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01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보복 협박 혐의 항소심 4번째 공판에서 한서희가 양현석이 처벌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3부는 25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 전 대표와 YG 매니저 출신 김모씨에 대한 항소심 4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한서희가 다시 증인으로 출석해 보복 협박 관련 정황에 대해 증언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양현석은 지난 2016년 8월 당시 YG 소속 그룹 아이콘 멤버였던 비아이가 마약을 구매해 흡입했다는 혐의와 관련, 공익제보자 한서희를 회유·협박해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양현석은 자신이 한서희를 불러 '(연예계에서)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거듭 부인해왔지만 검찰은 1심 결심공판에서 "공포심을 유발하는 해악 고지를 한 것이 명백하다"라며 양현석 전 대표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보복 협박이나 강요죄로 처벌하려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공포심으로 의사의 자유가 억압된 상태에서 번복이 이뤄져야 하는데 여러 사정을 종합하더라도 양현석 전 프로듀서의 발언이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일으켰다는 충분한 증명이 되지 않았다"면서 양 전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사실관계 인정과 법리 해석을 잘못했다"라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원심은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양현석이 YG 사옥에서 피해자를 만나 설득하거나 압박하는 언행을 했으며 이해 대해 소속사 관계자가 방조했다고 했다. 이 사건의 피고인들의 행위가 비난 받지 않을 수 없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아이콘 리더로서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한빈(비아이)이 LSD 등 마약 범죄를 저질렀고, 피고인은 김한빈의 범죄를 무마하려 했다"라고 했다.
/사진=한서희 |
2번째 공판에서까지 변호인은 "허위 진술 요구는 없으며 위력 행사도 없다"라며 피고인의 혐의를 부인했다. 양현석 변호인은 또 "진술 내용을 보면 돈 요구 내용은 한서희가 하지 않았다. 녹음된 파일을 제출하겠다고 했고 검사가 한서희 휴대폰을 가져오려 했는데 없었다. 과연 녹음이 됐는지를 물었더니 '꼭 제출하겠다'라는 답만 하고 제출도 하지 않았다. 한서희 조서를 보면 무언가를 물어봤을 때 자꾸 다른 이야기를 했다. (진술을) 믿을 수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비아이는 2021년 9월 LSD, 대마초 등 마약을 구매하고 일부를 여러 차례 투약, 흡입한 혐의로 징역 3년 집형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80시간의 사회 봉사, 40시간의 약물치료 강의 수강, 150만 원의 추징금도 함께 명령했다.
이후 지난 6월 3번째 공판에서는 비아이 아버지가 증인으로 출석해 비아이의 2016년 8월 일본 출국 당시 상황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문에서 비아이 아버지는 "오디션 나왔던 여자와 교류가 있었는데 불미스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이 형량 축소를 하기 위해 한빈이의 이름을 거론한 것 같다고 했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한서희가 거짓말을 하긴 했는데, 그 거짓말이 어떤 건지, 한서희와 김한빈이 LSD를 구매한 적이 없는데 했다고 말한 건지 증인은 모르는 거냐. 그런데 어떻게 한서희가 거짓말을 했다고 확신하냐"라고 추궁했고 비아이 아버지는 "회사 관계자 김씨가 '한서희가 거짓말을 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양현석의 변호인은 반대 신문에서 "김한빈이 비행기표를 살 당시 신용불량 상태여서 현금으로 표를 구입한 게 맞냐"고 물으며 "언론보도된 내용과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내용을 섞어서 기억 왜곡으로 앞서 진술을 했을 수도 있지 않냐"고 묻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는 예정된 증인 2명 중 1명이 증인 신문 진행 시 방청객 퇴정을 요청했다고 알리고 "증인이 건강 상의 이유로 소송 관계인 이외의 인원이 있는 상태에서 증언을 하면 건강에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서 이를 받아들였다"라고 밝혔다. 다만 한서희에 대한 증인 신문은 예정대로 공개로 진행됐다.
이후 한서희는 증인 신문에서 "2014년 양현석과 술집에서 만났으며 2016년 8월 22일 마약 혐의로 체포됐다 석방됐다. 수사 과정에서 비아이와 대마를 흡입했고 LSD를 판매했으며 이에 대한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를 제출했고, 석방 이후 김씨에게 비아이와 관련된 수사 내용을 먼저 알린 이유는 김씨가 그런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기 때문에 알렸다. 이후 YG 사옥에서 양현석을 만났고 연예인 지망생 신분으로 YG 사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를 김씨가 데리고 갔는데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YG 사옥으로 가는지 물어보자 웃음으로 대답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동해서 양현석을 만났다"라고 답했다.
한서희는 "양현석에게 혼날 것 같아서 무서웠고 두려웠고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양현석을 만났을 때 웃은 적이 없다. 만난 당시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양현석에게 줬고 내가 김씨에게 보낸 비아이와의 대화 내용 캡쳐를 김씨가 그 자리에서 양현석에게 보여줘서 양현석이 확인했다"라며 "양현석이 내용을 보면서 질문을 따로 하진 않았다. 나도 지금 재판을 4년 동안 받으면서 뇌리에 박힌 말들만 기억나는데 당시 내게 자초지종을 물어봤고 내용을 보고 나서 진술 번복을 해라. 너 여기서 죽여버리는 거 일도 아니라면서 그때부터 협박을 시작했다"라고 주장했다.
한서희는 "나는 내 XX가 경찰서에 가는 꼴도 보기 싫다고 말했다"라고도 밝히고 "번복하라고 거듭 말하며 너 하나 죽여버리는 건 일도 아니라며 변호사 선임도 해주겠다고도 말했다. 이 말을 정확히 했다"라고 강조했다. 한서희는 "이후 비아이와 따로 연락을 하진 않았다. 비아이가 2016년 8월 일본에 갔다는 사실을 재판을 받으면서 알게 됐다"라며 "일본 가서 약을 다 빼왔다 라는 말이 쓰인 내용을 처음 본다"라고도 말했다.
한서희는 양현석으로부터 진술 번복을 하라는 제안을 받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이 제안을 거절을 하는 순간 어린 여성으로서 사람으로서 무서웠다. 여기서 내가 거절하면 큰일나겠구나. 화가 나서 무슨 일을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현석의 사회적 지위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비아이 관련 제보 진술을 번복했다. 울음을 터트리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형사님이 내가 초범일 때 사실 그대로 이야기 하니 챙겨주려고 했다. 그런 분 앞에서 거짓말하는 게 죄송스러웠다. 변호사는 YG에서 선임해줬다고 알고 있었다. 진술 번복 조력자로 인지했다"라고 말을 이었다.
한서희는 공익신고 이후 경찰 조사 당시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안난다"라고 말했고 이후 조서 내용을 보면서 "내 모든 사건에 대한 조사가 길어져서 너무 힘들었었다. 상세한 진술을 하기 어려웠다. 이후 조사가 기억이 잘 안난다. 1차 조사 때도 내 사생활 이야기를 안했다. 내 판단이었고 디스패치와 상의해서 굳이 오픈하지 말자고 하고 조사를 하다가 포렌식을 하면서 여러 과거 사실들이 나와서 더 구체적인 질문이 나와서 이에 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서희는 돌연 "피고인이 처벌받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며 시선을 모았다. 한서희는 앞서 1심 재판 당시 "(양현석을) 꼭 처벌해달라"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서희는 "최후변론처럼 될수 있는데 6년 전부터 일반인과 연예인 사이 애매모호한 위치에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재판을 받으며 4년이 지나면서 지치고 양현석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만을 바랐다. 너무 힘들었는데 내가 원한 건 진심어린 사과였다. 지금 그럴 기미가 안 보여서 유감이지만 이 싸움을 끝내고 싶다. 벌을 받기보다 아무도 미워하고 싶지 않고 이 재판이 나로 인해 잘못되지 않아서 나왔다. 사과만 했으면 이 자리에 안 왔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한서희는 "지금 만약 경찰 조사를 받았다면 김씨에게도 장난스러운 문자를 보내지 않았고 그땐 어린 마음에 가볍게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그때 김씨와 연락을 계속 했던 것도 양현석과 별개라는 생각 뿐이고 그때 감정은 기억은 나지 않았다. 이 일 이후 양현석과 연락을 한번은 했었는데 술에 취해서 했던 거고 재판을 받으면서 카톡을 보냈고 답장이 왔었다. 언제 주고받았는지 기억은 나지 안난다. 마치 아무일도 안 일어난 것처럼 연락할 수도 없는 것이고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던 사람과 다시 알던 사이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편하게 연락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서희는 이날 비공개 증인 신문에 나섰던 지인 A씨와의 대화에 대해 "나도 양현석 번호를 알려면 알수 있고 전화를 하려면 할 수도 있고 만약 돈을 받고 원했으면 할 수 있는데 안한건 자신의 잘못을 알아줬으면 했다"라며 "사례금을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진술 번복은 협박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피고인 자격으로 재판에 참석한 양현석은 마스크를 쓴 채로 굳게 입을 다문 채 눈을 감고 양현석의 증인 신문을 옆에서 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