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46. 단오절(端午節) 잊은 한국인들에게...

전시윤 기자 / 입력 : 2023.06.15 16:24 / 조회 : 20
  • 글자크기조절
단오절 행사 모습 /사진제공=pixabay
단오절 행사 모습 /사진제공=pixabay


3년여 만에 코로나 엔데믹(Corona endemic) 시대를 맞아 궁금증이 발동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집밖에서 가장 많이 활동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 논문 작성같은 비교적 논리적이고 정형화된 글쓰기나 자료탐색을 할 때 대단히 유용하게 활용되는 쳇 지피티(ChatGPT)에 질문해도 적확한 자료를 제시해 주지 않는다. 요즘 세상을 선도하는 쳇 지피티도 아직은 내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빅데이터(big data)를 분석해 보려고 해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일반인에게 데이터소스(data source)를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센터(data center)가 구축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고, 정작 데이터센터를 운용하는 구글(Google)이나 페이스북(facebook, Meta Platforms Inc.) 등 다국적 기업들은 자신들의 자산인 정보를 제한적으로만 공개하고 있으니 궁금증이 더한다. 그래서 내 알량한 상식으로 추론해 보니, 민족대이동이 진행되는 설명절과 추석연휴, 그리고 여름휴가철을 제외하면 계절적으로는 아마도 이즈음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집밖 외부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때마침 다음 주 목요일(22일)이 단오절(端午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3대명절의 하나인 단오를 앞두고도 요즘은 보통 사람들이나 전통시장 상인들마저 즐거움은커녕 기대감조차 없는 듯하다. 단오는 우리에게서 잊혀진 명절인가 보다. 단오는 1년 중에서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니 한국을 비롯한 이웃 일본과 중국에서도 기리는 음력 5월 5일 세시명절이다. 한국에서는 설날, 추석과 더불어 3대 명절중 하나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다른 말로 '술(酒)의 날' 또는 순우리말로 '수릿날' 이라고도 한다.

오늘날은 과거와 같은 농경사회가 아니라 도시화에 따른 이농현상으로 공휴일에서도 제외되어 명절로서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었지만, 시기적으로는 무더운 여름을 맞이하기 전 초여름이며, 농경사회에서는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던 축제의 시즌이기도 하다. 그나마 우리 세대가 어릴 적에는 단오절이 되면 남자들은 씨름을 하고 여자들은 그네를 뛰며, 집에서는 수릿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고, 조상의 산소에 성묘도 가고,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며, 화채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정자나 나무그늘에서 즐거운 놀이와 함께 농한기의 짧은 쉼표가 되기도 하였다.


이동과 교류가 많지 않았던 전근대 시절에는 지역별로 단오풍습도 조금씩 달랐다. 강원도 강릉과 전라남도 남원 및 영광에서는, 강릉 단오제, 남원 광한루 춘향제, 영광 법성포 단오제가 열린다. <강릉단오제>를 앞둔 음력 3월 20일에는 대관령국사성황당에서 술을 빚어 단오제 때 제주(祭酒)와 뒤풀이 음식으로 쓰고, <법성포단오제> 마지막 날 저녁에는 소지(풍등)를 올리며 소원을 빌고 걸쭉한 잔치판이 벌어진다.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계절에 따라 좋은 날을 택해 다양한 행사를 가져왔는데 이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명절로 정해진 듯하다. 명절은 대부분 농경사회에 맞게 정해졌으며 계절적인 요소와 민속적인 요소가 포함된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축일이다. 예전 명절은 거의 다달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설날과 추석을 제외하면 정월 대보름, 한식, 단오, 동지 등 대부분의 명절이 그 의미를 잃어버렸다. 급속한 산업사회로의 변화와 함께 무엇이든 새것을 좋아하는 세태의 반영일 수도 있겠다.

/사진제공=pixabay
/사진제공=pixabay
사서(史書)나 선인(先人)들의 기록에 따르면, 단오 무렵에는 계절적으로 여름이 시작되어 날씨가 한창 더워지기 때문에 에어콘이나 선풍기 같은 전자제품이 없었던 우리 조상들은 더위를 이겨내기 위하여 부채를 많이 사용했음직하다. 우리 풍속에 '단오절에는 관원이 아전에게 부채를 나눠주고, 동짓날에는 아전이 관원에게 달력을 바친다.'는 말이 있는데, 단오 부채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주는 선물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물론 반년이 지나면 하급자도 상급자에게 달력을 선물로 주었으니 시간차를 두고 선물을 주고받는 풍속도 알 수 있다. 물론 요즘은 상·하급자간이나 이해관계자끼리 선물을 주고받으면 자칫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우리나라의 단오절 풍습이 고형(古形)에 가깝게 남아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강릉단오제>와 <남원춘향제>이다. 특히 <강릉단오제>는 전통 민속축제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제의이다.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강릉단오제>가 맥을 이어온 것은 주민과 무속인, 예능인들이 빼놓지 않고 소규모라도 단오제를 치렀기 때문이다.

<강릉단오제>는 단옷날을 전후하여 펼쳐지는데, 대관령 산신령과 수호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대관령국사성황모시기를 포함한 단오굿, 전통 음악과 민요 오독떼기, 관노가면극(官奴假面劇), 시 낭송 및 다양한 민속놀이가 펼쳐진다. 음력 3월 20일 제사에 쓰일 신주(神酒)를 빚는 데서 시작하여, 단오 다음날인 음력 5월 6일(6월 23일)의 소제(燒祭)까지 약 50여 일이 걸리는 세시풍속 행사이다. <강릉단오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2005년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지금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명칭 변경)'으로 등재되어 있다.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6월에는 전국 각지에서 많은 축제가 열린다. 이번 주와 다음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춘천 남이섬에서 <어쿠스틱 청춘축제>가 열린다. 18일부터 25일까지 강릉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민속축제인 <강릉단오제>가 열리고, 멀지 않은 충주에서는 <충주 다이브 페스티벌(6월 15일~18일)>도 열린다. 영남에는 거제 <옥포대첩축제(6월 16일~18일)>와 <김천 자두축제(6월 24일~26일)>가 열리고, 호남에서는 영광 <법성포단오제(6월 22일~25일)>와 <고창 복분자와 수박축제(6월 16일~18일)>, 그리고 <신안 섬 수국축제(6월 16일~25일)>가 열린다.

도시에 사는 우리들 중 농어촌에 사는 부모님과 형제자매 등 가족이나 친인척이 있는 사람들은 단오절을 계기로 고향에 휴가삼아 다녀오기를 권한다. 농어촌에 연고자가 없는 사람들도 요즘 농어촌은 파종이 끝나고 농작물이 자라는 시기인 만큼, 전국 각 지방에는 축제나 소소한 일상을 즐길 수 있는 행사와 이벤트들이 많다. 가족들과 함께 하루 이틀 다녀오면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도 많다. 한여름 휴가철에는 무더위와 교통체증, 바가지 상혼도 짜증날 테니, 이즈음 미리 여유롭게 다녀오면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잊었거나 잃어버린 도시민들의 정신건강에도 좋다.

-이원태 CST 부설 문화행정연구소(ICST) 선임연구위원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 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 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