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브랜든 와델. |
두산 허경민이 23일 고척 키움전 9회초 1사 1루에서 좌익수 왼쪽 방면 1타점 적시 2루타를 때리고 있다. |
두산은 23일 서울특별시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 경기에서 키움에 11-4로 승리했다.
2연승을 달린 두산은 4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52승 1무 51패로 같은 날 경기가 취소된 4위 NC(52승 2무 48패)와 승차를 1.5경기 차로 줄였다. 반면 2연패에 빠진 키움은 46승 3무 66패로 10위에 머물렀다.
투혼을 보여준 두산의 선발 투수 브랜든이다. 브랜든은 6이닝 7피안타 4사사구(3볼넷 1몸에 맞는 볼) 3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시즌 7번째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 6승(3패)째를 달성했다. 타선에서는 호세 로하스가 5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 경기로 KBO리그 역대 81번째 통산 1400경기 출장을 기록한 허경민은 5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으로 자축했다. 치명적인 송구 실책을 범했던 강승호는 5타수 2안타 2득점으로 타격에서 일부 만회했다.
키움에서는 선발 장재영이 5이닝 2피안타 6사사구(5볼넷 1몸에 맞는 볼)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스트라이크 57개, 볼 45개로 제구가 좋지 않았으나, 한 번에 무너지던 지난날과 달리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 수(102구)를 경신하고 5회까지 버텨내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타선에서는 유격수 김휘집이 2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2볼넷 1득점 1도루를 기록, 수비에서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이외에 김혜성, 로니 도슨이 각각 멀티히트를 기록했으나, 팀 패배에 빛이 바랬다.
8월 23일 두산 베어스-키움 히어로즈 선발 라인업
두산 정수빈(왼쪽)과 키움 장재영. /사진=OSEN |
두산은 정수빈(지명타자)-김재호(유격수)-호세 로하스(우익수)-양석환(1루수)-김재환(좌익수)-강승호(2루수)-허경민(3루수)-장승현(포수)-조수행(중견수). 선발 투수는 브랜든 와델.
키움은 김준완(좌익수)-김혜성(2루수)-로니 도슨(중견수)-김휘집(유격수)-송성문(3루수)-이주형(지명타자)-주성원(우익수)-전병우(1루수)-김동헌(포수). 선발 투수는 장재영.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수빈의 데뷔 첫 지명타자 선발 출장이다. 2009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39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정수빈은 1군 14시즌 간 단 한 번도 선발 지명타자로 나선 적이 없었다. 지명타자 출장 자체도 2019년 3월 27일 잠실 키움전 이후 1610일, 개인 591경기 만이다. 위닝시리즈가 고픈 키움은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 중인 선발 투수 장재영의 호투를 기대한다.
경기 전 이승엽 두산 감독은 "정수빈 지명타자 출전은 체력 문제가 아니다. 그거보단 아직 전력으로 뛰기에는 불안하다고 봤다. 타격은 어느 정도 페이스 조절이 가능하지만, 수비는 타구가 날아오면 조절이 불가능하다. 지난번 앤서니 알포드 타구 때(8월 17일 잠실 KT 위즈전)도 근육이 올라왔었다. 그래도 경기에 안 나가면 최근 좋은 타격감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전하게 됐다. 정수빈 본인도 타격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고척 삼성전 이후에 좀 흔들리긴 했지만, LG전 불펜 등판 두 번(8월 1~2일) 이후 경기를 굉장히 좋게 봤다.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볼넷이란 단어보단 타자와 승부에 초점을 맞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조금씩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장재영에게는 타자가 못 치게 던진다는 것보다 치게끔 던지도록 주문하고 있다"고 눈여겨봤다.
'BBBBBB' 장재영, 반복된 제구 난조에도 버텼다... 시속 154㎞ 강속구로 7개 땅볼 유도→4경기 연속 5이닝 투구
키움 장재영(맨 오른쪽)이 23일 고척 두산전에서 1회부터 흔들리자 포수 김동헌과 노병오 투수코치가 올라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
두산 호세 로하스가 23일 고척 키움전 1회초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
1회초만 15분이 걸렸다. 두산의 선두타자 정수빈은 장재영에게 볼넷을 골라 나갔고 김재호는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공 8개 중 7개가 직구였으나, 스트라이크 존까지 조금씩 모자란 공이 많았다. 키움 벤치는 즉각 마운드를 방문했고 로하스에게 좌중간 2타점 적시 2루타를 맞으면서 계속해 흔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양석환에게 직구와 슬라이더를 섞어 헛스윙 삼진, 김재환을 뜬 공 처리한 것을 시작으로 차츰 맞춰 잡는 투구를 선보였다.
2회 장승현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다른 세 타자를 모두 땅볼로 잡았다. 3회 역시 김재호에게 볼넷을 줬으나, 로하스를 병살타로 돌려세웠고 양석환을 3구 삼진을 솎아내면서 이닝을 마쳤다. 구위로 찍어 누르는 피칭은 계속됐다. 4회 김재환이 볼넷으로 출루한 무사 1루에서 두산 타자들의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강승호가 포수 앞 땅볼, 허경민이 2루수 뜬 공, 장승현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5회가 가장 큰 위기였다. 선두타자 조수행이 빠른 발로 번트 안타를 성공시켰다. 곧이어 도루로 2루를 훔쳤고 정수빈이 볼넷으로 걸어 나가 무사 1, 2루가 됐다. 하지만 김재호에게 병살타를 유도해냈고 로하스가 중견수 뜬 공으로 물러나면서 8월 5일 창원 NC전 이후 4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를 해냈다. 총 투구 수는 102구(직구 63개, 슬라이더 31개, 커브 8개), 최고 구속은 시속 154㎞였다.
두산 브랜든, 뒷머리 맞고도 6이닝 2자책점 QS... 키움은 8회 치명적 송구 실책 '3실점'
두산 브랜든 와델(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3일 고척 키움전 1회말에 뒷머리에 타구를 맞은 뒤 점검 차원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
두산 김재호가 23일 고척 키움전 5회말 1사 만루에서 강승호의 높은 송구를 받지 못하고 있다. |
두산 양의지(맨 오른쪽)가 23일 고척 키움전 8회말 홈을 밟고 있다. |
전 경기(17일 잠실 KT전) 4이닝 7실점 부진을 완벽히 극복한 브랜든이다. 1회부터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김혜성이 중전 안타로 출루한 1사 1루에서 도슨이 친 타구가 브랜든의 머리 뒤쪽을 맞고 굴절돼 중전 안타가 됐다. 심판진과 두산 벤치는 즉각 브랜든의 상태를 확인하고 선수 본인이 몇 번의 연습 투구 후 괜찮다는 사인을 보냄에 따라 경기가 이어졌다. 이후 김휘집이 희생플라이 1타점으로 한 점을 만회했지만, 송성문이 1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1회가 끝났다.
이후 계속해서 출루는 허용했지만, 실점은 하지 않는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갔다. 2회 2사에서 전병우를 맞히고 김동헌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으나, 김준완을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3회에도 김휘집에게 볼넷에 이어 폭투와 포수 실책으로 2사 3루 위기에 놓였으나, 송성문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마무리했다. 이주형의 내야 안타에 이은 포수의 포구 실책으로 맞이한 4회 1사 3루 역시 전병우를 헛스윙 삼진, 김동헌을 중견수 뜬 공으로 해결하며 끝냈다.
5회가 아쉬웠다. 브랜든은 1사에서 김혜성과 도슨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고 김휘집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면서 만루 위기에 놓였다. 송성문을 상대로 약한 땅볼 타구를 유도했고 2루수 강승호가 잡았다. 하지만 강승호가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 김재호에게 토스한 것이 글러블 위를 훌쩍 넘어 외야로 향하면서 모든 주자가 홈을 밟았다. 키움의 3-2 리드.
그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내주지 않았고 타선은 브랜든의 호투에 곧장 응답했다. 6회초 1사에서 김재환은 바뀐 투수 박승주에게 볼넷을 골라냈고 강승호가 우중간 안타를 날렸다. 이때 교체 투입된 우익수 임병욱의 수비가 아쉬웠다. 임병욱이 3루로 뛰어가는 김재환을 잡기 위해 송구한 것이 두산 더그아웃까지 향했다. 김재환이 홈을 밟았고 강승호는 3루로 향하며 3-3 동점이 됐고, 이어진 허경민의 좌전 1타점 적시타에 두산은 4-3 재역전을 이뤄냈다. 6회도 실점 없이 막아낸 브랜든의 총 투구 수는 115구(커터 36개, 직구 32개, 슬라이더 31개, 체인지업 15개, 커브 1개)로 최고 시속은 151㎞였다.
7회에는 정수빈이 우전 안타에 김재호의 희생 번트로 2루까지 진루, 로하스가 다시 한 번 우중간 적시 2루타를 때려내면서 홈을 밟았다. 키움은 7회말 김휘집이 홍건희를 상대로 비거리 115m의 좌월 솔로포를 때려내면서 맞불을 놨다. 두산의 5-4 리드.
하지만 치명적인 송구 실책이 팽팽하던 경기를 두산 쪽으로 쏠리게 했다. 두산은 8회초 선두타자 강승호가 김재웅을 상대로 좌중간 2루타로 치고 나갔다. 허경민이 우익선상 2루타로 강승호를 불러들였고 대타로 들어선 양의지가 볼넷으로 출루했다. 무사 1, 2루에서 조수행의 땅볼 타구를 김재웅이 잡아 2루로 송구한 것이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김혜성의 글러브를 맞고 튕겨져 나갔다. 3루 주자는 득점, 재차 무사 1, 3루의 위기에 놓였다.
키움은 마운드를 하영민으로 교체했으나, 1루 견제 실패로 다시 3루 주자 양의지의 득점을 허용했다. KBO리그 역대 47번째이자 양의지의 개인 통산 800득점. 이후에도 9회 허경민, 조수행, 김인태가 각각 1타점 적시타로 쐐기를 박은 반면, 키움은 8, 9회를 무득점에 그치면서 두산의 11-4 승리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