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보내지 말걸' 두산에 간절했던 외인, 브랜든 '화려한 복귀전'... 4연속 루징 탈출 기회가 보인다 [★고척]

두산 브랜든 와델이 24일 키움전 역투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믿었던 아리엘 미란다가 부상으로 신음하자 두산 베어스는 브랜든 와델(29)을 데려왔다. 11경기에서 5승 3패 평균자책점(ERA) 3.60으로 준수한 성적을 냈으나 재계약을 포기했다.

딜런 파일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스프링캠프에서 타구에 머리를 맞는 불운이 닥쳤을 때만 해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그러나 연이어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1군에서 2경기 1패 ERA 8.00이라는 초라한 성적 속에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두산은 다시 한 번 브랜든을 불러들였다. 대만프로야구리그(CPBL)에서 뛰던 그는 완벽히 준비돼 있었고 24일 다시 찾은 두산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브랜든은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87구를 던지며 6피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점) 호투를 펼쳤다.

두산 브랜든. /사진=두산 베어스

경기 전 이승엽 감독은 "지난해도 경험했으니 마음 편히 던지지 않을까. 결과는 둘째치고 본인의 피칭을 했으면 좋겠다"며 "100구나 110구까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제대로 경기에 출전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딜런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기대치였으나 브랜든은 두산이 왜 자신이 아닌 딜런을 택했는지 무언의 시위를 하듯 완벽한 투구를 뽐냈다.

속구 최고 시속은 151㎞. 그러나 결정구는 단연 슬라이더였다. 평균 132㎞의 기본적인 슬라이더와 구속(139㎞)이 더 빠르고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은 컷패스트볼(커터)을 도합 40구나 뿌렸다. 이날 잡아낸 삼진 6개가 모두 이 구종에서 나왔다. 슬라이더로 5개, 커터로 1개를 잡아냈다. 지난해 국내에서 뛰었을 때에 비해 슬라이더의 각을 더 크게 만들었고 이날 제대로 통했다.

더불어 불펜 투수로 활약하다가 국내에서 갑자기 선발 임무를 맡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은 대만 라쿠텐 몽키스에서 선발로 뛰며 4승 4패 ERA 2.69로 충분히 적응을 마친 상태였기에 더욱 자신감이 넘쳤다.

포수의 사인을 체크하고 있는 브랜든. /사진=두산 베어스

여기에 체인지업(9구)과 커브(5구)까지 섞으며 팔색조의 면모를 보였다. 앞서 이 감독은 브랜든의 뛰어난 제구력과 대만에 가서 더 발전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는데 이날 경기에서 이런 점을 유감없이 증명해냈다.

개막 후 66경기가 돼서야 라울 알칸타라 외 또 다른 외국인 투수의 덕을 봤다. 타선의 침묵 속 승리를 챙기진 못했으나 불펜 소모를 최소화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이로써 알칸타라-곽빈-최원준에 이어 4선발까지 확실한 주인을 찾았다. 나머지 한 자리는 2군에 내려간 김동주를 비롯해 최근 난조를 보인 장원준과 최승용 중 경쟁을 통해 확정할 수 있어 여유가 생겼다. 개막 후 세 달이 가까워진 시점에서야 제대로 된 5선발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 두산이다.

선발진이 안정화되면 불펜도 과부화가 적어져 보다 힘을 얻을 수 있다. 브랜든 한 명의 합류가 크나 큰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푸는 이유다.

두산은 25일 키움전에 1선발 알칸타라를 내세운다. 상대 선발은 대체 외국인 선수 이안 맥키니. 국내 무대를 경험해보지 않은 선수이기에 선발 무게감은 두산 쪽으로 기운다. 연이틀 선발 투수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만큼 불펜진을 아낄 수 있었다. 두산은 최근 4연속 열세 시리즈를 치렀다. 월요일 휴식일이 있고 알칸타라가 선발로 나서는 만큼 불펜도 총 동원할 수 있다. 오랜 만에 우세 3연전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브랜든. /사진=두산 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