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영웅' 박세웅의 불꽃 "이길 수 있으면 또 던지겠다" [항저우 현장인터뷰]

박세웅이 5일 일본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1경기에서 위기를 막아내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선발진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박세웅(28·롯데 자이언츠)은 5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사오싱 베이스볼&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야구장 메인 경기장(The Baseball Main Venue of Shaoxing Baseball & Softball Sports Centre)에서 열린 일본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1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7구를 던지며 2피안티 2볼넷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곽빈이 담 증상으로 이탈하며 선발진 운영에 애를 먹던 상황에서 박세웅이 류중일 감독의 히든카드가 됐다. 이날 승리로 6일 중국과 슈퍼라운드 경기엔 원태인을 내세우고 결승 진출시엔 문동주를 선발로 내보낼 수 있게 됐다. 둘 모두 많은 공을 던지지 않았고 나흘 휴식 후 등판이라 류중일 감독의 고민을 말끔히 지운 박세웅의 호투였다.

패배는 탈락을 의미했다. 리그에서 선발로 8승 7패 평균자책점(ERA) 3.41로 활약 중인 박세웅이지만 이번 대회 불펜에서 뛰던 터라 컨디션 조절이 쉽지만은 않았다.

상대 투수도 만만치 않았다. 카요는 올 시즌 실업리그에서 11경기 42⅔이닝 동안 29피안타 1홈런 6볼넷 34탈삼진, 이닝당 주자 허용(WHIP)이 0.82로 리그 특급 투수 수준으로 활약한 투수다. 평균 시속 147㎞의 속구를 중심으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까지 고루 뿌릴 줄 아는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 투수였다.

박세웅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세웅은 1회초 난조를 보였다. 첫 타자 나카가와에 볼넷에 이어 도루 허용, 1사에서 기타무라에 안타를 내줬다. 1사 1,3루 위기에서 문보경이 도우미로 나섰다. 1루 관중석 방면으로 높게 떠오른 사토의 타구를 빠르게 따라갔고 담장 바로 앞에서 깔끔하게 잡아냈다. 마루야마를 상대한 박세웅은 낙차 큰 커브를 결정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고 스스로 불을 껐다.

이후 빠르게 안정감을 찾았다. 2,3회를 삼자범퇴로 막아낸 박세웅은 4회에도 선두 타자 기타무라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도 사토와 마루야마를 연속 삼진, 사사가와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5회에도 4타자 만에 이닝을 끝낸 박세웅은 77구를 던진 채로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2-3-4번 타순을 상대했으나 이번에도 삼진-삼진-유격수 땅볼로 간단히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쳤다. 이번 대회 남은 경기 출전이 어려울 수 있지만 자신의 역할을 100% 그 이상 해낸 박세웅이다.

타선도 힘을 냈다. 김혜성이 중전 안타를 때린 뒤 빠른 발을 이용해 2루를 파고 들었고 희생 번트에 이어 노시환의 1타점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앞서 갔다. 박세웅은 승리 투수 요건까지 안고 7회부터 최지민에게 공을 넘겼고 한국이 리드를 지켜내며 소중한 1승을 챙겼다.

경기를 마친 박세웅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이제 2승 남았다. 2승 다 해서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할 것"이라며 "오늘 던져서 승리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남은 경기들에서 나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더그아웃에서든 어린 선수들한테 힘이 될 수 있는 그런 선배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닝 종료 후 윤동희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룸메이트이자 팀 동료이기도 한 나균안과 전날 재미있는 대화도 공개했다. "WBC 때도 체코전에도 중요한 상황에서 나가고 이번에도 그런데 '나 왜 중요한 상황에만 나가냐'고 했다"면서도 "그런데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라고 뽑아주신 것이고 그런 역할을 맡게 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제 몫을 했다는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고 전했다.

1회 상황을 막아내고는 크게 포효했다. 박세웅은 "제일 큰 위기였던 것 같다. 볼넷 주고 삼진 잡고 안타를 맞아서 노아웃 1, 3루였는데 일본 투수 중국전 던지는 걸 보고 능력이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한 점, 두 점 차 싸움일 것이라고 생각을 해 최소한의 실점을 하자고 마음먹고 던졌고 무실점을 해 큰 액션이 나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익숙지 않은 불펜으로 나서 대만전 아쉬움도 남겼다. 박세웅은 "그 이닝을 마치고 선수들과 미팅을 해서 얘기를 했다. 맏형으로서 책임지고 내려왔었어야 되는데 그 뒤에 올라간 투수들이나 뒤에 수비해 준 야수 동생들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면서도 "그런데 우리는 이제부터 하나가 돼 또 경기를 해야 되니까 처지지 말고 계속하자고 얘기를 했다. 또 자신에게 실망했던 부분들을 오늘 경기로서 모든 걸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더 준비를 잘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박세웅은 끝이라고 생각하지만은 않는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열의를 보였다. "아시안게임은 아마추어 선수들도 나오는 경기들이고 저도 아마추어 생활을 겪어본 선수"라며 "고등학교 때 하루 던지고 다음 날 바로 던지고 했었기 때문에 팀이 이길 수만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그 상황에 맞게 투구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6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릴 중국전에 대해서도 "WBC 때 만나봤던 선수들이랑은 조금 다르다라는 걸 좀 느꼈다"는 그는 "그래도 저희는 어떻게 해서든 이길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추가 득점에 기뻐하는 박세웅(가운데). /사진=뉴시스