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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이 가장 실감하는 LCC 비즈니스 모델은 No frill service 즉, 제한적인 서비스(service simplicity) 방식이다.
'제한적인 서비스'란 무료로 제공되는 식음료, 영화, 음악, 오락, 게임 등의 부가적인 서비스 생략, 마일리지 적용과 같은 상용고객 우대프로그램 등의 생략, 최소한의 공항서비스, 좌석 배정의 생략, 단일 좌석등급(Mono Class)과 단순한 운임체계 등을 말한다. 기내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유료이며, 무료 수하물 허용량의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LCC가 생겨나기 전에 비행기를 타면 많은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행기를 타기 위한 과정부터 탑승 후에 제공된 물품과 대인서비스 하나하나는 모두 운임에 포함되어 있다.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한 무료는 사실상 유료인 셈이다.
풀서비스 방식의 기존항공사는 승객이 사용하든 안 하든 온갖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포괄하여 운임으로 매기는 방식이라면, LCC는 일단 모든 서비스를 뺀 운임을 청구하고 이후 탑승과정이나 탑승 후에 승객 스스로 필요한 개별 서비스에 대한 별도의 운임을 일일이 책정하는 방식이다.
LCC는 개별 서비스에 대한 별도의 운임을 책정함으로써 낮은 항공운임을 제공하여 가격에 민감한 승객을 유인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는 FSC 방식의 기존항공사와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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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의 각종 부가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비용절감 뿐만 아니라 부가수익(ancillary)을 만들어 낸다. LCC 내부에서 앤실러리(ancillary)는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용어이다. 각 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운임 외에 파는 게 상상외로 많다. 앞좌석도 팔고, 옆좌석도 팔고, 물도 팔고, 기내식도 팔고, 온갖 것을 다 판다.
LCC의 유료서비스에는 기내식 및 음료 판매, 좌석 우선배정, 우선탑승, 기내 수하물, 영화감상, 인터넷 사용, 베개와 담요 등 수없이 많다. 또한 추가적으로 호텔, 렌터카, 여행자보험, 제휴 신용카드 등 수수료 기반의 상품 판매에도 열을 올린다. 또 수하물 중량이 초과되면 가차없이 유료로 전환된다.
전 세계 LCC의 효시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제공하는 무료서비스는 딱 하나, 승객에게 땅콩(정확히는 믹스너트) 작은 봉지를 나눠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별명이 'Nuts 항공'이다. 공식 블로그 이름도 'Nuts about Southwest'이다. 유럽 LCC 중 일부는 운항 중에 승객들이 잠에 들지 못하도록 기내를 시끄럽게 유지해서 수시로 깨운다.
기내판매를 해야 하는데 승객이 잠을 자고 있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하물도 기내가방 사이즈 규정을 변형시켜 추가운임을 받아내기도 한다. 심지어 유럽의 어느 LCC에서는 기내 화장실 이용도 유료화를 검토했다가 거센 반대에 포기했다. 또 일본의 어느 LCC는 클레임을 받는 고객상담전화를 없애려 했다. 클레임 접수도 인건비가 든다는 것이다. 클레임을 정부에서 운영하는 소비자 신고전화를 이용하게 하려는 기발한(?) 발상은 항공당국의 제지로 포기했다.
아시아의 대표 LCC 에어아시아의 앤실러리 매출은 전체 매출의 20% 초반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LCC들도 앤실러리 수익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정리하면, LCC는 기본적으로 무료서비스가 없다. 굳이 서비스를 제공받으려면 돈을 추가로 내야 한다.
/사진=에어부산 |
라운지는 에어부산이 2018년 9월20일 김해공항 국제선터미널에 K-LCC 최초로 개설했다. 4번 게이트 3층에 204㎡(약 62평) 면적의 '에어부산 라운지'는 약 6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심플하고 실용적인 감성의 '스마트한 여행의 시작'을 콘셉트로 디자인됐다. 내부공간은 개별여행 및 가족여행, 혼행족이 늘고 있는 여행추세에 따라 개인 독립공간과 가족단위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라운지 이용은 국제선 앞좌석 구매 손님에 한해 무료로 이용 가능했다. 그런데 정보가 부족한 탓에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에어부산의 라운지 운영은 K-LCC 최초가 아닌 세계 최초라는 얘기도 있다. 그만큼 LCC에게 라운지 운영은 파격적이면서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에어부산이 K-LCC 최초의 공항라운지를 김해공항에 개설하자 채 1년도 되지 않아 제주항공이 인천공항에 라운지를 열었다. LCC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라운지 운영이 K-LCC들 사이에서 경쟁하듯 뛰어든 것이다. 제주항공은 2019년 6월1일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제주항공 이용자를 위해 '여행의 즐거운 경험이 가득한 공간'을 콘셉트로 하는 'JJ라운지' 운영을 시작했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이후 LCC 라운지가 들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하지만 JJ라운지는 코로나19에 따른 비용절감 차원에서 결국 2021년 철수했다.
K-LCC들이 경쟁적으로 펼친 고급화 전략은 오리지널 LCC들의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무력화시키며 거꾸로 간 셈이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