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낙마→韓 최초 160㎞' 2년차 문동주, 日 부러워한 KBO의 보배가 된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4.13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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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투수 문동주가 12일 KIA전에서 강속구를 뿌리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야구를 보며 야구 팬들에게서 나온 가장 많은 반응은 '부럽다'는 것이었다. 시속 160㎞ 빠른공을 뿌려대는 투수들이 왜 우리나라에선 나오지 않느냐는 게 그 이유였다.

한국에도 드디어 160㎞를 뿌리는 투수가 나왔다. 바로 한화 이글스 2년차 우투수 문동주(20)다.


문동주는 1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 호투했다. 팀 타선이 침묵하며 패전의 멍에를 떠안았지만 정작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건 따로 있었다. 문동주의 놀라운 구속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문동주는 이날의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1회초 세 타자를 KKK로 돌려세웠는데 어마어마한 기록이 수립됐다. 첫 타자 류지혁을 낙차 큰 커브로 돌려세운 문동주는 2번 타자 박찬호에게 3구째 시속 160.1㎞ 속구를 한 가운데로 찔러넣으며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KBO의 공식 기록통계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서 운영하는 피치트래킹시스템(PTS)으로 측정된 값으로 KBO리그에서 국내 선수가 던진 최고 기록이다. PTS 시스템은 2011년부터 운영됐는데 사실상 이 전엔 150㎞ 중반대를 던진 투수들도 많지 않아 문동주의 기록이 역대 국내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2년 9월 7일 롯데 자이언츠 최대성이 한화 장성호를 상대로 던진 158.7㎞였다. 현역 투수 중에선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이 작년 9월 SSG 랜더스전에서 던진 158.4㎞이 가장 빠른 공이었다. 역대 최고 빠른공은 2012년 9월 LG 트윈스 소속으로 SK 와이번스(SSG 전신)전에서 던진 162.1㎞ 레다메스 리즈의 공이다. 2016년 한화 소속 파비요 카스티요도 두산 베어스전에서 160.4㎞ 빠른공을 던진 적이 있다. KBO리그 역사상 3번째 빠른공을 뿌린 문동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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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전에서 와인드업을 하고 있는 문동주. /사진=한화 이글스
더욱 고무적인 건 문동주가 아직 프로 2년차에 불과한 어린 선수라는 점이다. 지난해 한화 1차 지명선수로 프로에 데뷔한 문동주는 13경기에서 1승 3패 2홀드 평균자책점(ERA) 5.65로 아쉬움을 남겼음에도 시즌 막판 상승세를 탔고 불 같은 강속구를 뿌린다는 이유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앞두고 50인 관심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금 보완하면 그의 빠른 구속이 WBC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대표팀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를 갈았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꼽는 주목할 투수로 꼽혔다. 뛰어난 속구 스피드는 물론이고 성숙한 훈련 태도와 모범적인 성품 등까지 더해져 대성할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6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5이닝 동안 단 70구만 뿌리며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 승리를 챙겼다. 한화가 4연패를 당하던 시점이라 더욱 반가운 호투였다.

이날은 수베로 감독의 계획대로 92구를 던졌는데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팀이 0-2로 패해 패전 멍에를 썼지만 앞으로를 더 기대케하는 투구였다. 슬라이더가 구속은 146㎞까지 찍혔고 날카롭게 떨어지는 커브는 속구의 위력을 더해준다. 타자들에겐 공포감을 주는 투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더구나 아직 시즌 초반이고 최근 날씨가 예년과 달리 쌀쌀해 투수들의 컨디션이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날이 따뜻해질수록 몸은 더 풀리고 구속은 더 오르기 마련. 시속 160㎞ 마의 벽을 넘어선 문동주의 빠른공이 얼마나 더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야구 팬들의 관심이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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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주가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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