은 투수력이다.
류현진(35·토론토)과 김광현(34·SSG), 양현종(34·KIA) 등이 프로에 데뷔한 것이 어느덧 16~17년 전이다. 그 이후로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강력한 선발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가령 고교나 대학 투수에 대해 지도자들에게 "실력이 어떤가"라고 묻는다 치자. 그렇다면 대답은 대부분 "구속이 시속 152㎞ 정도 나옵니다"이다.
공 스피드를 물어본 게 아니다. "그 투수는 제구력이 좋고, 번트 수비나 견제, 게임 운영도 잘 합니다." 이런 답을 원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볼 스피드까지 붙는다면 더 좋아질 겁니다"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
공만 빠르면 뭣하는가. 이번 우리 대표팀에도 시속 150㎞ 이상을 던지는 투수가 많았지만 제구가 되지 않으니 상대 타자들이 치질 않는다.
지도와 훈련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제구력을 키우려면 훈련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 연습 과정부터 지금보다 몇 배나 공을 더 많이 던져야 집중력이 생기고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투구를 할 수 있다.
또 투수는 하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러닝을 많이 해야 한다. 필자가 프로 감독 시절 가을에 팀 마무리 훈련을 위해 일본에 가보면 프로와 아마를 가리지 않고 투수들이 높은 계단이나 언덕, 산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일본 투수들이 그리 크지 않은 체구에도 강력한 공을 던질 수 있는 이유다.
지난 10일 일본에 패한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대표팀 선수들. /사진=뉴스1 |
"조금 더 성장하면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들 말한다. "성공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해외에 나가 오랜 시간 고생하고 별 성과 없이 돌아온 유망주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는가. 이럴 때 현장 지도자들이 냉정한 진단을 통해 선수와 학부형을 잘 설득해야 하는데, 무턱대고 보내려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
우리 KBO리그에서는 각 팀이 매 시즌을 시작하면서 대개 1~2선발을 외국인 투수에게 맡기고, 3~5번은 국내 선수들로 꾸린다. 그런데 4월 개막 후 한 달 남짓 지난 5월 중순만 돼도 국내 선발진에 문제가 생기는 팀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게 많은 투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선발 로테이션이 제대로 돌아가는 팀을 찾기 어렵다. 이렇듯 허약한 투수력이 이번 WBC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김인식 전 야구 대표팀 감독
<2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인식 전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