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홍봉진 기자 |
국내 최대 가요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대표해온 보이그룹의 이른바 분열 잔혹사가 또 다시 발생했다. 최근 상표권 소송에서도 승리한 1세대 H.O.T.가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의 jtL과 강타 문희준으로 잠시 갈라졌다 결국 멤버들의 화해 무드로 반전을 꾀한 반면, SM 에이스 5명으로 결성돼 역시 최고의 인기를 누린 2세대 동방신기는 유노윤호 최강창민만 남은 채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의 JYJ가 독립 이후 명맥을 결국 잇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지며 씁쓸함을 남겼다. 이제 3세대를 대표해오며 한 시대를 풍미하고 11주년을 맞이하며 황혼기에 접어들려 했던 엑소는 CBX, 즉 첸 백현 시우민이 SM과 갈라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뭔가 분열의 명맥(?)이 이어지는 모습이 팬덤 입장에서도, 대중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시선이 가고 있다.
◆ H.O.T vs jtL..해체, 그리고 극적인 재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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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첸백시가 제기하고 있는 정산 문제는 H.O.T. 해체 이슈 당시에도 적지 않은 공분을 불러왔다. 음원이 아닌 앨범 판매로 수익을 냈던 시대에 인세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평균 20원 논란'이라는 타이틀이 가장 핵심이었다. 여기에 노예계약 주장에 SM이 "멤버 6 대 회사 4였다"라고 반론을 제기하면서 갈등은 더욱 심화되기도 했다.
그리고 H.O.T.의 경우 해체의 시발점이 누가 됐는지에 대한 부분도 엇갈렸었다.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은 팀 해체를 원하지 않았는데 SM이 해체를 통보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SM은 이들 3명의 부모님이 해체를 요구했고 이에 대한 근거로 계약 조건이 너무 무리한 부분이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계약 만료 시기도 공교롭게도 강타 문희준과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날짜는 다르지만) 강타 문희준은 2002년,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은 2001년이 만료 시점이었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
여기에서 들여다볼 부분 중에는 팀내 멤버들의 미묘한 입지 차이도 있다. 앨범 작업의 흐름을 보면 강타 문희준이 각각 메인 보컬과 리더로서 역할을 맡았고 곡 작업에서도 참여도가 전반적으로 높았고, 겉으로는 당장 크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게 되면 팀을 바라보는 시각도 서서히 달라지게 될 수 있다. (댄스 파트 비중에 있어서도 문희준과 장우혁이 '전사의 후예'를 놓고 각자 짜왔는데 결국 문희준의 안무가 채택됐던 일화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한 분위기가 꼭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기 힘들겠지만 어쨌든 그것 자체가 팀 케미스트리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는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사진제공=MBC |
결국 H.O.T.는 긴 소송이 아닌 팀 해체를 공식 발표했고 강타 문희준은 솔로 활동을 이어갔으며 jtL은 2004년까지 활동을 이어가다 자연스럽게 팀 활동 횟수도 줄어들면서 H.O.T.의 완전체 재결합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지만 MBC '무한도전-토토가'가 조심스럽게 이들의 재회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사실 각자 연예계에서 활동하면서 재결합에 대한 질문을 받아왔지만 모두들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었는데 '무한도전'의 토토가 시즌2에서 한 자리에 모였던 이들은 서로를 감싸안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고 나이가 들어서 무대 연습을 하면서 예전만 못한 몸놀림에 오히려 미소짓고 더욱 서로를 안아줬다.
H.O.T. 5명 모두 결과적으로는 재결합에 이어 단독 콘서트까지 멋지게 소화하는 등 감동의 스토리까지 완성했다. 여기에 SM엔터테인먼트 출신 제작자와의 상표권 소송에서도 승리하는 소식까지 이어졌다.
◆ 동방신기 vs JYJ,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3년 소송'
/사진=스타뉴스 |
JYJ의 결성 이후 동방신기 멤버들의 행보는 H.O.T.와는 사뭇 달랐다. 2003년 데뷔 이후 2세대 아이돌그룹 최정점에 서면서 가요계와 방송계를 휩쓸고 글로벌 팬덤까지 확장해나간 동방신기였지만 이들 5명도 첫 재계약 시점에서 맞이한 SM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009년 7월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의 SM 상대 전속계약 효력 금지 가처분 신청을 시작으로 이들 셋과 SM 간의 갈등은 3년 넘게 지속됐다. 법원이 2009년 9월 이들 3명의 손을 들어주자 SM은 바로 가처분 이의와 함께 전속계약 본안 소송 카드를 꺼내들었고 일본 회사 에이벡스와 워너뮤직코리아에 음반 제작 유통을 막았고 급기야 이들의 방송 섭외 및 출연을 하지 못하게 할 것을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회에 요청하는 초강수도 띄웠다.
(그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는 더 자세하게 드러난 바는 별로 없으나) 법원은 SM의 이의 신청을 모두 기각했고 그 와중에 에이벡스와 3명의 소속사 씨제스는 채무불이행 여파로 계약을 해지하게 됐으며 양측은 2012년 11월 합의서를 체결하고 소송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갈등은 양측에게는 상처만 남겼다. SM은 앞으로도 더이상 2세대 최고 아이돌로 자부했던 5인조 동방신기의 5인 완전체 그림을 볼수 없게 됐고, JYJ는 멤버들 모두 전성기에 진입한 시점에서 모든 방송 활동이 사실상 막힌 와중에 K팝 신에서의 활동 역시 줄어들었고 솔로 활동을 바탕으로 한 공연이나 타 분야 활동을 통해서 수익을 낼수 밖에 없게 됐다. 김재중은 일본으로 향했고 박유천은 배우로 전향한 이후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렸으며, 김준수는 뮤지컬 배우로 방향을 틀고 활약을 이어가긴 했지만 사실상 K팝 아이돌로서 위상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 엑소 vs 첸백시, 누가 갈등을 조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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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은 첸백시와의 전속계약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재차 피력하면서 이들의 대리인과 그 대리인을 둘러싼 '세력'이 갈등 조장의 중요한 키워드라고 지적하고 있다. 2022년 12월 첸백시는 물론 엑소 멤버 전원과 새 계약을 잘 체결했고 그때도 정산에 문제는 없었는데 갑자기 이들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정산 문제를 꺼내들었다는 것. SM은 "2022년 4월부터 멤버들이 선임한 대형 로펌 변호사도 함께 협의를 진행했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다. 2022년 11월 중순부터는 약 한달 간 멤버 대리인과 총 8차례에 걸쳐 수정안을 주고 받았으며 전속계약서 조항상 상당히 세밀한 단어 하나 하나까지도 협의를 완료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비호 세력으로 MC몽이 사내이사로 재직했고 이단옆차기로 활동해왔던 박장근이 수장으로 있는 빅플래닛메이드를 지목한 것이었다. 즉, SM과는 겉으로 재계약을 체결해놓고 사실상 빅플래닛메이드와 손을 잡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심지어 SM은 이들 세력이 거짓 루머로 선동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여기에 굳이 열람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세부 정산 자료를 사본으로 제공해달라고 하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단 빅플래닛메이드는 "첸백시와 만난 적도 없으며 계약에 대해서도 전혀 논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고, 빅플래닛메이드의 한 관계자도 스타뉴스에 "직원들조차 첸백시와의 컨택 여부 자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대표님만 아는 내용인 것 같다"라고 다소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SM이 의심하고 있는 박장근과 첸백시와의 관계가 이중계약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역시 박장근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밀리언마켓이 2018년 SM에 인수됐기에 밀리언마켓이 어떻게 보면 '범 SM'이라고 볼수도 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리가 있겠냐는 이야기도 나왔다는 후문.
이후 MC몽도 2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백현과 친분이 있지만 영입을 위한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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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MC몽이 2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밝힌 입장 중에서도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백현과의 만남이었다.
"MC몽은 음악계 선후배로서 백현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을 뿐이며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하여 해당 아티스트를 영입하려는 어떠한 행동도 한 바 없습니다. 평범한 교류의 일환으로 만난 자리에서 회사문제로 힘겨워하는 후배를 위로했을 뿐 SM 측이 언급한 바와 같이 어떤 불법행위의 유인 등은 없었고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은 점을 밝힙니다."
탬퍼링(사전 접촉)이라는 이슈가 계약 문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되고 있다는 건 특히나 보여지는 직업인 연예, 스포츠계예서도 항상 뜨거운 감자라는 점에서 MC몽이 어쨌든 백현과 대면으로 만남을 가진 것을 어떻게 바라볼 지에 대해서 양측이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크게 엇갈릴 수 있다는 것임은 물론 향후 법적 싸움으로 번졌을 경우 핵심 쟁점이 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만약 첸백시가 전속계약 소장을 접수하게 되면 사실상 SM과의 인연은 끝나게 될 가능성이 높고, 당연히 엑소의 완전체 컴백도, 이후의 팀 활동도 흐지부지가 될 여지가 남게 된다. 첸백시의 다음 카드가 무엇이 될지 주목되는 가운데 다행인건지 첸 백현 시우민은 "엑소 11주년 기념 신곡 뮤직비디오에 참여하고 SM과 전속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엑소 활동은 성실히 할 것"이라고 일단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