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에도 안심 못 했다' 김혜성, 아픈 다리 이끌고 혼신의 홈슬라이딩... 키움 9연패 탈출 [고척 현장리뷰]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8.0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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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혜성이 홈슬라이딩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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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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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혜성.
KBO리그 도루왕 출신 김혜성(24)의 유니폼은 언제나 깨끗할 때가 없었다. 통증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팀이 역전을 했을 때도 김혜성은 항상 한 베이스씩 더 나아갔다. 이날은 도루 한 번 없었지만, 여지없이 그의 유니폼은 흙투성이가 됐다. 2008년 창단 후 최다 연패 위기에 놓였던 키움 히어로즈는 그런 김혜성(24)의 부상 투혼과 상대 실책에 힘입어 길었던 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키움은 8일 서울특별시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10-8로 승리했다.


전날(8일) 서울 히어로즈 시절(2009년 5월 6일~5월 17일) 이후 5196일 만에 9연패를 당했던 키움은 악순환을 끊어내며 8월 첫 승리를 따냈다. 42승 3무 58패가 된 키움은 같은 날 두산 베어스에 승리한 삼성 라이온즈(40승 1무 56패)에 승률에서 앞선 9위를 유지했다.

연패 탈출의 선봉장은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한 '지명타자' 김혜성이었다. 전날 왼쪽 무릎 타박상으로 교체됐던 김혜성은 통증이 있음에도 이날 출전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날 활약의 백미는 1-1로 맞선 3회말이었다. 김혜성은 3회말 무사 1루에서 역전 1타점 적시타이자 결승타를 뽑아냈다. 하지만 저조한 득점력과 불안한 불펜 탓에 안심하지 못한 탓일까. 이어진 이주형의 땅볼 타구 때는 3루에서 홈까지 아픈 다리를 이끌고 혼신의 슬라이딩을 보여주며 상대 실책을 유발, 3회를 5득점 빅이닝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안타와 타점을 뽑아낸 김혜성은 왜 자신이 키움의 핵심인지 타격으로 증명했다.

키움 선발 투수 아리엘 후라도는 5이닝 5피안타 4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시즌 7승(8패)째를 따내며 '연패 스토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후라도는 키움이 올 시즌 첫 8연패에 빠졌던 지난달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며 팀의 연패를 끊었었다. 이날은 제구 난조를 겪었지만, 5회까지 버텨내 승리 투수 요건을 충족했다. 이밖에 도슨이 3안타, 송성문과 김동헌이 각각 2안타로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반면 롯데 선발 투수 박세웅은 후라도와 리매치에서 2⅓이닝 6피안타 3볼넷 1탈삼진 6실점(3자책)으로 수비와 함께 자멸하며 시즌 7패(4승)째를 떠안았다. 타선에서는 이정훈이 3안타, 정보근이 멀티히트를 기록했으나, 수비에서 3실책으로 일찌감치 무너지며 중위권 도약에 실패했다.





8월 9일 롯데 자이언츠-키움 히어로즈 선발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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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안권수, 김민석(이상 롯데), 이주형, 김혜성(이상 키움). /사진=롯데 자이언츠, 키움 히어로즈
롯데는 안권수(좌익수)-김민석(중견수)-이정훈(지명타자)-니코 구드럼(유격수)-안치홍(2루수)-윤동희(우익수)-박승욱(3루수)-고승민(1루수)-정보근(포수)으로 타순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박세웅.

키움은 이용규(우익수)-김혜성(지명타자)-로니 도슨(좌익수)-김휘집(유격수)-송성문(3루수)-이주형(중견수)-김태진(2루수)-김수환(1루수)-김동헌(포수)으로 타선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는 아리엘 후라도.

롯데와 키움 모두 테이블세터에 변화를 줬다. 전날(8일) 데뷔 첫 5출루 경기를 한 김민석이 2번으로 올라갔고 안권수가 리드오프로 나선다.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보여준 구드럼은 4번에 배치됐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우리 팀이 시즌 초반 잘됐던 것 중 하나가 테이블세터들이 출루를 굉장히 활발하게 해주면서 공격야구가 된 것이었다"면서 "안권수가 부상 복귀 후 안타도 쳤고 김민석이 후반기에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테이블세터를 꾸렸다. 구드럼도 타석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4번으로 기용했다"고 밝혔다.

키움은 전날 리드오프로 나섰던 이주형이 다시 6번으로 내려왔다. 자신의 파울타구에 맞아 왼쪽 무릎 타박상을 당해 경기 중 교체됐던 김혜성은 그대로 2번으로 나선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어제(8일)는 찰리 반즈의 공이 너무 좋았다. 이주형은 잘 적응하고 있고 수비나 타순이나 우리 팀에서 어떤 옷이 제일 잘 어울릴지 시험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김혜성은 웬만하면 경기 도중에 교체 의사를 밝히는 선수가 아니다. 교체를 요구할 정도면 굉장히 무리가 갔을 텐데 오늘 일찍 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출전 의사를 강하게 나타냈다. 그래도 수비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지명타자로 출전한다"고 덧붙였다.





주자 쌓는 선발 투수가 문제인가, 실책 연발 내야가 문제인가... 박세웅 2⅓이닝 6이닝(3자책) 강판→키움 6:1 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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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박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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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민. /사진=롯데 자이언츠
선취점은 롯데의 몫이었다. 1회초 선두타자 안권수가 볼넷으로 걸어 나갔고 이정훈이 우전 안타로 1, 3루를 만들었다. 구드럼이 외야 중앙으로 공을 멀리 보내면서 3루에 있던 안권수가 홈을 밟아 롯데가 1-0으로 리드했다.

하지만 실책을 연발하며 쉽게 리드를 빼앗긴 롯데였다. 2회말 선두타자 송성문이 우중간 안타, 이주형이 볼넷으로 출루해 무사 1, 2루가 됐다. 김태진의 타석에서 구드럼의 수비가 아쉬웠다. 김태진의 당겨친 타구는 약한 땅볼이 됐고 1루수 고승민이 2루로 송구해 선행 주자를 잡았다. 공을 받은 구드럼이 1루로 다시 송구했으나, 그 공이 1루 커버를 들어온 박세웅이 받을 수 없게 키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2루에 있던 송성문이 3루를 돌아 홈을 밟으면서 1-1 동점.

이후 김동헌의 병살타로 2회가 마무리됐지만, 롯데 내야의 호러쇼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회말 선두타자 이용규는 우전 안타로 출루해 박세웅의 폭투로 2루로 향했다. 김혜성은 2루수 옆을 스치는 1타점 적시타로 2-1 역전을 만들었고 송성문이 볼넷으로 걸어 나가 키움은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이주형의 타석에서 또 한 번 아쉬운 수비가 나왔다. 이번에도 1루 방면이었다. 이주형의 땅볼 타구를 1루수 고승민이 한 번에 포구한 것도 모자라 홈을 향해 악송구를 펼치면서 두 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다. 주자 2, 3루에 키움의 4-1 리드.

뒤이어 김태진의 우전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키움은 승기를 잡았다. 여기서도 윤동희의 송구가 중계플레이에 들어간 1루수 고승민의 글러브에 맞고 튕기면서 1사 2루 위기에 놓였다. 결국 롯데는 마운드를 박세웅에서 최이준으로 교체했고, 최이준이 실점 없이 막으면서 박세웅은 2⅓이닝 6피안타 3볼넷 1탈삼진 6실점(3자책)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박세웅의 총 투구 수는 총 70개(직구 26개, 슬라이더 15개, 커브 12개, 포크 11개, 슬러브 6개)로 최고 구속은 시속 148㎞이었다. 박세웅은 마운드 위에서 계속해서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고, 8월 7경기 3실책에 불과했던 야수진은 1~3회에만 실책 3개를 연거푸 범하며 대량 실점을 막지 못했다.





번번이 찬스 날리던 롯데, 9회말 5득점 막판 추격... 키움 마무리 임창민 등판시켜 9연패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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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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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임창민.
롯데는 4회초 공격에서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구드럼이 좌전 안타, 안치홍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해 1사 1, 2루가 됐다. 윤동희가 유격수 앞 땅볼로 출루했고 박승욱이 볼넷을 골라내면서 2사 만루가 만들어졌다. 이때 롯데는 고승민 대신 전준우를 냈으나, 전준우가 1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추격의 불씨가 사그라들었다.

오히려 키움의 타선이 활활 타올랐다. 4회말 김혜성과 도슨이 연속 안타로 치고 나갔고 김휘집이 볼넷으로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송성문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낸 데 이어 이주형이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치면서 9-1을 만들었다. 5회에는 좌익선상 2루타로 출루한 김동헌을 이용규가 땅볼 타구로 3루로 보냈고, 김혜성이 좌익수 뜬 공으로 홈까지 들여보냈다.

롯데는 5회초 빅이닝을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정보근, 김민석, 이정훈의 안타로 1사 만루를 만들었다. 구드럼이 후라도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낸 데 이어 안치홍의 희생플라이 1타점을 뽑아냈으나, 그뿐이었다.

후라도는 5이닝 5피안타 4볼넷 3실점을 기록한 채 6회 김동혁과 교체돼 마운드를 떠났다. 총 투구 수는 99개(투심 패스트볼 31개, 포심 패스트볼 20개, 체인지업 18개, 커브 16개, 커터 13개, 슬러브 1개), 최고 구속은 시속 148㎞이었다.

이후 양 팀은 불펜 투수들의 호투 속에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롯데는 6회초 2사 1, 2루를 만드는 등 매 이닝 출루에 성공했으나, 두 차례 병살타를 기록하는 등 번번이 기회를 무산시켰다.

그러다 9회말 올라온 주승우를 상대로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2아웃에서 서동욱, 이정훈, 구드럼이 연속해 볼넷을 골라 나갔다. 키움은 이명종으로 마운드를 교체했으나, 안치홍이 좌전 1타점 적시타, 윤동희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2점을 만회했다.

결국 키움은 마무리 임창민까지 투입했다. 박승욱이 우익선상 2타점 적시타, 대타 정훈이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면서 8-10까지 추격했으나, 노진혁이 좌익수 뜬 공으로 물러나면서 경기는 키움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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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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