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제주] 이경헌 기자= "시련은 나눌수록 위안이 되고 새로운 용기가 생긴다." 헤이스(30)가 아내를 위한 투혼의 득점과 헌신적인 플레이로 제주유나이티드(이하 제주)의 무승 행진을 끊어냈다.
제주는 8월 12일(토) 오후 8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6라운드 홈경기에서 3-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제주는 최근 10경기 연속 무승(4무 6패)의 깊은 수렁에서 탈출했다. 승리의 주역은 멀티골을 터트린 유리였지만 또 다른 승리의 원동력은 바로 헤이스였다. 후반 17부 쐐기골은 물론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플레이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갑작스레 아내가 병상 위에 오르며 이날 경기 출전조차 불투명했던 그였기에 그 감동의 울림은 컸다.
헤이스의 아내는 이날 수원FC전을 앞두고 몸 상태가 갑작스럽게 안 좋아졌다. 정밀 검사 결과 응급 수술이 불가피한 상태였다. 불과 경기 시작까지 3시간만 남은 상황이었다. 헤이스의 입장에선 곁에서 내조를 해주던 아내를 지켜주기 위해 이날 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10경기 연속 무승(4무 6패)의 부진에 빠진 제주를 위해 다시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이는 헤이스의 또 다른 가족인 제주 구성원의 아낌없는 배려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헤이스의 아내는 서귀포의료원에서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제주 선수단과 구단 프런트는 경기장 안팎에서 정성 들여 챙기면서 헤이스의 옆을 지켰고, 헤이스와 절친한 유리의 아내는 수술실까지 동행하며 헤이스의 아내를 진심으로 케어했다. 팀매니저도 경기 시작 전까지 병원에서 같이 병상을 지켰다. 경기장에 지원 의료진으로 파견된 서귀포의료원 관계자들은 실시간으로 헤이스에게 아내의 수술 진행 과정과 회복 상태를 알려주면서 불안했던 헤이스를 안심시켰다.
그래서일까. 헤이스는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제주의 승리를 설계했다. 특유의 과감한 돌파와 치명적인 킬패스로 제주의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47분에는 몸을 사리지 않는 공중볼 경합으로 유리에게 볼을 연결해 주며 제주의 추가 득점까지 견인했다. 유리는 득점 후 기도 세리머니와 함께 마음고생이 심했던 헤이스를 따스히 안아주었다. 동료의 믿음과 기도를 받은 헤이스의 발끝은 더욱 가벼워졌다. 후반 17분 과감한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쐐기골을 터트렸다.
아내를 위한 득점에 성공한 헤이스는 그라운드 위에 누워 벅차오르는 감정을 추슬렀다. 그리고 끊임없이 응원을 보내준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지켜본 남기일 감독은 다가오는 헤이스를 향해 양팔을 벌려 안아주며 위로해 줬다. 남기일 감독은 "헤이스는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선수다. 한국 문화와도 잘 녹아드는 선수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을 때가 많다. 쉽지 않은 상황에도 선수들에게 신뢰를 받고 리더로서 팀을 이끄는 모습이 정말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헤이스는 더욱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아내가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회복에 들어갔다. 경기 후 헤이스는 "제주는 원팀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정말 제주는 나의 또 다른 가족과도 같다. 시련은 나눌수록 위안이 되고 새로운 용기가 생긴다. 제주의 모든 구성원이 아내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도와줬다. 남기일 감독님을 비롯해 모든 선수단은 경기장에 나서는 나에게 끝까지 힘을 불어넣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모두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믿음과 정성이 모여서 아내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득점은 아내뿐만 아니라 제주의 모든 구성원을 위한 골이었다. 오늘 승리는 아내와 팀, 그리고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됐으리라 믿는다. 제주에서 오로지 축구에 전념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아내와 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항상 경기장에서 내 이름을 외쳐주는 팬들에게는 항상 승리로 보답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오늘 내가 받은 모든 신뢰와 믿음을 앞으로 경기장에서 더 발산하도록 하겠다"라고 앞으로의 선전을 다짐했다.
사진=제주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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