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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성우 /사진=김창현 기자 |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1947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서윤복(임시완 분)과 그의 감독 손기정(하정우 분), 코치 남승룡(배성우 분)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으로 한국 영화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강제규 감독이 무려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지난 2020년 1월 촬영을 마쳤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3년 반만에 개봉하게 됐다. 여기에 남승룡 역을 맡은 배성우가 그해 연말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돼 영화 개봉 시기에 영향을 미쳤다.
배성우는 2020년 11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지인과 술자리를 가진 뒤 운전을 하다가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적발 당시 배성우의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으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배성우는 당시 주연으로 출연 중이었던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중도 하차했고, '날아라 개천용' 제작진은 서둘러 배우를 교체하고 재정비 기간을 거치는 등 상황을 수습하느라 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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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 감독 /사진=이동훈 기자 |
강제규 감독은 "개인적으론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이 상황을 접하고 후반작업을 하면서 '과연 어떻게 해야 하나' 나 역시도 버거웠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개봉 시기가 늦춰진 만큼, 주위 의견에 귀 기울이며 후반작업에 공을 들였다는 강제규 감독은 "작업하면서 곰곰이 생각한 지점은 이 영화는 1947년도 손기정, 서윤복, 남승룡 세 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얘기고, 그분들의 삶과 업적이 충분히 녹여져 있는데 과연 어떤 특정한 사실 때문에 선생님(남승룡)의 삶의 궤적이 변형되거나 축소되는 건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적지 않은 리스크가 있더라도 관객들에게 전하려던 본연의 메시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배성우의 출연분을 통편집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강제규 감독은 "고민 끝에 이 작품이 가고자 했던 방향으로 충실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 도리이고 예우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무려 76년 전 일어난 실화를 감동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마지막까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강제규 감독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건 우리가 잘 알려지지 않은 소중한 이야기다"며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와 도전, 열정들이 많은 분들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이른바 '배성우 딜레마'로 난감한 상황에 놓였던 '1947 보스톤'이 항간의 우려를 씻고 올 추석 극장가를 점령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