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려고 하지 마" 156승 선배와 134승 감독이 전한 진심, 19세 신인 마음에 스며들었다

인천=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10.0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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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송영진이 1일 인천 KIA전에서 공을 던진 후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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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송영진이 1일 인천 KIA전에서 뜬 공을 처리했다.
"잘하려고 하지마, 하다 보면 잘하게 돼 있어."

1일 KIA를 상대로 역투하던 송영진(19)은 문득 자신이 5회에 공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KBO리그 통산 156승 선배 김광현(35·이상 SSG)이 했던 말이 어떤 뜻이었는지 차츰 체감하기 시작했다.


송영진은 1일 인천 KIA전에서 5이닝 6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SSG의 6-5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대한 만큼의 피칭이었다. 경기 전까지 팀 타율 2위(0.276), OPS 2위(0.740)의 강한 KIA 타선을 상대로 1회만 2실점으로 고전했을 뿐, 남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텨내며 지친 불펜에 숨통을 틔워줬다. 송영진은 9월 17일 LG전(2⅔이닝 무실점), 9월 21일 LG전(2이닝 2실점) 호투에 이어 3경기 연속 좋은 피칭을 선보이면서 김원형 SSG 감독도 미소 짓게 했다.

현역 시절 KBO리그 통산 134승을 거둔 명투수 출신의 눈에도 최근 송영진의 폼은 예사롭지 않았다. 경기 전 김 감독은 "(송)영진이가 저번 LG전(9월 21일)에서도 괜찮았다. 오스틴 딘에게 홈런을 맞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먹히는 타구를 많이 만들었고 장타도 많이 안 맞았다. 구위 자체가 좋았다"고 기대했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신인에게는 아직 익숙치 않을 중압감이었다. 이번 주말 펼쳐진 SSG와 KIA의 경기는 1승이 소중한 5-6위 간 맞대결이었다. 김 감독은 "다만 거의 만원 관중이 들어올 것이고 중요한 경기인데 그런 생각을 너무 안 했으면 한다. 그냥 '선발로 나가는구나' 단순하게 생각하고 던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결과적으로 기우에 불과했다. 경기 후 만난 19세 신인은 관중, 큰 경기에 대한 중압감보다 자신의 투구에 몰두해 고치고 싶은 점을 말하기 바빴다. 송영진은 "오늘(1일) 운이 엄청 좋았다고 생각한다. 수비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무엇보다 (김)민식 선배님이 정말 리드를 편하게 해주셔서 믿고 던졌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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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송영진이 1일 인천 KIA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호투에도 잘한 장면보다 못한 장면이 더 기억에 남았다. 1회 선두타자 박찬호를 8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송영진은 "1회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경기였다. 선두타자 볼넷도 경기의 승패와 연결된다고 느꼈다"며 "(1회가 어려운 이유로) 심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 그걸 이겨내냐 마냐의 차이인데 앞으로는 형, 선배님들의 수비를 믿고 던지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어려웠던 1회를 넘기자 시원시원하게 몸쪽 바깥쪽을 가리지 않고 공을 꽂아 넣었다. 이날 송영진의 총 투구 수는 79구(직구 44개, 커브 18개, 슬라이더 17개)로 최고 구속은 시속 146㎞였다. 1회 29개의 공을 던져 고전했을 뿐, 2회(10구)-3회(16구)-4회(7구)에는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며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

경기를 준비하면서는 김 감독, 경기 중에는 김광현의 진심 어린 조언이 차례로 떠올랐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내내 SSG 투수들에게 자신 있는 피칭을 요구했으나, 말처럼 쉽지 않았다. 송영진은 "감독님은 항상 자신감 있게 던지면 타자들이 삼진을 당하든 쳐서 죽든 결과가 나온다. 그러니 자신감 있게 마운드에서 후회 없이 네 공을 던지고 내려오라고 하신다. 나도 그 말을 듣고 내 공을 믿고 던졌다"고 밝혔다.

이어 "(김)광현 선배님은 '잘하려고 하지 마, 하다 보면 잘하게 돼 있다'고 하셨다. 난 1회부터 너무 완벽하게 잘 던지려고 했는데 그게 욕심이었다"며 "한 이닝, 한 이닝 막다 보니 눈 깜빡할 사이에 5회가 돼 있었다. 하다 보면 잘하게 된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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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송영진. /사진=김동윤 기자


김 감독과 김광현의 조언은 최근 들어 나온 것이 아니다. 어떤 때는 친한 형처럼, 때로는 강하게 꾸준히 이야기한 것이 차츰 송영진 포함 다른 투수들의 마음에 스며들었고 이는 팀이 가장 어려울 때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SSG는 1선발 역할을 하던 커크 맥카티가 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하고 필승조들이 지치는 악조건 속에서도 선발 투수들이 연이은 호투를 펼치며 포스트시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서 김광현(6이닝 무실점)-로에니스 엘리아스(8이닝 3실점)-오원석(6⅓이닝 4실점 3자책)-문승원(7이닝 3실점)이 퀄리티 스타트 피칭을 했고 이날 송영진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었다.

이미 4월 26일 LG전에서 6이닝 3실점(2자책)으로 프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를 해본 송영진이다. 다시 찾아온 상승세에 또 한 번 노려볼 만했으나, 루키는 또 한 번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송영진은 "(김)광현 선배님 말처럼 너무 잘하려고 하면 안 되는 경우가 많으니 이닝에 신경 쓰지 않고 한 이닝, 한 이닝 타자에만 집중해 잘 던질 생각"이라며 "그래도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려 한다. 그게 선발 투수로서 욕심이고 내 마음이 불펜과 야수 선배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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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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