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은 AG이고" 국대투수의 팀 퍼스트, 두산 연패스토퍼 곽빈 '아프지만 말아다오'

고척=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6.24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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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곽빈이 23일 키움전 승리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7회까지 던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어요."

이미 93구를 던진 곽빈(24·두산 베어스)은 6회 등판을 자청했다. 어떻게든 불펜진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에이스의 무거운 책임감이었다. 결국 자신의 역할을 다 해냈고 그 결과로 훈장과 같은 승리까지 따라왔다.


곽빈은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109구를 뿌리며 3피안타 3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했다.

곽빈이 내려간 뒤 7회초 곧바로 타선이 득점에 성공했고 불펜이 리드를 지켜내 시즌 6번째 승리(2패)를 수확했다. 이날 호투로 평균자책점(ERA)도 2.63에서 2.50까지 내려갔다.

최근 8경기 7패, 4연패에 빠져 있는 팀에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5위 자리를 내줬고 5할 승률도 깨졌다.


물론 너무 많은 짐을 맡길 순 없었다. 시즌 전부터 국가대표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활약하다가 돌아온 곽빈은 시즌 초반 무서운 기세를 보이다가 허리 부상으로 인해 두 차례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가 돌아온 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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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복귀 후 3번째 경기였지만 이승엽 감독은 조심스러웠다. "부상만 없으면 좋겠다. 매번 잘 던지긴 무리다. 최소한 5이닝 이상을 막아줘야 한다. 퀄리티스타트만 해준다면 선발 역할은 다 하는 것"이라는 그는 "결과를 떠나서 이탈하지 말고 꾸준히 6이닝씩 던져준다면 할 일을 다 해주는 것이다. 큰 부담은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드시 잡고 싶은 경기임은 분명했다. 이 감독은 "보이는 것보다는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4연패를 하니 아무래도 분위기가 다운된 건 사실"이라며 "오늘을 반전의 날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상대 선발 장재영이 5이닝 1실점 예상 외 호투를 펼치며 큰 타선 도움을 받지 못했다. 키움 타자들은 집요하게 곽빈과 볼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4회까지 볼넷을 3개나 허용했고 투구수가 81구에 달했다.

경기 후 만난 곽빈은 "선두 타자만 잡으면 그 이닝이 쉽다고 느끼는데 그게 안 좋게 흘러갈 때를 보면 항상 볼넷을 내준다"며 "점수 주는 것도 선두타자 볼넷으로 인한 게 많아서 그것만 신경 써서 던졌는데 오늘도 볼넷을 내줬다"고 아쉬워했다.

5회엔 임지열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다른 타자들의 출루는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폭투 하나로 동점을 허용했다. 93구를 던진 곽빈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가볍게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109구를 끝으로 이날 임무를 마쳤다. 속구 최고 시속은 153㎞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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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전 역투를 펼치고 있는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에이스의 책임감으로 거둔 승리였다. 곽빈은 "5회 실점했지만 공이 나쁘지 않고 힘도 남아 있었다. 6회에 던질 수 있냐고 물으셔서 던지겠다고 했다"며 "이번주에 불펜 투수들이 정말 많이 던졌다. 그래서 7회까지 올라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발탁됐다. 병역 문제가 달린 대회이기에 곽빈 커리어에도 매우 중요한 대회. 이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곽빈은 "더 던지고 싶었다. 이미 많이 빠졌다"며 "아시안게임은 아시안게임이다. 물론 가서 금메달 따면 좋겠지만 일단 시즌 중엔 팀이 먼저이기 때문에 그런 걸 의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팀 내 2번째로 많은 승리를 거두고 있고 규정이닝을 채우진 못했지만 ERA도 리그 최상위권이다. 그럼에도 아직 보완하고 싶은 점은 있다. "잡을 타자는 무조건 잡아야 된다 라는 걸 오늘 느꼈다"는 그는 "분명 다 유리한 볼카운트 싸움에서 혼자 삼진 잡으려다가 계속 2-2 3-2되면서 그것 때문에 많이 맞았던 것 같다. 지난 KIA 경기 때가 삼진을 하나 밖에 못 잡았는데 그때도 빠른 카운트를 잡고 승부하려는 마음으로 던졌는데 (오늘은) 욕심이 있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포수 양의지의 노련한 리드에 고마움을 나타내면서도 그 안에서 배울점을 찾았다. 곽빈은 "내가 잘 던졌다기보다는 의지 선배가 정말 내가 생각하기에 '여기서 이 (사인을) 낸다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 그걸 믿고 던지니까 항상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은퇴할 때까지 의지 선배만 믿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하나씩 느끼고 배우면서 내가 할 때는 해야 된다고 생각하며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패스토퍼로 나선 곽빈은 침체기에 빠져 있던 팀에 대한 자부심도 나타냈다. "우리가 항상 이맘 때면 안 좋았다"면서도 "그런데 버티다 보면 우리는 가을에 강하니까 지금처럼만 더 버티면서 좀 더 이겨서 가을에는 확실히 판을 뒤집을 수 있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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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을 마치고 내려오는 곽빈. /사진=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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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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