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전 오히려 기다려진다' 강백호가 극찬한 KT 외인, 7⅔이닝 퍼펙트로 천적마저 지웠다

인천=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9.1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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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웨스 벤자민이 12일 인천 SSG전에서 공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단언컨대 벤자민이 KBO 리그 최고 투수다. 지난해와 비교가 안 된다."

올 시즌 개막전에서 6이닝 1실점(0자책)으로 뛰어난 피칭을 선보인 웨스 벤자민(30)을 두고 '천재 타자' 강백호(24·이상 KT 위즈)가 내뱉은 감탄사다. 그로부터 5달 뒤, 벤자민은 보다 더 완벽한 피칭으로 천적과 다름없었던 SSG 랜더스를 7⅔이닝 동안 완벽히 지워내면서 왜 자신이 최고 투수라는 극찬을 받았는지 증명했다.


벤자민은 12일 인천 SSG전에서 8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15승(5패)을 달성했다. 이는 2020년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기록한 구단 단일 시즌 최다승과 동률로 1승만 더하면 KT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게 된다.

직구(44구), 커터(34구), 슬라이더(19구), 체인지업(5구), 커브(1구) 등 총 103구를 던지면서 8이닝을 책임졌다. 7회 8개의 공을 던지게 한 최지훈이 칭찬받아야 할 정도로 7회 2사까지 벤자민은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끝내 최정에게 2루타를 맞아 KBO리그 최초 대기록은 무산됐으나, 8회도 공 10개로 정리하면서 완벽하게 SSG 타선을 잠재웠다.

경기 후 벤자민은 "오늘따라 몸 상태가 매우 좋았다. 4, 5회부터 퍼펙트를 의식했는데 오히려 더 차분하고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퍼펙트를 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최정에게 좀 더 깊숙하게 공을 던졌어야 했는데 가운데로 몰렸다. 최정이 내게 미안하다고 했는데 '미안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워낙 좋은 스윙을 가진 타자이기 때문에 최정에게 안타를 맞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벤자민에게 이번 SSG전 호투는 특별했다. 지난해 윌리엄 쿠에바스의 대체 선수로 KBO에 입성한 벤자민은 이 경기 전까지 SSG를 상대로 4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5.70으로 약했다. 올해도 2경기 평균자책점 6.75였고, 타자 친화적인 인천SSG랜더스필드는 피홈런이 꽤 있는 편인 벤자민에게 상극이었다. 하지만 잠재적인 포스트시즌 경쟁 상대이자 '천적' SSG를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완벽하게 누르면서 가을야구를 향한 기대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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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웨스 벤자민이 12일 인천 SSG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에게 이제 남은 것은 현시점 가장 강력한 타선을 보유 중인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다. 후반기 KIA는 팀 타율 0.308, 34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31로 각종 타격지표에서 리그 1위를 기록 중이다. 같은 날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만루홈런 두 방을 허용했음에도 9:10 접전을 펼치며 무서운 화력을 뽐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포함해 6승 2패 평균자책점 2.73으로 가을에 가까워질수록 기세를 올리고 있는 것은 벤자민도 마찬가지다. 상대 전적 우위인 SSG가 좌완인 그를 저격해 우타자를 선발 라인업에 8명 배치했음에도 오히려 퍼펙트를 당할 뻔했다.

벤자민과 KIA와 맞대결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시즌 내내 꾸준한 타격을 선보인 팀은 1위 LG 트윈스다. 후반기 몰아치는 KIA도 시즌 성적만 보면 팀 타율 0.285 대 0.277, OPS 0.764 대 0.745로 LG에 밀린다. 그리고 이러한 LG에 천적으로 군림하는 선수가 벤자민이다. 벤자민은 올 시즌 LG를 상대로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 32⅓이닝 3볼넷 30탈삼진으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벤자민의 LG전 호투는 후반기 KIA가 불방망이를 보여줌에도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근거다.

벤자민은 지난해 9월 4일 2⅔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사구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한 뒤 KIA를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KT가 22일부터 KIA와 7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무조건 한 번 이상은 만날 수밖에 없다. 또한 두 팀은 현시점 가장 강력한 2위 후보로 꼽히고 있어 맞대결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시즌 말미에 다시 KBO리그 정상급 피칭을 선보인 외국인 에이스는 퍼펙트 무산의 아쉬움을 가을야구에서 달래려 한다. 벤자민은 "완봉승이 욕심났지만, 감독님이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고 (내 생각에도) 지금 이 에너지를 아껴서 가을 야구를 위해 쓰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며 "(구단 최다승 신기록을 1승 남겨둔 것에 대해) 그 기록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끝까지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가을야구에 나가 열심히 잘 던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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