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구글어스 캡쳐 |
한반도는 떠다니는 배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흔히 토끼를 닮았다. 토끼라는 놈은 왠지 나약하게 보였던지, 마치 호랑이 모습 같다고 그럴싸하게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 선조들은 한반도의 모습을 어떻게 보았을까? 풍수에서는 땅의 모양을 놓고 여러 가지 사물에 비유한다. 신라 말 풍수지리가로 유명한 도선(827?898)은 한반도의 지형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는 떠다니는 배와 같다'.
태백산과 금강산은 그 뱃머리가 되고,
영암의 월출산과 영주산(한라산)은 그 배꼬리다.
부안의 변산은 키가 되며,
영남의 지리산은 그 삿대(노)이고,
능주의 운주산은 그 뱃구레(선복)이다.(「조선사찰사료」, ?도선국사실록?)
한마디로 도선은 한반도를 움직이는 배 모양이라 했다. 풍수에서는 이를 행주형(行舟形)이라 한다. 정말 기막히게 예리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지도를 펴놓고 봐도 그럴까? 그렇다. 우리는 관행적으로 지도를 볼 때 아래서 위로 본다. 그렇다보니 한반도는 중국 대륙에 딸린 하나의 꼬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만주 대륙 쪽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대양을 향해 뻗어 나가는 모습으로 도선의 말처럼 배처럼 생겼다.
단순히 도선은 땅 모양만을 말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배의 중심을 잡기 위해 금강산과 영암의 월출산에 정성들여 탑을 쌓았다. 왜냐 금강산은 뱃머리이고, 월출산은 배꼬리로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배꼬리격의 월출산을 작은 금강산이라고 하여 '소금강小金剛'이라고 부른 것도 그런 까닭이다. 또 배가 움직이려면 땅도 바다처럼 수평을 이루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아 균형이 맞지 않는다. 때문에 도선은 배의 복부에 해당하는 뱃구레격인 전남 화순(능주의 옛 지명)의 운주사 골짜기에 천 불 천 탑을 하루 낮과 밤에 걸쳐 쌓아 배의 전복을 막았다고 한다. 밤새 작업하기 위해 해가 넘어가지 않도록 해를 묶어 놓고 일을 했다는 일봉암이 인근에 있다. 1481년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도 운주사 좌우 산 협곡에 석불, 석탑이 각 일 천기씩 있다고 기록되었다.
도선 뿐 아니라 조선 후기 대실학자 성호 이익(1681~1763)도 우리나라는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으며, 산도 서쪽보다 동쪽이 많아 불균형을 이룬다고 하였다. 만일 한쪽이 높고 다른 한쪽이 낮다면 과연 배가 제대로 뜨겠는가? 한반도를 떠다니는 배로 본 것은 한마디로 풍수적 사고를 반영한 것이다. 도선의 이러한 사고는 영남이나 호남 어느 한쪽이 기울어서는 안 되고 균형을 이루어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풍수에서는 결함이 있는 곳에 나무를 심거나 탑이나 불상을 세워 보완한다. 이를 '비보裨補'라고 한다. 풍수에서 비보란 '도와서 모자란 것을 채우는 것'을 이른다.
그렇다면 행주형인 우리나라가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깊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 배는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배 모양의 행주형 땅은 말 그대로 배가 움직이도록 하는 정책과 함께 개혁 개방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항구에 정박해 둔 배는 고철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 수출 주도 산업 정책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풍수로 볼 때 북한의 평양도 배가 떠다니는 행주형이다. 영조 때 실학자 지봉 이수광(1563∼1628)은 ?지봉유설?에서 "평양은 배를 가로 놓은 형국이라 했다. 평양의 진산 금수산 제일봉인 모란봉에 오르면 평양이 한 눈에 들어온다. 대동강을 끼고 금수산 앞에 드넓게 펼쳐진 벌판의 평양은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배가 떠다니는 모양의 행주형이다.
그렇게 본다면 평양도 배 모양, 한반도도 배 모양의 북한은 한마디로 쌍 겹을 이룬 행주형이다. 그럼 북한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겹을 이룬 행주형의 땅일수록 배가 바삐 움직여야 한다. 그것은 바로 대내외 개혁 개방이다. 지금과 같이 자물쇠로 꼭꼭 걸어 잠그는 폐쇄정책은 곧 항구에 배를 묶어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럴 수록은 인민을 더 궁핍하게 할 뿐이다. 왜냐 움직이지 못하는 배는 이미 고철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경주 또한 평양과 마찬가지로 행주형이다. 하지만 경주가 평양처럼 행주형이라는 사실을 알기 쉽지 않다. 대동강처럼 큰 강이 없는 경주로선 더더욱 그렇다. 평양은 대동강이 가로로 흘러 행주형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경주는 건천에서 내려오는 강줄기와 불국사와 내남에서 내려오는 강줄기의 남천, 그리고 보문에서 내려오는 강줄기 등이 모여 형산강을 이룬다. 이들 여러 개의 강줄기가 경주를 둘러싸고 있어 풍수상 배 모양의 행주형을 이룬다.
경주가 배 모양임은 도시 한복판에 있는 봉황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경주의 봉황대는 봉황이 알을 품는 형국이다. 신라가 망한 것은 봉황대 한 가운데에 샘을 팠기 때문이라 한다. 봉황을 살리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니 샘을 파도록 했다는 것이다.
배 모양의 땅에 샘을 파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는 배에 구멍을 뚫는 것과 같다. 배에 구멍을 뚫으면 당연히 물이 차 가라앉는다. ?지봉유설?에서 이수광도 행주형의 땅에는 우물을 파서는 안 된다고 했다. 행주형의 땅에 샘을 파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반면 행주형 땅은 항시 물이 차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가 뜰 수가 없기 때문이다. KTX 열차는 배와 같다. 경주의 KTX 경우는 탁월한 선택이다. 사람이 부지런히 오가는 관광산업이 융성해야 경주는 진정 먹고살 수 있다.
.
제주도는 오른발, 대마도는 왼발
도선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배 모양일까. 실학자 성호 이익은 풍수지리가들의 정론을 빌려 한반도의 모습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의 지형은 북쪽은 높고 남쪽은 낮으며, 중앙은 빠르고 아래쪽은 파리하다. 백두산은 머리가 되고, 대령(大嶺)은 등성마루가 되어 마치 사람이 머리를 기울이고 등을 굽히고 선 것 같다. 그리고 대마도와 제주도는 양쪽 발 모양으로 되었는데, 서남바해방亥方(정북)에 앉아서 사방巳方(서남)으로 향했다.(『성호사설』 천지문)
그럼 실제 지형을 보아도 성호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지형적으로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다. 또한 한반도의 머리는 백두산이고, 대령이 되는 태백준령은 사람으로 치면 등줄기가 된다. 지도를 펴놓고 보아도 그렇다. 백두산을 머리로 삼아 등을 약간 굽힌 모습이다. 양발은 앞으로 약간 내디디며 정북에서 서남쪽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제주도가 오른발이고, 대마도가 왼발이다. 이는 마치 사람이 약간 웅크렸다가 막 뛰어오르려는 모습과 같다.
그렇다면 한반도를 떠받치고 있는 대마도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는 한발로 서 있는 모양이다. 한발로 서면 금방 쓰러진다. 양발로 서야 오래설 수 있다. 그것도 안정감 있게 서있으려면 두발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다행이 대마도가 그 역할을 한다. 지도상으로 봐도 이익의 말처럼 제주도와 대마도가 우리나라를 받치고 있어 지형적으로 더욱 안정된 느낌을 준다.
이런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통일왕조 중 가장 영토가 넓은 때는 다름 아닌 조선시대 세종 때이다. 그것도 세종이 대마도(쓰시마)를 정벌했을 때이다. 통일 왕조 중 역사적으로 대마도가 우리 수중에 들어왔을 때, 한반도는 영토적으로 가장 넓고 안정되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처럼 대마도는 풍수상으로 한반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옛날처럼 대마도를 정벌할 수도 없다. 엄연히 대마도는 일본 땅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본을 극복하거나 화친해야 한다. 밉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한일 양국이 상호 선린관계를 유지할 때 한반도는 더욱 더 발전하고 안정화될 것이다. 그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정종수 CST 부설 문화행정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 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 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