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택이 16일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KPGA |
프로 데뷔 4년 만에 정상에 선 고군택(24·대보건설)에게 들은 뜻밖의 이야기다. 코치 없이도 투어 최정상급 골퍼들과 경쟁해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고군택은 16일 강원도 춘천 라이에벨 컨트리클럽 올드코스(파72·7178야드)에서 열린 2023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총상금 7억 원) 4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로 박상현(40·동아제약·18언더파 270타)을 2타 차로 따올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2020년 프로에 데뷔한 뒤 4년, 정확히 49번째 대회 만에 누리게 된 영예다. 최고 성적은 2021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3위였으나 고군택은 시나브로 성장 중이다. 2년 연속 1억 원 이상 상금을 획득하더니 겨울에 제대로 훈련을 하기 위해 떠났던 미국행이 개막전부터 결실을 맺었다.
경기 후 만난 고군택은 "함께 플레이한 서요섭, 박상현 프로님이 굉장히 잘 치시는 걸 알고 있었고 오늘도 잘 치셨다. 집중력을 놓을 수 없었다"며 "지금껏 우승이 없어서 올해는 꼭 하고 싶었는데 개막전에서 생각보다 빨리 우승하게 돼 실감이 안 난다.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 퍼트를 성공시킨 뒤 포효하는 고군택(오른쪽). /사진=KPGA |
후반 처음부터 10번 홀(파4) 버디로 시작한 고군택은 13번 홀부터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특히 박상현과 18언더파로 공동 1위로 맞은 15번 홀(파5)이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세컨드샷으로 곧바로 그린을 공략한 둘과 달리 고군택은 안정적인 전략을 택했고 결국 버디로 한 타를 줄였다. 반면 박상현과 서요섭은 우드샷이 길게 떨어지는 바람에 파에 그쳤다.
경기 후 만난 고군택은 "우드거리가 딱 남았는데 (우드가) 오늘 좀 불안했다. 어차피 잘라가도 버디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 확실하게 잘라갔다"며 "그 홀에서 나만 버디를 해서 그게 우승의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 긴장이 많이 됐는데 계속 차분하게 하려고 스스로 되뇌었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엔 기존 고향인 제주도나 가까운 동남아가 미국으로 전지훈련지를 정했다. 그만큼 부족한 점을 메워보겠다는 의지가 컸다. 고군택은 "올해는 어느 때보다 잘 치고 싶은 생각이 강해서 미국으로 갔다"며 "훈련 여건도 좋고 잔디에서 연습을 하다 보니 좀 더 정확하게 훈련할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할 땐 겨울이니 해가 짧았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아서 해가 뜨고 질 때까지 계속 오랫동안 연습했다"고 밝혔다.
1번 홀에서 아이언샷으로 그린을 노리고 있는 고군택. /사진=KPGA |
고군택은 "마음을 다잡는 연습은 따로 하진 않았고 치면서 세뇌했다"며 "버디 많이 했는데 모든 버디가 대부분 욕심이 없었다. 파를 치려고 했고 고맙게 버디로 연결이 됐다. 먼거리에서 성공시킨 퍼트들도 다 파를 치려고 했는데 운 좋게 들어간 것이었다"고 전했다.
더 놀라운 건 코치 없이 이룬 성과라는 점이다. "현재 코치는 없다. 미국은 아카데미를 따라 갔다"는 그는 지난해보다 비거리가 5~10m 정도 늘었다고 전했다. 스스로 깨닫고 성장하는 걸 즐기는 스타일이다. "작년까지는 코치가 있었는데 프로님이 사정이 생겨서 레슨을 못하시게 됐다. 올해 1월부터는 혼자 했다. 원래도 레슨을 많이 받아본 편은 아니었다. 4~5년 동안은 알아서 해결하려고도 많이 했는데 혼자 하는 건 아직까진 괜찮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상승세를 잇겠다는 각오다. 마침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골프존오픈 IN 제주가 열리는 곳이 바로 그의 고향 제주도다. 고군택은 "제주도에서 다음주에 대회를 하는데 많이 쳐본 코스고 자신 있게 칠 수 있을 것 같다"며 "꾸준히 치는 게 목표다. 당장 생각할 순 없겠지만 첫 우승을 했으니 이젠 다승을 목표로 해야 할 것 같다. 될 수 있으면 메이저대회 우승하는 걸 목표로 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우승자 인터뷰를 하고 있는 고군택. /사진=KPG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