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EPL 100호골을 넣고 기뻐하는 토트넘 손흥민(왼쪽). /AFPBBNews=뉴스1 |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시아 최초 득점왕에 등극했던 손흥민(31·토트넘)의 지나친 겸손일까. 들여다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이번 시즌 그만큼 부담이 컸고 부진을 겪으며 스스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던 것을 고백한 것이기도 하다.
상대의 견제 심화, 컨디션 난조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동료와 호흡이다. 손흥민 뒤에서 지원을 해줘야 할 윙백 자원인 이반 페리시치(34)와 호흡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렇기에 더욱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1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인터 라이브는 "페리시치가 인터 밀란 복귀를 노린다"며 토트넘이 그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손흥민과 페리시치의 불협화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페리시치는 전임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인터 밀란에서 세리에A 우승을 경험했다. 콘테는 토트넘 지휘봉을 잡으며 페리시치를 데려왔다.
이반 페리시치. /AFPBBNews=뉴스1 |
최근 EPL 100호골을 넣은 손흥민은 영국 매체 이브닝 스탠다드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부진을 인정하는 동시에 "새 시즌을 맞이하면서 주위의 모두가 '손흥민이 득점왕을 차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다시 한 번 놀라운 페이스를 보여주기를 기대했다"며 "그러나 때때로 더 많은 관심과 압박을 받는 상황 속에서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고 심적 압박에 시달렸음을 토로했다.
활동범위를 보여주는 히트맵 상에도 페리시치와 함께 뛸 때면 손흥민의 이동 폭이 매우 제한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강력한 슈팅과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돌파가 강점인 손흥민에겐 분명히 선호하는 공간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많은 골을 만들어냈지만 콘테 전 감독은 페리시치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랐다. 심지어는 페리시치가 공격에 가담했을 때 손흥민이 수비 커버를 들어가는 일도 더 많아졌다. 손흥민의 골이 더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
손흥민 또한 100호골 직후 인터뷰에서 '손흥민 존'에 대해 "전에도 말했지만 이 위치에서 뛴다면 골을 넣을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며 "지난 시즌 이 위치에서 얼마나 많은 골을 넣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기회가 또 온다면 난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팀 전술에 대한 불만이나 직접적 언급을 가급적 피하는 손흥민이기에 이 발언은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손흥민(가운데). /AFPBBNews=뉴스1 |
콘테 감독은 팀을 떠났고 페리시치에게도 팀에 머물러야 할 큰 이유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올 시즌 1골 6도움을 기록 중이지만 최근엔 컨디션도 하락했고 콘테 감독 경질 이후엔 입지도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 라이브에 따르면 토트넘은 인터 밀란 중앙수비수 스페판 데 프라이를 데려오기 위해 페리시치를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페리시치와 토트넘은 2년 계약을 맺었지만 페리시치는 이를 1년 앞당기고 싶어한다고도 설명했다. 나아가 토트넘이 트레이드가 여의치 않을 경우엔 페리시치와 합의하에 계약을 종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여러모로 손흥민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손흥민. /AFPBBNews=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