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양의지(왼쪽부터)과 이승엽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은 KBO 역사에서 첫 손가락에 뽑는 인물이다. 그러나 프로 지도자 경력은 전무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이 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길 때 전망이 엇갈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144경기 장기레이스 중 100경기를 넘긴 시점. 이 감독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더구나 특유의 여유로움은 그 어떤 베테랑 감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주축 선수 2명이 빠져나갔음에도 이 감독에게서 조급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일 NC 다이노스와 홈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 감독은 손가락에 찰과상이 생겨 1군에서 이탈한 최승용에 대해 "열흘 정도는 등판이 힘들 것 엔트리에서 뺐다"면서 "후반기에 들어와서 굉장히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 손이 까진다는 건 그만큼 공을 잘 챈다는 것이기 때문에 레벨업이 됐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전반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후반기 타율 0.316, 8월 들어 타율 0.350으로 훨훨 날아오른 정수빈은 수비 과정에서 허벅지 통증을 나타내 휴식을 취하며 대기하고 있는데 이 감독은 "웬만하면 무리를 시키지 않을 생각이다. (정)수빈이가 뛸 수 있는 상황이 안 왔으면 좋겠다. 괜히 또 나가면 선수 본인이 전력으로 뛰게 되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불의의 부상을 당한 정수빈(왼쪽)과 이승엽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
때를 기다린다는 그 여유, 자신감의 밑바탕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옆구리 부상으로 인해 지난 5일 KT 위즈전을 끝으로 1군에서 이탈했던 152억 원 포수 양의지가 복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양의지가 빠진 뒤 두산은 10경기에서 3승 7패로 하락세를 탔고 5할 승률까지 무너졌다. 그 가운데서도 5위를 지켜낸 게 불행 중 다행. 다만 6위 KIA 타이거즈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만 앞서 있는 상황이다.
친정팀에 복귀한 양의지는 천군만마였다. 타율 0.323 9홈런 4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6, 득점권 타율 0.350 등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영리한 포수로서 투수들을 이끄는 리딩 능력, 더그아웃의 든든한 리더로서의 존재감까지도 두산에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선수 중 하나다.
본인은 부상을 안고 뛰려고 했지만 팀에서 만류했다. 이 감독은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서, 내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서 선수가 몸이 안 좋은데 빨리 부를 수가 없다"며 "아직까지 40경기 이상 남았다. 항상 진짜 승부는 뒤로 밀리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그때부터는) 계속 승부이기 때문에 지금 섣불리 그렇게 무리시키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두산 포수 양의지. /사진=두산 베어스 |
이 감독은 "상태를 체크해 보니까 별 이상이 없었다. 밖에서 훈련은 3일째 했다. 내일(21일)까지 자고 일어나고 몸에 이상이 없으면 일단은 등록을 시킬 예정"이라며 "(고척 원정) 첫날(22일)에 올릴 예정이고 아마 스타팅은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경기 후반에 나갈 수 있으면 준비를 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두산은 21일 1군 엔트리에서 내야수 박지훈을 말소했다. 두산은 22일부터 고척스카이에서 키움과 원정 3연전을 치른다. 박지훈이 빠진 자리에 양의지가 들어갈 것이 유력하다.
이 감독은 "8월부터 승부라고 했는데 스코어라든지 (승부를 걸) 상황이 잘 오지 않았었는데 그런 상황이 온다면 당연히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이제 (양)의지가 돌아오고 연패를 끊었으니 연패 기간보다는 (분위기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연패 기간 때도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았다. 지금도 분위기는 좋다"며 "타선에서 조금 더 힘을 내주면 분명히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에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리고 이제 타선의 반등을 이끌 양의지가 온다.
양의지(오른쪽). /사진=두산 베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