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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기너가 19일 PBA 투어 우승을 차지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PBA 투어 |
튀르키예 당구 간판이자 '한국 나이 60세' 세미 세이기너(튀르키예·휴온스)는 달랐다. 지난해 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조재호(NH농협카드)가 가장 먼저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 그대로 적중했다.
'미스터 매직'이라는 별칭 답게 PBA 투어 데뷔 무대도 마법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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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샷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는 세이기너. /사진=PBA 투어 |
PBA 새로운 스타, '튀르키예 간판' 세이기너의 위엄
세이기너는 19일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2023~2024 PBA 투어 개막전 경주 블루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이상대(웰컴저축은행)를 세트스코어 4-0(15-5, 15-0, 15-12, 15-5)으로 완파하며 우승 상금 1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세이기너는 지난 2019년 프로당구 출범 이래 데뷔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선수(출범 투어 제외)가 됐다.
지난 십수년 간 '세계 톱랭커'로 활동했던 세이기너는 올 시즌을 앞둔 지난 4월 산체스, 최성원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PBA 투어 무대에 뛰어들었다. 세트제, 스리쿠션 2점제, 응원 문화 등 지금껏 경험한 당구와는 또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다른 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뒤따랐지만 세이기너는 이러한 예상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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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기너(왼쪽)가 우승 후 상금이 적힌 팻말을 들고 윤재연 블루원리조트 구단주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
3세트에서 이상대의 반격이 있었지만 10-12 열세에서도 곧바로 3득점하며 역전하더니 다음 두 이닝에서 1점씩을 보탰고 4세트에서도 초반부터 기세를 이어가더니 7이닝 만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우승 무대였다.
세계캐롬연맹(UMB) 랭킹 10위로 프로행을 선언한 세이기너는 만만치 않은 후보들과 함께 PBA 투어로 향했으나 이들이 줄줄이 조기 탈락한 것과 달리 무서운 저력을 뽐냈다.
특히 세이기너는 이번 대회서 압도적인 장타율 자랑했다. 이닝당 5득점 이상의 비율을 수치로 나타낸 장타율이 11.3%로 대회 평균 수치인 6.3%의 두 배에 가까웠다. 빼어난 목적구 컨트롤로 다음 득점의 배치를 쉽게 조절하는 포지션 플레이에 능한 세이기너의 주특기가 제대로 발휘돼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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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후 인터뷰를 하고 있는 세이기너. /사진=PBA 투어 |
60세 나이-코로나 시련도 극복, "유명 배우 아내와 튀르키예 위해 국위선양하고파"
PBA에 따르면 세이기너는 우승 후 "정말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은 저의 전체 커리어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일 것"이라며 "첫 투어 만에 우승하게 돼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렇기에 더 노력을 했고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마음가짐을 다잡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세이기너는 "매 순간 '지금 이 순간' 당구를 즐기려고 노력했고 내가 워너하는 당구를 치자고 마음 먹었다"며 "PBA 모든 환경들은 다 새롭게 느껴진다. 이런 부분을 적응하려 노력해 왔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앞서 얘기했듯 '마인드 세팅'을 제대로 하고 왔다. 내 커리어를 나이스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 미래 세대를 위해, 나의 '레거시'를 남기기 위해 이곳 PBA에 왔다"고 말했다.
한국 입국 직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는 시련도 있었다. 적지 않은 나이고 후유증도 적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세이기너는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그는 "한국 나이로 60살인데 체력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고 젊은 선수들에 비해 최고의 상태는 아니긴 하다"면서도 "그러나 내가 가진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 중이다. 그래서 체력적으로 플레이하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다. 7세트, 6세트, 4세트 뭐든 문제없다"면서 한국어로 "하지만 지금은 조금 피곤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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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기너(오른쪽)이 튀르키예 유명 배우 아내와 함께 트로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
한국에 대한 애정도 나타냈다. 그는 "예전엔 한국어를 많이 알았지만 많이 잊었다. 그래서 최근 한국어 과외를 받고 있다"며 "다음 인터뷰때는 한국어 반, 영어 반으로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웃었다. 이어 취재진을 향해 한국어로 "여러분,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말한 뒤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한편 대회 한 경기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뱅톱랭킹'은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휴온스)이 수상해 상금 400만 원을 받았다. 최초 15점을 한 큐에 달성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TS샴푸 퍼펙트큐'(상금 1000만 원)은 김현우(NH농협카드)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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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큐를 달성해 상금 1000만 원을 손에 넣은 김현우(왼쪽). 오른쪽은 장상진 PBA 부총재. /사진=PBA 투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