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에 200승' 드라마, 김광현 돕던 베테랑의 울림... 141㎞로 대업을 이뤘다 [MLB]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9.1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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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웨인라이트가 19일 밀워키전 통산 200승을 달성하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아담 웨인라이트가 19일 밀워키전 통산 200승을 달성하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웨인라이트(왼쪽에서 4번째)가 승리 후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웨인라이트(왼쪽에서 4번째)가 승리 후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200승까지 무려 20년이 걸렸다. 오랫 동안 메이저리그(MLB)에서 '코리안특급'으로 활약하며 아시아 최다승을 세운 박찬호가 124승이라는 걸 고려하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체감이 된다.

아담 웨인라이트(4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의 1-0 승리를 견인했다.


2005년 데뷔해 19시즌 동안 세인트루이스에서만 활약한 웨인라이트는 팀 역사상 3번째로 200승 투수 대열에 합류했다. 100년이 넘는 MLB 역사에 119번째 200승 투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웨인라이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뜻을 밝혀왔다. 올 시즌 승보다 패가 훨씬 많은 상황이기에 기록 경신에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으나 시즌 막판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치며 포효했다.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1라운드 29순위 지명을 받은 뒤 2003년 트레이드로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05년에서야 빅리그 무대에 올랐다.


19일 밀워키전 웨인라이트의 투구 장면. /AFPBBNews=뉴스1
19일 밀워키전 웨인라이트의 투구 장면. /AFPBBNews=뉴스1
이닝을 마치고 기뻐하는 웨인라이트. /AFPBBNews=뉴스1
이닝을 마치고 기뻐하는 웨인라이트. /AFPBBNews=뉴스1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나 20승 고지를 밟으며 MLB 최고의 투수 중 하나로 군림했다. 이날까지 통산 478경기에 나서 200승 128패 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ERA) 3.53, 2202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뛰어난 수비로 골드글러브 2회(2009·2013년)를 수상했고 올스타 3회(2010·2013·2014년), 실버 슬러거 1회(2017년), 로베르토 클레멘테상(2020)도 한 차례 들어올렸다.

이날 전까지 올 시즌 4승 11패, ERA 7.95로 난조를 겪었다. 지난해에도 11승(12패)을 올리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으나 이젠 진짜 물러날 때가 왔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대기록까지 1승만을 남겨뒀음에도 시즌 막판이기에 200승 대업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지난 경기 5이닝 2실점하며 근 3개월 만에 승리를 맛 본 웨인라이트는 이날 감탄이 절로 나오는 관록투로 밀워키 타선을 요리했다.

1회부터 볼넷을 허용하며 시작했지만 카를로스 산타나에게 낮게 떨어지는 컷패스트볼(커터)를 던져 병살타를 유도해 위기를 넘겼다.

2회를 삼자범퇴로 끝낸 웨인라이트는 3회에도 볼넷과 안타로 2사 1,2루에 몰렸으나 윌리엄 콘트레라스에게 절묘한 커브로 내야 땅볼을 이끌어내 0의 행진을 이어갔다.

4회엔 2사에서 2루타를 맞고도 로디 텔레스와 9구 승부 끝에 바깥 쪽 낮은 싱커로 헛스윙 삼진으로, 5,6회를 각각 세 타자만에 막아낸 뒤 맞은 7회엔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고도 내야 땅볼고 외야 뜬공 두 개로 깔끔히 이닝을 마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6회, 7회에도 출루를 허용했지만 베테랑 투수답게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뽐내며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속고 최고 시속은 87.6마일(141㎞)에 불과했지만 투수에게 구속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울림이 있는 투구였다.

동료와 포옹하는 웨인라이트(왼쪽). /AFPBBNews=뉴스1
동료와 포옹하는 웨인라이트(왼쪽). /AFPBBNews=뉴스1
웨인라이트가 위기를 벗어날 때마다 홈 팬들은 기립해 박수를 보냈고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특히나 열렬히 기뻐했다. 이는 세인트루이스 팬들에게도 단순한 1승과는 큰 차이가 있는 순간이었다. 홈구장 전광판엔 웨인라이트의 200승을 축하하는 영상이 흘러나왔고 이를 축하하는 폭죽도 터졌다.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 따르면 웨인라이트는 팔과 등 통증으로 인해 보호 테이프를 감고 경기에 나선 그는 "적어도 하룻밤 동안은 진짜 투수였고 여전히 그렇게 되고 싶었다"며 "이게 올 시즌 나의 첫 무실점 경기이고 확실히 가장 긴 경기였다. 그리고 오늘 밤에 나는 나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치 영화와 같은 엔딩이었다. 끝을 약속한 불혹을 훌쩍 넘긴 베테랑 투수의 환상적인 엔딩. 부상과 싸우면서도 기록한 뛰어난 피칭, 그로 인한 산물인 200승.

웨인라이트는 저스틴 벌랜더(255승), 잭 그레인키(224승), 맥스 슈어저(214승), 클레이튼 커쇼(209승)에 이어 현역 5번째 200승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198승을 거두고 1승을 추가하기까지 12번의 선발 등판이 더 필요했다. 웨인라이트는 "내가 매우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그 열매는 더 달콤했다"며 "가능할지 확신하지 못한 때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상황을 바꿔낼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에 진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힘겨워 할 때 훈련 파트너가 돼 주며 적응을 도왔던 일화는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김광현은 그의 200승 소식에 자신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의 사진을 올리며 'waino(웨인라이트의 별명), respect(존경한다)'고 글을 올리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김광현이 웨인라이트의 200승 달성 축하 게시물을 남겼다. /사진=김광현 인스타그램
김광현이 웨인라이트의 200승 달성 축하 게시물을 남겼다. /사진=김광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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